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소리바다의 양정환 대표와 '아이폰의 상륙과 애플의 전략'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본격적인 소리바다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현재 국내 디지털시장의 환경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이슈라고 판단되어 첫 연재물로 올립니다(필자 아룀)."애플은 생태계를 너무 예쁘게 잘 만들었습니다."인터뷰 내내 소리바다이 양정환 대표는 '생태계'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는 애플이 아이폰을 중심으로 구현한 모바일 환경을 생태계라고 표현했다."생태계란 게 본래 굉장히 복잡미묘한 것이잖아요. 눈에 띄지 않는 식물이 하나 없어짐으로써 연쇄적으로 다른 개체들에게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 그것이 바로 생태계 아닙니까? 그래서 균형(balance)을 맞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애플은 개발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뤄냈습니다."국내에 불고 있는 아이폰 신드롬지난 달 28일 국내에서 KT를 통해 정식 출시된 아이폰은 예약자만 6만 5,000여명이 줄을 서서 크게 주목을 받은 바가 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난 지금 아이폰의 바람은 태풍으로 발달하고 있다. 최초 수입물량이 17만대였는데, 예약판매와 기업 대량구매를 통해 거의 소진된 상태이고, 추가로 5만대를 수입 주문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추세라면 12월 중순에 20만대를 돌파하고, 내년 상반기에 100만대를 돌파하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참고 : 아이폰,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의 이유?(하이컨셉&하이터치)아이폰 관련 기사와 블로그 콘텐츠도 매일매일 셀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다. '아이폰이 이통사에 의해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국내 모바일 시장을 깨트려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부터, 어떤 회사가 '자기네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을 애플 앱스토어에 올렸다'는 소식도 있고, 또 개중에는 '아이폰에 사진촬영음이 없어서 몰카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식의 흠집내기 기사에 이르기까지 가히 대한민국이 온통 아이폰 신드롬에 빠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소리바다(www.soribada.com)도 예외는 아니다. 소리바다의 음악서비스 어플리케이션도 이미 개발이 완료돼 애플에서 최종 심사를 받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1월 초쯤이면 소리바다 음악서비스를 아이폰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될 것 같다.양대표는 아이폰이 국내에서 이처럼 주목을 받는 이유를 바로 '잘 만들어진 균형'에서 찾았다. 여기서 균형이란, 쉽게 말해서 이용자가 특정한 소프트웨어나 저작물을 이용했다면, 그 만큼의 '적정한 대가'가 개발자나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야만 창작 또는 개발에서부터 소비에 이르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 생태계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중간사업자들의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 그들이 어떤 형태의 플랫폼을 만들고, 그 안에 어떤 규칙을 적용시키느냐에 따라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누군가가 이익을 독식하는 착취구조도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책임이 막중한 것이다. 양대표는 중간 유통단계를 없앤 애플의 시도를 높이 평가했다."애플 앱스토어의 가장 혁신적인 특징은 바로 소프트웨어의 중간 유통단계를 없앤 것입니다. 앱스토어를 통해 개발자가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했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70%를 개발자가 가져가는 매우 혁신적인 규칙을 만들어냈습니다."중간 유통단계를 없앤 애플개발자가 70%를 가져 가는 게 혁신적인 이유는 과거에는 그런 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개발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시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터넷 초창기였던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도 '쉐어웨어 시장'이란 것이 존재했다. 개발자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게시판이나 카페 같은 곳에 올리면, 네티즌들이 내려 받아서 자기 컴퓨터에 설치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형식은 직접 거래였지만, 실제 개발자에게 배당되는 수익배분은 20~30% 정도에 불과했다. "예전에는 모든 소프트웨어가 퍼블리셔를 거치지 않으면 상용화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퍼블리셔뿐만 아니라 총판 등과 같은 2차, 3차 유통단계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이것 저것 다 떼주고나면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고작 20~30%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그 유통단계 또한 투명하지가 않아 실제 20%인지도 아무도 알 수 없었죠. 그런데 애플이 관습적으로 내려오던 규칙을 개발자 위주로 뒤집은 겁니다."현재 앱스토어는 전세계에서 개발자가 수십만명이 참여하고 있고, 상용화된 어플리케이션만 약 10만개, 사용자는 4,000만명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개중에는 한 달에 수백만 달러를 버는 '앱스토어 백만장자'도 등장했다. 이러한 성과는 세계 휴대폰시장의 실적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애플은 휴대폰 업체로는 매출 기준으로 세계 5위의 수준이다. 매출액만 따지면 삼성 휴대폰의 1/4 수준, 세계 휴대폰시장 매출액으로는 8%의 비중에 불과하지만, 휴대폰 회사들이 벌어들인 수익액만 따져보면 32%나 차지하는 부동의 1위다. 자체 수익률이 무려 40%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불과 휴대폰시장에 뛰어든지 2년만에 이룬 성과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성과를 견인한 핵심동력이 바로 '앱스토어'였다.개발하기 좋은 환경이 완성도와 신뢰도 높여세계적인 IT 전문 컨설팅 기업인 IDC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스마트폰'과 '어플리케이션'이 모바일 다바이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들 자료에 따르면 내년 말에 스마트폰이 2억대가 팔리고, 아이폰의 어플리케이션은 30만개로, 안드로이드폰의 어플리케이션은 최대 7만 5,0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어떻게 이처럼 단기간에 엄청난 양의 어플리케이션들이 쏟아질 수 있을까. 