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극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선덕여왕> 안 보는 사람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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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혁주(rhkdqkr0414)등록 2009.11.23 20:40
 "너 어제 선덕여왕 봤어?"
"아니, 못 봤어... 미실 죽었다며?"
웅성웅성. 학교 오는 전철 안에서도, 강의실 안에서도 사람들은 다들 그 얘기 뿐이다. 바로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 난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 시청률이 40%가 넘는다니...

나 이 드라마 안 봐도 되나?

살짝 위기감이 든다. 다들 보는데 나만 안 보니 얘기도 통하지 않는다. 집에서 동생이 보고 있는 걸 살짝 들여다 본다. 우리 나라 역사에서 처음 등장하는 여왕에 대한 이야기라는 게 흥미롭다. 현정 누나는 역시 연기를 잘 하시고... 하지만 이미 이야기는 진행될 대로 진행되어 버려 따라갈 수가 없다. 남들 다 보는데 나까지 봐 줄 필요는 없다는 판단 하에 그만 둔다.

사실 역사에 대해 잘 모른다...

그렇다, 부끄럽지만 김유신은 말 자른 것 밖에 모르겠고 김춘추 아내가 되는 사람은 오줌 관련된 꿈을 사지 않았었나 하는 정도의 상식을 갖고 있는 나다... 이제 보니 그것들조차 모두 정사가 아닌 야사 같다. 내가 평균 이하의 역사 지식을 갖고 있는 건 인정하지만 솔직히 우리 나라에 한 둘이 아닐 것이다, 나 같은 사람...

사극은 역사일까?

그래, 사극이 역사를 왜곡한다는 문제 제기는 계속 있어 왔다. 사료에 충실하지 않는다거나 확대 혹은 축소를 통해 미화, 영웅화시키는 것이 왜곡의 예이다. 예를 들어 일개 깡패에 불과한 김두한을 애국자로 그린 <야인시대>를 보며 중학생이던 나와 내 친구들은 몹시 흥분하며 흉내냈다.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짧게 몇 번 언급된 장금을 <대장금>으로 탄생시킨 것은 말 그대로 창작물이다. 어린이들은 대장금이 누구냐고 물으면 이영애라 자신있게 답하고, 허준은 전광렬이라고 대답했다.
지금 인기리에 방영중인 <선덕여왕> 역시 확실한 사료로 인정받지 못하는 <화랑세기>를 근거로 제작되었다. 덕만보다 더 주인공 같은 미실의 존재가 한 예이다. 그리고 극 초반에 중심이 되는 소재인 '어출쌍생 성골남진' 역시 허구라고 한다. 덕만은 천명의 동생이 아니라 언니이고 쌍둥이도 아니란다.

 오, 삼국지!

우려도 우려도 끊임없이 국물이 우러나오는 삼국지! 남자의 로망이다. 60권짜리 만화로 처음 접해서 게임, 소설, 영화 등으로 내게 친숙한 삼국지는 다들 아시다시피 나관중이 쓴 연의(중국에서, 역사적인 사실을 부연하여 재미있고 알기 쉽게 쓴 책이나 창극)를 바탕으로 한다. 그의 역사관을 통해서 우리는 중국 후한말을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편향된 관점(촉한정통론)과 영웅만들기(제갈량이나 관우의 신격화)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오래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나 역시 그런 노력에 의해 유비가 절대선이 아니란 것을 알고 관우가 그렇게 싸움을 잘 하지는 못 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 난 아마 앞으로도 <선덕여왕>을 보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들은 재미있게 보시라. 하지만 이 한마디만 명심하시길.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오해하지 말자!"

덧붙이는 글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주최하는 글쓰기강좌에서 기획취재로 해 본건데요
기획이 아닌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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