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매표소에 있던 역무원들은 어디로 갔을까?

무인 지하철 티켓 발매기의 도입으로 역무원의 노동 환경과 고용 모두 불안해져

검토 완료

김은진(sunnymun)등록 2009.12.08 15:54

문 닫은 매표소 무인 티켓 발매기 도입 이후 문 닫은 신촌역 매표소 ⓒ 김은진


지난 5월 1일 서울 지하철 역에 무인 지하철 티켓 발매기가 설치된 후 매표소의 문은 모두 닫혔고 그 곳의 역무원들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늘 매표소에서 빠른 손놀림으로 티켓을 판매하던 역무원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기계화로 인해 대량 해고라도 된 걸까?

대량 해고는 없었지만 고용은 불안정해져

모 지하철 역사에서 만난 A 역무원은 "대량 해고 사태는 없었고 역 마다 1~2명씩 해고되었어요"라고 사실을 말하며 "하지만 기계를 들여왔으니 예전보다 필요한 노동력은 줄어들어 앞으로 더 이상 채용을 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하네요"라고 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어디서 근무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하철 한 켠을 가리키며 역무원 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기자의 눈에는 도무지 역무원 실이 어디 있는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왜 승객들을 훤히 볼 수 있는 넓은 고객서비스센터를 두고 왜 구석에 자리잡은 역무원 실에서 일하는 걸까?

서울 지하철 공사, 고객서비스센터 개조 위해 임시 폐쇄 중

서울 지하철 공사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객서비스센터를 개조할 계획이다. 현재 있는 유리창을 미닫이 창으로 바꿀 것이다. 그래서 더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현재는 임시로 닫아두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벌써 고객서비스센터는 7개월 째 그 문을 굳게 닫아두고 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도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계 도입에도 불구 노동 강도는 더 높아져

그럼 무인 지하철 티켓 발매기로 인해 역무원들의 노동의 강도는 더 줄어들었을까? B역무원은 딱 잘라 아니라고 말하며 이러저러한 힘든 점을 털어놓았다.

"예전에는 매표소에 앉아서 일했는데 지금은 자리도 없이 돌아다니며 고객 서비스를 해야 하니 더 힘들어요. 게다가 노인 분들이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해 거의 일일이 도와드려야 해요. 또 기계가 에러사항을 이야기해줘도 시민들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또 저희가 해결해드려야 하죠. 부정승차자 단속이 어려운 것도 문제예요. 기계로 청소년 용으로 발권해서 이용해도 저희가 알아낼 방법이 없어요"

역무원과 무인 지하철 티켓 발매기 고장 난 기계를 고치고 있는 역무원 ⓒ 김은진


무인 지하철 티켓 발매기 문제 많아…

고객 서비스와 역사 관리로 인한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인 지하철 티켓 발매기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그는 "기계가 한번 고장 나면 고치는데 20분씩 걸려요"라고 하면서 "또 기계가 돈 계산을 다 해주지도 않아요. 그래서 역무원들이 기계에서 돈을 걷어와 천원 권, 오천원 권, 만원 권을 각각 분리해서 다시 세어야 해요. 기계 도입 이후 일이 훨씬 더 많아졌어요"라고 말했다.

심지어 A역무원은 "20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무인 티켓 발매기가 들어오고 난 이후 고용과 노동환경이 가장 불안해진 것 같아요"라고 하며 "이번에 있었던 변화로 인해 일어난 에피소드만 해도 책 한 권으로 기록할 수 있을 것 같네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무인 지하철 티켓 판매기로 인해 '기계' 돌보는 역무원으로 전락해…

서울시 지하철 역 내에서 역무원은 예전만큼 볼 수 없지만 그들이 모두 해고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큰 돈을 들여 도입한 무인 지하철 티켓 판매기가 오히려 역무원의 일을 더 늘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서울 지하철 공사 측은 더 친절한 서비스를 위해 기계를 도입했다고 했지만 문을 닫은 고객 서비스 센터는 오히려 이를 반증하고 있다. 또한 역무원들도 말을 잘 듣지 않는 기계를 돌보느라 정작 '사람'은 돌보지 못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대학 기자상’ 응모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사진 속 역무원과 인터뷰한 역무원은 전혀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대학 기자상’ 응모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사진 속 역무원과 인터뷰한 역무원은 전혀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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