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언론 널리 알린 부산 화재 참사

부산 사격장 참사 사설로 보는 우리 언론의 편견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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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진(isknemln)등록 2009.11.18 11:41
지난 주말부산에서 일본인 관광객 7명을 포함해 1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화재가 있었다. 우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당연할말이지만, 이 일은 반복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는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이쯤 되어 드는 생각이란, 도무지 이런 것들을 사람들은 잘못이라 생각을 하기는 할까라는 우울한 것이다. 경찰과 소방당국 또한책임을 피할 순 없겠지만, 그 영업장의 사업주나 종업원들이 특별히 물욕을 밝히거나 특출나게 안전의식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기는힘들어 뵌다.

그런데 이 문제에서 당혹스러운 것은 그런 것들뿐만이 아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도 공감하기 힘들다. 대다수 신문 사설은 이 사고를 '국가적 망신'이나 '수치스러운 일'로 인식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서울신문은 이 일을 "국제적 망신"이라고 했고, 문화일보는 "(이 일로) 대통령이 … 일본 총리의 '질책'을 받아야 했고, … 국무총리가 … 고개 또한 깊이 숙여야 했다."라며 비슷한 뉘앙스를 풍겼다. 물론 이 일이 수치스럽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수치심을 논하기 전에 잘못을 올바로진단하고 고쳐나가야 할 일이다. 수치심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감정인데, 이게 부차적인 게 아니라 전면에드러난다는 건 반성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고, 이런 사고를 그릇된 소수의 잘못으로만 치부한다는 뜻이다. 이래선 잘못이고쳐지기 힘들다.

"후진국형사고"나 "후진국형 참사"라는 표현도 거슬린다. 국민․문화․세계․조선․한겨레 등이 사설에서 이런 표현을 썼고, 중앙은 한술 더떠 "아프리카 낙후 지역이라면 모를까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서 일어난 사고라고는 믿기 어려운 후진적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있"다고 썼다. 이 사고는 본질적으로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의 안전장치도 마련해 놓지 않은 영업장의 안전불감증에서비롯됐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이런 식의 인재를 수없이 겪어 왔으며, 이것이 얼마나 고질적 문제인지를 보여준다. 근데 이런안전불감증은 '경제'와 '성과'를 최우선의 가치에 놓고, 안전을 위한 장치는 '비용'이나 '규제'로 인식한 우리의 경제, 성장본위의 가치관에 기초한다. 우리는 지금껏 '그런 식'으로 성장을 해왔고, 지금 정부 당국이 추구하는 선진화도 '그런 식'이다.그런데 '선진국'과 대비해 '그런 식'을 '후진국형'이라며 비판하는 건 좀 낯부끄러운 짓이 아닌가?

하나 더.후진국은 돈이 없으니 선진국에 비해 재난대비 시스템이 취약한 것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저것을 "후진국형 사고"라고 하는 건어폐가 있다. 이 사건은 물질만능주의와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이고, 그건 고속성장을 거치며 우리사회에 남겨진 후유증이라 할 수있다. 그것을 "후진국형"이라고 비판하는 건 "후진" 사회라 불리는 비서방 국가들의 열등성을 무의식적으로 비하하는 편견을드러내는 것이다. 가난한 사회는 돈만 중시하고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생각하나? 이건 그들의 편견일 뿐이다. 정말 '후지고''수치스러운' 건 이런 신문 사설들이다.

관광산업 얘기에이르면 '어이쿠야!'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의 속물성과 물질만능주의가 정제되지도, 절제되지도 않고 있음을 본다. "특히외국인 관광객들이 집단 참변을 당해 '관광 한국'이란 말을 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이 됐다" "이번 참사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관광객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동아)" "애써 쌓아온 국가 이미지가 이런 원시적 사고 하나로 땅에 떨어지고 비웃음의 대상이 될 것을 생각하면 기가 찰 노릇이다(한국)" "일본인 관광객이 대거 피해를 입음으로써 관광입국에 적지 않은 지장을 받게 됐다(세계)" 적당히 좀 해라.

마지막으로지적하고 싶은 것은 언론 보도가 지나치게 결과론적이고 뻔하다는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 축구는 수비를 든든히 하고 골을 넣으면이길 수 있습니다' 딱 그 수준이다. 우리 언론은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여러 국가기관과 지자체 등의 공무원들은 뭘하는 사람들인지 새삼 물어 왔다(한국)' 하지만 그때 뿐 우리 정부는 "대형 사고를 그토록 자주 겪으면서도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보이지 않(한국)"았고, 이제 언론은 "똑같은 개탄과 충고를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지 딱하다(한국)"는 말까지 하기 시작했다.하지만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다른 차원이다.

언론 보도는분명 그때그때 일어나는 개별적인 사건과 사고 위주로 흐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사회구조적으로 짚어줄 수 있는 안목도 있어야 한다. 말 그대로 이런 사고가 한두번인가?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이필요하고 사람이 필요하다. 예산과 국정의 감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약청, 문화재청, 소방방재청. 이들 기관이 언제 예산 잘따던 힘 있는 기관이었던가? 예산짜고 통과시키는 연말에 여야 싸움 중계하는 것 말고 언론이 도대체 한 일이 뭔가? 이런 고질적문제에 대해 언론은 "각별한 점검과 예방책이 있어야 했(서울)"지만, 그들의 "무신경과 무책임은 한심한 수준(한국)"이었다.그리고 이런 무관심은 "대형 사고를 예비한 것이나 다름없다(동아)" 또한 이것은 "상식을 무시한 결과(중앙)"이며, 언론은"부끄럽게 생각해야(세계)"하는 것들이다.

언론은 세상을보는 창이라고 말한다.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고도 한다. 창문은 우리가 세상을 언론을 통해 보기 때문에 비유하는 말이고, 거울은언론이 세상의 모순과 불합리를 밝히는 역할을 해야 하므로 이르는 말이다. 같은 이치로 창문이 더러우면 세상을 제대로 볼 수없고, 거울이 세상의 엉뚱한 데만 비추면 안 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다. 거울이든 창이든 닦기도 번거롭고, 닦을 사람도부족하고, 항상 쪼들려 거울이나 창 닦을 여유 없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쯤 되면 좀 닦아봐야 않을까? "사고가재발하지 않도록(국민)"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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