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유난히 스포츠 소식이 풍성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 구기종목인 축구와 야구가 두드러졌다. 올 초에 벌어진 WBC 준우승과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맹활약, 과거 해태의 포스를 보여준 SK와 해태의 적통자 KIA와의 한국시리즈 명승부, 월드시리즈에서 박찬호의 역투 등이 야구팬들을 흥분시켰다. 축구 역시 마찬가지. 허정무호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이청용의 활약,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U-20 청소년 대표팀과 아직 진행 중인 U-17 청소년 대표팀의 월드컵 8강 진출, 그리고 오늘 막 도착한 따끈따끈한 포항의 AFC 챔피언스 리그의 우승 소식까지 야구 못지않은 아니 오히려 능가할 만큼 많은 소식으로 축구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600만 VS 300만그런데 결과는 사뭇 다르다. 프로야구가 동원한 관중 수는 약 600만 명, 그에 반해 K리그의 관중 수는 약 300만 명. 프로야구의 경기수가 프로축구 경기수보다 많다는 것을 고려한다 해도 일반적으로 축구 경기장의 정원이 야구 경기장의 정원에 2~3배 정도 된다는 것을 셈한다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관중 차이는 너무 크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서로 네 탓?한 때는 그랬었다. 야구는 축구를 축구는 야구를 서로 경계했다. 그 이유는 프로야구, 축구 모두 자발적인 대중의 지지와 경제적 기반이 쌓여 출범한 케이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로 전두환 정권의 우민화정책의 일환이었으므로. 전두환 정권처럼 프로야구, 축구도 엄밀히 말해 정통성이 없었던 것이다. 즉 뿌리 없이 줄기만 심어놓은 격이어서 프로야구와 축구 둘 다 팬 층이 두텁지 못했고 설사 팬들의 관심이 몰리더라도 재정적인 부분으로 환원되기가 쉽지 않았다.(이는 그 당시 개발도상국 위치에 있던 한국의 경제사정 탓이기도 하다) 이는 지금도 흑자 운영되는 구단이 거의 없는 작금의 현실이 대변하고 있다. 따라서 한정된 팬 층에서 얼마만큼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느냐에 따라 그나마 운영손실을 줄이고 프로화의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야구와 축구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고 결국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야구에 반해 축구는 그만큼 몰락한 종목으로 치부되고 만다. 다만 축구가 그래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야구와는 달리 국제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종목이었기 때문이었다.(월드컵, 올림픽, 아시안 게임등) 그래서 축구는 야구보다도 국제 경기와 대표팀 구성에 있어 축구협회와 프로축구 연맹이 사활을 걸어왔고 지금도 축구가 국가 대표팀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는 바로 여기서 형성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분명 야구보다 축구는 대중의 인기에서 밀렸다. 하지만 딱 한번 역전된 적이 있었다. 바로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한 2002년, 바로 그 해. 하지만 지금 K리그에서 그 열기란 찾아 볼 수 없다. 어떻게 된 것일까?프로야구의 쇠락600백만 관중도 넘을 것 같던 프로야구의 인기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내리막을 걷게 된다. 이는 프로야구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해태 타이거즈의 해체가 컸다. 선동열과 이종범의 일본진출, 자금난으로 인해 선수를 팔 수 밖에 없었던 시절, 결국 만신창이가 된 해태는 매각된다. 그 후 프로야구는 춘추 전국시대를 맞게 되고 여러 강팀이 우승을 거치게 되지만 과거 해태가 보여주었던 절대강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과거 해태독주체제에 싫증을 내던 야구팬들에게 서서히 해태 타이거즈에 대한 그리움이 생겼던 것은. 이는 해태 타이거즈를 물리치고 우승해야 진정한 우승이라고 생각했던, 그런 정통성을 인정받는 프로야구수준의 척도가 되어버린 타이거즈에 대한 믿음과 향수였는지 모른다. 이런 팬들의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 당시 타이거즈는 연못 속 잉어처럼 바닥을 맴돌고 있었고 프로야구에 대한 열기 역시 서서히 식어갔다. 그러다 한순간에 그 열기마저 앗아버린 사건이 일어난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외환위기로 자신감을 상실했던 국민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안겨준 사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야구팬들은 느끼고 있었을까? 박찬호의 선발등판 경기를 보며 자신들도 모르게 수준 높은 야구에 대한 갈망을 갖게 됐다는 것을. 그렇다. 야구팬들은 메이저리그와 선동열, 조성민등이 진출한 일본 프로야구 경기를 보며 한 단계 높은 야구를 접하고 그런 야구를 원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박찬호의 영향은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러시로 이어지게 되어 결국 프로야구는 대중적 인기와 대외 경쟁력이라는 부분에서 크게 밀리게 된다.찬란한 유산 그러나그에 반해 축구에서는 평소 축구협회답지 않은 발 빠른 감독 선임과 행정으로 히딩크라는 마법사를 데려와 2002년 한일 월드컵이란 세계적인 대축제를 4강에 진출함으로써 우리의 축제로 승화시키는데 성공, 역대 최고의 대회라는 찬사를 얻어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해 프로축구는 월드컵 열기를 통해 290만 관중을 결집시킴으로써 230만에 그친 프로야구에 처음으로 판정승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관중 수는 예전으로 돌아가면서 월드컵 열기를 즐기던 그 많은 팬들은 프로축구를 외면하게 된다. 알다가도 모를 팬심, 축구 협회나 축구관계자들은 마치 자신에게 신경질 내는 여자 친구에게 푸념이라도 하듯 팬들에게 축구를 사랑해줄 것을 하소연한다. 그들은 지금도 모르는 것 같다. 왜 팬들이 프로축구를 외면하는지를. 2002년 우리는 세계 톱클래스에 꼽힐만한 국가대표팀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세계축구계의 흐름인 압박축구라는 것을 주도해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냉철히 인지해야할 사실이 있다. 국가 대표팀의 수준이 한국축구 전체의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열기에 축구장을 찾은 팬들의 기대수준은 과연 그럴까? 히딩크가 남긴 찬란한 유산. 마법이란 12시 종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법.