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에서 내리다 97번 버스에서 내려 마주친 와온 ⓒ 이한별
97번 버스를 타고 도착한 와온은 붉은 노을과 은빛으로 반짝이는 갯벌이 강렬하게 시선을 끌었습니다.
와온(臥溫)에 오면
-김춘추(1944~ )
우린, 다 눕는다
늙은 따개비도 늙은 부락소도
늙은 늦가을 햇살도
눕는다
순천만이 안고
도는 와온에 오면
바람이 파도가 구름이
세월처럼 달려와
같이 눕나니
어쩌랴, 와온에 와
나 너랑 달랑게 되어
달랑게 되어
갯벌에
달랑 누운
따스한 이 눈물 자욱을
너
또한
어쩌랴…
어느새 찬바람이 얼굴을 할퀴는 겨울의 문턱에 와있습니다. 오늘은 연인과 함께 가면 좋을 명소, 와온에 대해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 와온 순천에는 갈대가 많다 ⓒ 이한별
전라남도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도시 순천은 갈대로 유명합니다. 순천만이 갈대밭으로 유명하지만, 와온도 순천만 못지않게 갈대가 갯벌 위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 와온 노을 진 와온 ⓒ 이한별
▲ 와온 갯벌의 길 ⓒ 이한별
▲ 닻과 그물 여기저기 고기 잡는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 이한별
와온을 걷다보면 그물, 통발, 닻 등 고기 잡는 도구가 여기저기 놓여 있는 게 보입니다. 어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느긋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길을 사이에 두고 왼편은 와온 갯벌, 오른 편은 어촌마을입니다. 배를 고치는 어부, 장작을 때우는 할아버지, 소울음 소리도 들려왔습니다. 지붕 위로 희미하게 올라오는 밥짓는 연기도 보였습니다.
▲ 와온 노을이 아름다운 곳... ⓒ 이한별
반짝이는 게 바닷물인거 같지만, 전부 갯벌입니다. 저는 4시 조금 넘어서 와온에 갔었는데,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갯벌도 바다처럼 반짝이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습니다.
▲ 와온 하얀 페인트인가 해서 가까이 가니 조개였다 ⓒ 이한별
전봇대에 하얀 페인트를 칠한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하얀 조개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습니다. 전등도 안들어오고, 아무 기능도 없는 전봇대를 새워논 분의 센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용성은 없는 막대이지만, 어촌의 미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와온 배가 지나간 자국 ⓒ 이한별
▲ 와온 해가 져물어가는 ⓒ 이한별
겨울이라 그런지 바람이 새게 불어왔습니다. 연인들에겐 추워서 같이 손잡고 걸어야 할 곳 만큼 좋은 곳이 더 어디있을까요? 거기다 아름다운 갯벌의 풍경과 붉은 해가 지는 풍경은 보너스입니다.
▲ 갯벌의 길 갯벌에 무언가가 지나간 길이 나있었다 ⓒ 이한별
갯벌 위로 무언가가 지나간 자국들도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겨울이라 갯벌 생물들은 저 아래로 꼭꼭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 와온 멋진 풍경 ⓒ 이한별
▲ 해가 져가는 노을이 아름다운 와온 ⓒ 이한별
▲ 와온 멋진 광경 ⓒ 이한별
붉은 해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게 눈으로도 보입니다. 5분도 안되서 해가 점점 떨어지더니 사라져버렸습니다. 정동진의 일출도 멋지지만, 와온의 해지는 광경도 명품입니다.
▲ 와온슈퍼 아주머니의 쎈쓰 깍두기 ⓒ 이한별
주위가 완전히 어둑어둑해지자 같이 간 남자친구와 근처 슈퍼에 들어가 컵라면 두개와 소주 한병을 샀습니다. 컵라면 하나당 물값 500원, 컵라면을 두개 사고 소주도 한병 사는 것으로 물값을 깎았습니다.
소주 1500원, 컵라면 두개 2000원, 물값 500원, 총 4000원을 내고 자리를 잡았는데, 아주머니께서 써비스로 깍두기를 주셨습니다. 물값을 깎은 게 미안해졌던...
아주머니께서 직접 담으신 듯한 깍두기는 정말 아삭하고 시원했습니다. 와온을 보면서 컵라면에 소주를 마시는 기분이 일품이더군요.
추운 겨울, 남자친구와 손을 잡고 와온을 걸으며 노을 지는 것을 보고, 추운 몸을 소주에 컵라면으로 달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거 같습니다.
*와온은 97번 버스를 타면 갈수 있는데, 버스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버스 시간을 먼저 조사하고 가시는 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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