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대학, 기업 다 보내도 공무원은 안 간다?

이명박 정부는 역사에 오명을 남기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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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jnk057)등록 2009.11.26 09:09
일국의 중요정책이 이처럼 정당성과 합리성, 합법성도 없이 주먹구구로 들쑤셔지는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무슨 절박한 명분이 있어 잘 진행되어 가던 행정도시 건설에 쐐기를 박는지 모르겠다. 법률에 정해진 변경 고시를 미루는 데 어떤 합법적 절차를 거쳤고, 전면 백지화를 밀고 나가는데 또 어떤 정당한 정치적 과정을 거쳤는가?

파렴치한 독재의 횡포

이명박 정권은 세종시 문제에 있어서 가장 비겁하고 음모적인 독재를 표출하고 있다. 독재가 아니라 차라리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 지금의 여당인 한나라당의 동의하에 가결된 법에 의해 이미 삽질을 시작한 세종시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에서도 분명히 약속했던 세종시의 건설이다.

그런데 정권이 들어서자 무슨 이유로 세종시를 뒤집으려 할까? 세종시 건설을 계속할 수 없는 무슨 중대한 사유라도 발생하였던가? 자족 기능 부족이니 행정 효율이니 하는, 정운찬 총리의 입을 통해 들어본 모든 이유는 이미 충분히 우려하고 검토되었던 사유들이다. 아무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족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요즘 정 총리가 동분서주하는 바로 그 방법, 즉 유수의 대학 이전과 특목고 설립 등등의 각종 방안을 통해 착실히 이행해 나가면 된다. 어렵더라도 세종시 본래의 기능을 갖추도록 백방으로 노력하면 된다. 행정 효율도, 간부회의, 국회 감사 등에서의 고질적인 관행을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을 병행하여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국가의 대사를 명분도 없이 뒤집는 것은 분명히 독재이다. 대통령이 몸소, 의아해 하는 모든 국민을 일일이 찾아가 설득해도 모자랄 일이다.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법의 집행을 거부하고 새 법을 만들기도 전에 온갖 행정 권력을 발동하고 있다. 이것이 독재의 횡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야비하고 음모적인 부도덕성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 건설을 뒤집는 이유도 전혀 명분과 정당성이 없지만, 설사 그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해도 그 과정은 비겁하고 음모적이다. 첫째는, 어떤 설득력 있는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이전 정권의 정책을 뒤집는 정치 도덕의 부재와 국력 낭비이다. 수 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막대한 돈을 들여 추진되는 국가 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힌다면 이는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며 정치 도덕도 무시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행정부처만 빼고 기업이며 대학이며, 과학 연구소에 이르기까지 다 이전하라고 권하고 있다. 자족 기능과 경제 효율만 운운할 뿐, 서울의 비대화 대책도 없고, 지역 균형도 오히려 다 깨트리고 있어 각 지방단체는 아우성치고 있다. 그럼에도 행정부가 안 가겠다는 데는 서울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관료 세력과 보수 세력의 음모가 작용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또 하나, 4대강 사업 때문에 국가의 다른 긴요한 예산들이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여권 내에서도 불만이 나올 뿐 아니라, 내가 몸담고 있는 기관의 연구비도 축소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정권 초기에 대운하를 운운할 때부터 은밀히 세종시를 변경시키려는 음모가 진행되었고 이는 4대강 사업 예산 문제도 관련되어 있다는 의심을 충분히 가능케 한다.

백보를 양보하여 세종시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해도 그 계획과 법을 만들 때의 이상으로 충분한 토의와 설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정부는 수면 하에서 진해되던 음모를 충청 출신인 정운찬 총리 후보의 입을 빌어 수면 위로 드러내고, 법을 개정해야 할 국회는 뒷전인 채 정부 임의로 민, 관 합동위원회를 만들고, 결정도 되지 않은 계획들을 남발하여 온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세종시의 변경은 죽 써서 개 주는 격

정부가 "교육과학 기능의 경제도시" 운운하며 공무원만 빼고 다른 이름을 다 붙인 도시를 추진하면서 행정도시 건설을 거부하는 정책이 얼마나 주먹구구인가가 드러나고 있다. 이미 토지 보상하고 터를 잘 닦아놓은 세종시에다 다른 이름을 붙이고 다른 사람은 다 가도 공무원은 못 가겠다 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자들이 할 처신이 아니다. 가만히 거론되는 정부의 안을 보자.

교육 도시는, 행정부가 이전한 행정복합도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이다. 지금 국제학교와 특목고 허가, 서울대 증원 특혜니 파격적인 조치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조치들은 오히려 행정복합도시라도 자족 기능을 갖추게 하는 방안으로 얼마든지 고려해도 좋은 것이 아닌가?

과학 도시는 대전이 이미 특화되어 있고, 포항의 POSTECH,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한 대구시 등 지방의 개별적 연구기관도 성과를 내거나 추진 중인 것들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을 추진 중인 과학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굳이 세종시에다 과학 도시의 이름을 붙여 추진하는 것은 역시 설득력이 없다.

세종시의 기업 도시화는 정부가 당초에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었고 아마 지금도 내심은 그럴 것이다. 그래서 각종 특혜를 준다고 풍선을 띄우다가 심한 반대에 부딪치자 교육, 과학, 녹색 기능 등등을 덧붙이며 오락가락하고 있다. 각 지방에는 이미 혁신도시 건설이 계획되어 있고 일부는 이미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굳이 세종시를 또 기업 도시 운운한다면 이는 정부가 가기 싫다고 '비대화된 기업 서울' 하나를 더 만드는 웃음거리일 뿐이다.

정부가 정도를 걷지 않으면 국민의 힘으로 철회시켜야

세종시는, 제2의 서울이 있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시작된 것이다. 권력과 부(富), 교육, 인구, 경제 등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것이 몰려있는 서울공화국이 비대하다 못 해 터지는 것을 막자는 것이며, 그로 인해 지방은 같은 대한민국 안에 있으면서 변변한 직장도, 교육도, 복지도 없는 죽음의 도시로 변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세종시의 건설은 절실하고 정당하다. 행정 부처 이전을 백지화 하면서 세종시의 당초 계획된 역할을 대리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 없다면 분명히 세종시는 계획대로 제2의 서울로 건설되어야만 한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라도 명분 없는 경거망동으로 이 나라의 대역사(大役事)를 그르치지 말아야 한다.  

정운찬 총리는 23일 말했다. "정부가 옮긴다고 민간부분의 사람과 돈이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적 발상이다." 그렇다. 그러므로 정 총리는, 정부를 옮기면서 지금 거론되는 여러 권위주의가 아닌 방식으로 멋진 세종시를 건설하면 되지 않는가? 세종시 건설이 어렵다 하여 뒤집으려 하지 말고 그만큼 더 노력하여 이루어내는 것이 정치이고 나라살림이 아닌가?

나는 대통령과 총리가 세종시 수정을 철회하고 당초의 계획대로 멸사봉공하기를 바란다. 충청도민을 달래기 위해 사탕발림이나 하려는 꼼수를 쓰지 말고 정도를 걷기 바란다. 세종시는 충청도민의 손익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문제임을 모르지 않을 터이다. 

만일 정부가 행정부 이전을 거부하고 명분 없는 세종시 변경을 계속한다면 국민들은 침묵해서는 안 된다. 우선은 각계 뜻있는 사람들이 정부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데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세종시를 추진했던 정치 책임자들은 사활을 걸고라도 세종시를 지켜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못 하면 국민들이 캠페인을 벌여서라도 관철시켜야 할 세종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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