어느 경제학자의 오블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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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호(southcross)등록 2009.10.24 11:14

버스정류장 ⓒ 오마이뉴스

  대전의 한밭대학교는 유성구 덕명동에 위치해 있다. 학교의 위치가 거의 공주와 맞닿은 곳이어서, 이 곳의 학생들은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2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매일 등하교한다. 그래서 형편이 좋은 학생들은 차를 사서 타고 다닌다. 야간과정이 개설되어 있는 학교이기 때문에 저녁만 되면, 주야간 학생들의 차로 인하여 주차대란이 매일 벌어진다. 야간과정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직장인이기에 이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일을 마치고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는다. 사진에 보이는 진입로는 저녁만 되면 오고가는 차량으로 북새통이 되곤 한다.

 

  기자가 학과 수업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였다. 버스정류장에서 낯익은 분을 만나게 된 것도 그 때였다. 마침 버스정류장에 학과 교수님이 한분 서 계셨는데, 수업 때는 자주 뵈었지만, 개인적인 교류가 없어서 꽤나 어색하게 인사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교수님은 경제학과에서 생태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이셨다. 한밭대학교 경제학과에는 생태경제 관련 과목으로 생태경제학, 환경경제학, 지구환경과 경제 등의 과목이 계설되어 있는데, 이들 과목에 대한 강의를 주로 하시는 교수님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꽤나 잘 가르치시기로 소문난 분이셨다.

 

  교수님은 웃으시면서, 일주일에 몇번 차를 두고 버스로 왔다갔다 하신다고 말씀을 하셨었다. 학과동에서 늦은 시간에 체류하면서 그 교수님을 뵈었던게 몇번 있는데, 대부분 11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학교가 외곽에 위치해 있어, 이런 시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었다. 교수님이 그 시간에 퇴근하시는 것은 대학원 수업이 있거나, 야간수업이 있는 날이어서 지금 생각해보니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에는 버스를 타고, 늦게 끝나는 날에는 자가용을 이용하여 퇴근하셨었던 것 같다. 학과 강의실에 4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교수님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서 내려오셨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기사로 쓰기에는 그렇게 주목할 만한 내용이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교수님의 행동 그 자체는 제자에게 마땅히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 아닐까한다. 경제학과 생태학의 균형발전을 모색하면서, 날로 황폐해져가는 지구를 살리는 학문을 탐구하시는 교수님은 강의실에서 제자들에게 입으로 내뱉으신 말로써, 또 눈에 보이는 행동은 아니지만 평소 생활하시는 모습으로써 자신이 몸담은 학문에 가장 충실한 모습으로 닮아 가시고 계셨었다. 만약 생태경제를 가르치시는 분이 말로 환경보존을 외치면서, 정반대의 행동을 한다면 그의 학문이 과연 진정성이 있을까

 

  저 교수님께 배워서 인지 기자도 슈퍼에 가면 되도록이면 비닐봉투를 받지 않고, 두손가득 주렁주렁 물건을 들고 다닌다. 3~4층 정도 되는 건물은 엘레베이터를 타지 않고, 빈 강의실에 불이 켜 있는 모습을 보면 꼭 참지 못하고 끄고 만다. 무의식적으로 수도꼭지를 켜고 양치질을 하다가도 문득 잠그고 양치질을 하기도 한다. 기후변화협약이다 사막화다 하면서 환경에 대한 이슈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지만, 실상 우리들의 생활은 그리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하다. 여전히 사람들은 대량생산과 소비에 길들여져 있다. 또 위의 교수님의 예와는 반대로 존경받지 못할 지성들도 사회에 존재한다. 부자든 빈자이든 앞으로의 오블리제는 공존과 상생을 위한 오블리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저 교수님과 같은 분들이 앞으로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에 짧은 글을 남겨본다.

 

 

 

2009.10.24 11:13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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