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난 용은 강을 모른다.

4대강 사업은 용과 국민, 모두의 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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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욱(arock)등록 2009.11.10 15:03
이명박 대통령은 두 가지 의미에서 "개천에서 난 용"이다.
포항 벽촌에서 태어나 동지상고를 졸업하고 상경, 야학 끝에 대학 마치고 대기업 CEO를 거쳐 대통령이 되었다. 또 하나는 청계천 사업이란 개천사업에서 각광을 받아 청와대까지 진출했으니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다.
그런데 지금 그 용이 여의주를 휘둘러 "4대강 살리기"라는 미명하에 엄청난 재앙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순수한 강 살리기나 수자원 보호라면 국민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것이 보(洑)설치, 그리고 수심 6m 유지라는 두 목표만 없었어도 4대강 사업이 "운하사업이 아니다"고 속이기는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 모두가 4대강 사업은 위장된 운하사업이라고 믿고 있고 믿을 수 밖에 없다.   
MB와 그 추종 세력들은 운하를 처음에는 "물류사업"이라 떠들더니 이제는 물류 20%, 관광 및 수자원 80%라면서 추진 목적도 오락가락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위기와 관련 금융위기 탈출용이란 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운하의 운(運)자가 왜 생겨났나? 바로 운송수단이 주된 목적인 하천이란 뜻이다.
관광용 하천이라면 관하(觀河)라는 말이 생겼어야 옳다. 그렇지 않은 것은 관광용으로는 자연 그대로의 천(川)이 더 감상할 게 많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즉시 중지되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순수 하천사업으로 돌려야 한다.
아니면 개천에서 난 용은 미증유의 재난과 함께 미꾸라지로 추락할 수 있다.
용은 출신이 개천이더라도 더 큰 강과 대양을 볼 줄 알아야지 자기 출신이 개천이라고 개천의 좁은 시각에 집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청계천에서 성공했으니 4대강에서 성공할 것이다"는 건 엄청난 환상이다.

첫째, 좁은 땅과 운하는 어울리지 않는다.

운하를 하는 나라를 보라. 중국, 러시아, 미국, 유럽 등 땅덩어리가 큰 나라이다.
우리는 특히 남한은 개구리 발바닥만한 땅이다. 이런 땅에는 운하가 어울리지 않는다.
어떤 프로젝트나 사업도 '규모의 경제'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경제성이 있으려면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운하를 주요 내륙운송 수단으로 삼는 나라 치고 1800 km 이하의 운하를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한반도 운하는 겨우 540 km다. 짐을 싣자마자 내려야 한다. 하역비가 선박운송의 장점인 저운송비를 상쇄해 버린다. 대운하라 하지만 실제는 소운하이다.
청개구리가 황소 흉내를 내다가 배가 터지는 동화처럼 크기를 무시하고 흉내만 내는 건 어리석다.

둘째, 엄청난 환경재앙을 가져온다.

우리나라는 4대강을 식수원(食水源)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가 설치되면 수질이 나빠진다는 건 낙동강 하구에 가 볼 필요도 없이 경부고속도로 중간에 있는 금강휴게소에 가보라. 가로질러 놓은 미니 보가 청결 1급을 자랑하던 금강 물을 어떻게 녹조가 가득한 탁한 물로 바꾸어 놓았는가를….
또 우리나라는 지형 구조가 동고서저(東高西低) 즉 동부에 높은 산이 많고 서쪽, 남쪽으로 급류로 흐른다. 즉 유속이 라인강, 오카강, 양자강, 미시시피 등보다 엄청 빠르다. 우리나라가 금수강산인 것은 이 빠른 물줄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변 생태계는 이 빠른 물줄기를 기초로 생성되어 있다.
신토불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생강불이(生江不二) 즉 생명체와 강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 흐름을 하루 아침에 바꾸어 놓으면 재앙이 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독일운하도 지금 콘크리트 구조물을 뜯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 운송할 물건의 문제다.