물론 아이폰 사용자가 빠르게 늘어서 그만큼 시장성이 커진 것도 큰 이유이지만, 양대표는 플랫폼 자체가 개발자들을 유혹할 만큼 잘 만들어졌다고 극찬했다. "애플은 무엇보다도 개발자에게 매우 편리한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개발자에게는 개발환경이 얼마나 쉬우냐가 매우 중요하거든요. 어떤 언어를 쓰는지, 몇 줄의 코드를 써야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애플은 짧은 양의 코드로, 짧은 시간에, 높은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굉장히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소비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플랫폼'과 '편리한 개발환경'은 애플 어플리케이션의 완성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개발하기 쉬운 환경은 어플리케이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개발자가 소비자의 반응을 체크하고나서 어플리케이션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을 그만큼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자기의 의견이 금방금방 반영돼서 업그레이드 되니까 어플리케이션은 물론 애플 생태계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높아지는 것입니다." 앱스토어의 무늬만 본 딴 티스토어애플의 앱스토어 신화가 널리 알려지자, 국내에서도 그 모델을 본딴 서비스가 몇 달 전 등장했다. '모바일 앱스토어 대한민국 1호점'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SK텔레콤의 티스토어가 그것인데, '도착할 지하철 역에서 깨워주기', '직장상사 뺨 때리기' 등과 같은 흥미롭고 재치 발랄한 어플리케이션들이 TV광고를 통해 한창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티스토어에 대한 양대표의 평가는 냉정했다. "애플 앱스토어의 본질은 외면하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껍데기만 따오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면, 어플리케이션은 사용하라고 광고하면서 무선랜은 막아놨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플리케이션를 다운받거나 사용할 때 자기 데이터망을 사용하라는 이야기인데, 어떡해서든 데이터 매출을 올리려는 꼼수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사실 데이터 요금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혹시 잘못해서 데이터망을 썼다가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의 요금을 내본 사람들이 주위에 얼마든지 있고, 또 심지어는 그 문제로 자살한 청소년도 있지 않던가. 이통사들이 정액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펼쳐보고 있지만, 이미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데이터망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기본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데이터요금 문제가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사용자들이 체감적으로 '이건 이용해선 안 된다'고 판단을 해버립니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것 자체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그 시장이 성장할 수 있나요?"결국 이통사가 과도하게 데이터 매출 집착한 결과, 우리 힘으로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양대표의 분석이다. 그러나 아이폰 출시 1주일만에 국내 휴대폰 사용자들은 엄청난 학습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예전에는 IT 매니아 사이에서 회자되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휴대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아이폰을 주제로 한 대화에 서슴없이 끼어들고 있다. 심지어는 스마트폰에 대해 잘 몰라도 '트렌드 리더가 되려면 아이폰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식의 '밴드웨건 효과'도 나타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소모품으로 여겨지는 국내 휴대폰양대표는 아이폰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기대감을 이렇게 표현했다."사람들이 아이폰을 구입할 때는 '이거 하나면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걸 매개로 해서 얼마든지 기능확장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사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 보여도, 머지 않아 내가 원하는 기능을 누군가가 개발해줄 거라는 기대감 말입니다."반면 국내 휴대폰의 현주소는 어떨까?"우리나라 제품들은, 그것이 설사 스마트폰이라 할지라도, 지금 갖고 있는 그 상태가 거의 끝입니다. 앱스토어 흉내를 흉내내기도 하지만, 기능확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신모델이 나올 거고, 그때 또 바꿀 겁니다. 아무리 좋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도, 사용자에게는 소모품일 뿐입니다. 이런 기계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에게 과연 어떤 어플리케이션을 팔 수 있을까요?"애플의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한지 이제 겨우 1주일이 지났지만, 사회적인 신드롬은 엄청나게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 신드롬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다. 그리고 동안 폐쇄적인 시장에서 편안하게 비즈니스를 영위했던 이통사들은 거센 변화의 요구에 맞딱뜨리고 있다. 그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다음은 '국내 이통사가 추구했던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필자를 소개해 드립니다. 저는 경남도민일보 공채1기로 기자생활을 잠시 경험했고(1999~2000),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정책개발, 홍보 등의 업무를 거쳐 음악산업팀장을 지낸 바 있으며(2002~2008), 소리바다에서도 기획경영팀장으로 잠시 근무했음을 밝혀둡니다(2008). 이후 모 콘텐츠기획사를 거쳐 지금은 블로그 '문화도 습지처럼'(http://timshel.kr)을 운영하며 콘텐츠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timshel.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첨부파일 앱스토어.jpg #애플 #아이폰 #소리바다 #생태계 #앱스토어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