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나라당의 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고) 폐지 방침에 따라 입시 현장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일선 학교의 교장 협의회에서도 지난 달 19일 외고 폐지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이전까지 있어온 영어 듣기 시험, 구술 면접을 폐지한다는 내용의 개선책을 제시했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사교육에 의존한 외고입시라는 오명을 벗고 내신 위주의 선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학원가에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 예상했다. 특히 외고 입시를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짜온 평촌 학원가의 피해는 그 어느 사교육 현장보다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 학원가로 명명된 평촌 신촌동 거리. ⓒ 이주현
확인을 위해 몇몇 대형 학원에 전화를 하거나 학원의 홈페이지를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반응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변화는 있겠지만 우선 우수 학생을 중심으로 한 반은 유지될 예정이고, 새로운 입시 형태에 맞춰 달라질 겁니다."
"어차피 외고 입시 준비라는게 그 후에 대학 입시를 바라보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행 학습은 필요합니다."
"교육 정책은 또 다시 어떻게 변화할 지 모르니 우선 수준 별 학습은 필요합니다."
학원가의 반응을 요약하면 이러했다. 학원가와 사교육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도 평촌의 학원가는 대형 학원 위주로 형성되어 있다. 일선 현장의 목소리를 빌리면 대치동- 목동- 서현, 일산을 거쳐 마지막으로 학원 분원이 입성하는 곳이 평촌이라고 한다. 그러나 입성 후에 기존 학원을 누를 수 있는지는 미지수가 따른다고 한다. 그만큼 학원가는 공고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학원가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밤 10시 정도 신촌동 학원가 거리로 나가면 된다. 양 도로를 가득 메운 학원가 버스와 24시간 불을 밝히는 패스트푸드점과 포장마차, 그리고 이를 무거운 가방을 메고 간식을 손에 쥔 채 자신의 버스를 향해 뛰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평촌 사교육의 개성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
사실 학원가의 위기는 지금뿐만이 아니었다. 노무현 정권 시절 내신을 등급제로 바꾸고 동일계열 진학이 아닌 특목고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정책은 사교육 시장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당시를 다시 뒤돌아보면 외고-자사고로 틀만 바꾼 형태일 뿐 사교육을 잡지는 못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다시 특목고 붐이 일어 외고 입시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기간동안 사교육의 연령대는 점점 하향화 되면서 초등학교 학생들마저 수능을 위해 특목고를 준비하고 토플을 공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학력 위주의 사회를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입시 정책만 바꾸는 정책들은 결국 학생들이 공부할 분야만 바꾸어 준 꼴이 된 셈이다.
▲ 몇 년 전 찍힌 평촌 학원가의 모습. ⓒ anonym
▲ 시험기간이라 한산한 학원가의 최근. ⓒ 이주현
기사를 마무리하며 지나간 학원가의 모습은 생각보다 한산해보였다. 사교육 억제 정책의 영향인가 라는 긍정적 생각에 "원래 학생이 이렇게 없나요?" 라고 물었던 기자의 질문에 "애들 시험기간이라 그래요"라는 가게 아주머니의 말에 쓴 웃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학원가는 불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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