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이렇게 축구와 야구는 시작은 다르지만 공통된 결론으로 인해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누군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가?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 프로 야구계는 영리했다. 그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우선 행정에서 아시안 게임 참패이후 마운드의 높이와 공인구의 차이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해 아예 프로야구의 마운드와 공인구 및 스트라이크 존을 국제규격에 맞추었다. 이는 하일성 사무총장을 비롯해 현장에서 뛰는 야구인들의 견해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축구계의 경우 축구 협회와 프로축구 연맹의 고질적인 소통부재(얼마 전 벌어진 선수차출반대사태가 대표적인 예) 그리고 축구 협회의 권력화로 인해 문제 해결은커녕 현상 유지조차도 버거워 보인다. 여하튼 이러한 변화로 인해 야구는 올림픽 금메달, WBC 준우승 이란 값진 성과를 일구어냈고 세계 속에서의 한국 프로야구의 경쟁력을 입증해냈다. 또한 바로 여기서 2002년 월드컵 4강을 이룩했던 축구계와 비교될 수 있는데 프로야구 계는 국제 경쟁력을 입증함과 동시에 프로야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수준 높은 야구를 원하는 야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특히 SK의 경우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여 예전 해태의 위상에 버금가는 강팀을 만드는데 이는 단지 한국시리즈 2회 우승이라는 부분에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의 질을 향상시켜 이에 맞선 국민감독 김경문 감독을 필두로 한 전체 프로야구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된다. 개인적으로 올해 KIA의 우승을 반기는 이유도 해태의 포스트모던인 SK와 해태의 르네상스인 KIA의 대결이 갖는 의미 자체가 바로 한국 프로야구의 질적 성장을 상징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프로야구는 스스로 탄탄한 경쟁력과 정통성을 갖추게 되었고 야구팬들 또한 자부심과 애정을 갖을 수 있게 되어 자연히 관중 600만 시대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K리그의 질적 향상이란?예전에 축구와 야구를 좋아하던 선배가 입버릇처럼 내뱉던 말이 있다. 야구는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축구는 하는 재미가 쏠쏠하단 말. 같은 공을 갖고 하는 운동이지만 축구와 야구는 그만큼 성향이 다르다. 따라서 접근법부터 달리해야 한다. 앞서 야구의 질적 향상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질적수준의 향상이란 홈런개수가 늘어나고 160Km를 넘는 강속구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야구의 기본인 수비와 주루 플레이, 집중력이 더욱 철저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기본들을 쌓아 올림으로써 파인플레이가 나올 수 있고, 허를 찌르는 베이스런닝이나 기적같은 역전승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축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축구의 질적 수준 향상 역시 야구와 다르지는 않다. 호나우도 같은 개인기에 람파드 같은 중거리슈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축구의 기본적인 능력인 안정된 패싱력, 골키핑 능력, 축구를 읽는 능력 등이 더욱 향상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에 전제가 하나 깔린다. 시스템으로서의 축구의 정착. 축구는 포메이션이 있지만 그 위치는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그 포메이션은 감독이 요구하는 전술적인 움직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선수의 움직임과 감독의 전술의 합이 시너지가 될 때 축구는 비로서 시스템이 되고 균형을 갖게 된다. 자칫 산만한 움직임으로 운동장에서 뛰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그런 축구가 아니라 보는 사람들도 감탄을 할 수 있는 그런 축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축구는 장기의 포석과 같아 축구 시스템이 정착 된다면 팬들은 감독들의 전술대결까지 지켜볼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관람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축구는 야구의 리버스 펀드?리버스 펀드란 주가가 하락할 때만 수익을 내는 펀드를 말한다. 그렇다면 축구는 야구의 리버스 펀드일까? 위에 언급한 축구가 K리그 모든 구단에서 실현된다면 축구와 야구는 더 이상 경쟁관계가 아닌 상생의 관계로 발전되어 나갈 것이다. 그 첫 번째 이유로는 더 이상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위치가 아니라는 점, 즉 축구와 야구경기를 보기 위한 지출이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그런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로는 축구와 야구 경기의 횟수차이를 들 수 있다. 프로야구는 일주일에 6게임을 치루지만 프로축구는 많아야 3게임을 치룬다. 따라서 축구와 야구를 동시에 좋아하는 팬이라 하더라도 프로축구 경기의 희소성으로 인해 야구로 인해 축구 경기를 보지 않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질적 성장을 이룩한다면 서로의 팬 층에 대한 점유율 다툼이 아니라 프로스포츠를 좋아하는 팬 층을 더욱 증가시켜 결국 파이를 크게 하는 윈윈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K리그의 부흥을 위해지금 한국 축구는 다시 한 번 최고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월드컵 본선 7회 연속 진출과 U-20 청소년 대표팀과 U-17 청소년 대표팀의 8강 진출 그리고 오늘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포항의 우승 등으로 국내 축구팬들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고조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포항의 결승전 모습을 보면서 한국 프로축구가 이미 상당한 질적 성장을 이루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한 때 그토록 입에 달고 다녔던 잔디구장, 유소년축구 육성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남은 것은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며 열심히 뛰는 선수들과 그 모습을 보며 환호하는 팬들 그리고 그 팬들을 바라보며 보람을 찾는 프로축구 연맹과 축구협회의 맞잡은 손이다. 그렇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축구를 사랑한다면 말이다. #프로축구 #축구 #K리그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