운하의 목적은 유람선이 다니는 게 아니라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이 다니는 게 주목적이다.  운하를 이용하는 장점이 있는 화물은 중후장대(重厚長大)한 물품, 부피가 많은 원자재 등이다. 실제 미국의 예를 보면 운하를 이용하는 화물은 철광석 23.4%, 곡류 24.5 %, 대량화물 34.5%, 석탄 7.9 % 이고 일반화물은 9.7% 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후장대한 선박, 철강 등은 생산업체가 이미 부산, 포항 등 해안포구에 위치해 있다. 곡류는 호남지방에서 주로 생산되기 때문에 경부운하를 이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품이나 부품을 항구까지 실어 나르는데 주로 이용할 것으로 보이나 우리나라 수출품의 주종인 전자제품은 부피가 작고 운송비가 물품가에 미치는 비율이 미미하고 신속한 배달을 요하기에 운하가 개통되어도 외면하고 자동차를 이용할 게 뻔하다. 한나라당 자체 연구소의 연구 결과도 운하가 개통될 때 서울 부산간 운송 소요시간은 70 시간이란 결론이 나왔다.

넷째, 우리나라의 지형은 남북으로 길고 동서가 짧다.

그런데 지금 건설하려는 운하는 서북에서 동남으로 길게 파자는 것인데 이 경우 인천에서 싣고 부산으로 배로 가더라도 1000 km 안짝이다. 그런데 540 km짜리 운하를 판다는 것은 옥상옥 격이다. 오히려 운하건설에 소요되는 돈이면 부두시설을 보강하거나 새로운 부두를 건설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지형을 보라.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내륙운송이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영국에서 운하가 효과를 본다는 얘기를 들어본 일이 있는가?
한나라당 자체 연구소의 연구 결과도 운하가 개통될 때 서울 부산간 운송 소요시간은 70 시간이란 결론이 나왔다.

다섯째, 우리나라는 공업단지가 대부분 마산, 창원, 울산, 광양, 여천 등 해안에 몰려 있다.

내륙에 있는 공업단지라고 해봐야 고작 대구, 구미 정도인데 대구, 구미에서 운하를 이용해 부산으로 짐을 뺄 바보는 없다. 왜냐? 상차비, 하차비, 상선비, 하역비를 빼고 나면 하등 이익될 게 없기 때문이다.

독일이 운하 효과를 보는 것은 루르공업단지가 내륙에 위치한 때문이다. 충주, 조령, 문경, 상주에서 어떤 물건을 배로 실을 것인가? 인삼을 배로 싣기 위해 운하를 판다? 이보다 더한 넌센스가 있는가?

이명박 당선인은 '공급은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을 들먹인다. 그런데 예천공항을  보라.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이용을 안 해 버려진 지방공항, 그 재판이 한반도 소운하가 안될 거라는 보장이 있는가? 

여섯째, 이 거대한 사업에 고용효과는 별로다.

이미 건설업종은 이른바 3D업종으로 분류되어 제3국 인력들이 일자리를 대신 차지한 지 오래다. 오히려 4년 안에 이 거대 토목사업을 끝내려면 외국에서  또 대거 이민자들을 불러모으게 될 것이다. 골재를 채취해 팔아도 추가로 최소 16조 원이 든다는 이 돈으로 다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이치에 맞다.

일곱째, 절차가  잘못되었다.

이 중차대한 사업, 그리고 엄청난 국민의 혈세가 강요되는 사업의 절차가 너무도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대부분 졸속으로 구색만 맞춰 끝내고 생태조사, 수맥조사, 물밑조사는 하지도 않았다. 대통령의 지시에 과잉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꼴이다.
대형 건설사 위주로 나눠먹기식 공사 수주를 한 담합입찰의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공사수익을 위해 당연히 한반도운하 사업에 찬양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용이 그들 출신 아닌가? 
물류전문회사들로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청계천 사업은 고객이 불특정 시민들이다. 운하의 경우 고객은 물류회사와 그와 계약하는 화주들이다.
바꾸어 말하면 청계천 사업과 운하사업은 본질이 다를 뿐더러 차원이 다르다.

여덟째,지금과 같은 사업은 헌법위반이다.

우리나라는 조세법률주의가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16조원을 넘는 엄청난 이 사업이 수자원공사예산,특별예산 등에 위장되어 있거나 억지로 밀어 넣어져 있다.
이는 명백한 헌법위반이다. 

최고 통치권자가 되면 누구나 '역사에 길이 남을 빛나는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한반도 운하'는 용의 '영광의 업적'이 아니라 용이 추락하는 '확실한 무덤'이 될 것이다.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도 이 사업은 즉시 중지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과거 글 보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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