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체감 기업 채용 신입사원 남녀비율 8대 2

신입사원 채용 시 여전히 존재하는 남녀차별

검토 완료

김은진(sunnymun)등록 2009.12.08 15:42
"채용 시 여성 비율은 얼마나 되나요?"

대학을 방문한 기업의 채용 설명회 현장에서 꼭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이는 최종 합격할 남녀 비율이 대략 얼마나 될 것이냐를 묻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주로 인사담당자는 "기업이 꼭 여성을 몇 명 정도 정해놓고 뽑는 것은 아닙니다."라는 말로 교묘히 대답을 회피한다. 하지만 이 답변 속에는 남녀의 비율이 현격히 차이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취업설명회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학생들이 취업설명회를 듣고있다. ⓒ 서강대학교 취업지원팀


비슷한 스펙이면 서류전형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유리
1차 면접에서 10명 중 2명만 여성 구직자

실제로 2009년 하반기 대기업 채용이 거의 끝난 지금 취업에의 도전에 고배를 마신 여대생들은 현실에서 받은 차별에 불만 아닌 불만을 쏟아냈다. 서울 S대 경제학과에 다니는 A양은 "지난 3개월간 구직 활동을 한 결과 체감으로는 신입사원으로 채용되는 남녀비율이 8대 2정도 되는 것 같아요."라고 조심스레 대답했다.

"얼마 전 W은행에 면접을 보러 갔어요. 그런데 1개 조가 10명인데 여자는 2명 뿐이더군요. S은행도 W은행보다는 나았지만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어요. 저는 총 면접 4일 중 하루에 참가했는데 남녀로 나눈 32개조 중 여성 조는 21번째부터였어요. 또 취업 스터디 조원들은 남자나 여자나 능력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데 남자 조원들이 더 서류 합격률이 높아요. 그럴 때 가장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죠"

은행은 대기업보다 채용 규모가 000명으로 더 크다. 그래서 비교적 여성 구직자들에게 유리한 분야다. 오직 은행에 취업하기 위해 독하게 준비하는 여성들도 많다. 이러한 은행에서도 여성 차별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통해 0명이나 00명을 뽑는 대기업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함을 짐작해볼 수 있다.

기업이 대놓고 남성 구직자를 선호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어…

"얼마 전 아는 친구가 S카드사 서류 전형 때 인사과에 전화를 했대요. 남녀 채용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보려고요. 그런데 그쪽에서 이번에는 경기가 어려워서 거의 남자만 뽑을 계획이라고 아예 대놓고 얘기했대요. 결과적으로 제 주변 여자애들 아무도 서류 전형에 통과하지 못했어요."

채용설명회 서강대학교 김대건관에서 아모레 퍼시픽 인사담당자가 채용설명회를 하고 있다. ⓒ 서강대학교 취업지원팀


불경기 탓에 전체 채용 규모 줄어… 여성 구직자 차별로 이어져…

경기가 어려운 것도 여성 취업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기업들은 남성 구직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남성이 가정의 가장이기 될 것이라는 사회 통념이 그대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또한 여성은 결혼 및 육아문제로 인해 기업의 기피대상이 된다.

한국 문화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남자'라는 것도 능력

A양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한국 문화 안에서는 같은 스펙이면 남자가 더 능력 있다며 얘기를 꺼냈다. "조직 문화 자체가 남자들에게 유리하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남자가 조직에 더 쉽게 적응하고, 일시키기도 편하고, 결혼으로 문제가 생기지도 않잖아요. 또 지방으로 출장 보내기도 쉽고요"

이미 만들어져 있는 문화 내에서 쉽게 적응하는 것은 남자 혹은 여자 모두의 의지와는 상관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군대에 다녀온 남자가 군대 같은 회사 조직에 쉽게 적응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성이 결혼해서 지방 출장 문제로 남편 혹은 시댁과 갈등을 빚는 것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남자는 더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을, 여성은 자신에게 주어진 페널티(penalty)를 당연히 받아들인다. 이는 곧 사회 내에서 '남자'로 살아왔다는 것도 '능력'이라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남녀평등을 외치는 담론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기업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는 말이 다르다. 문제의식이 없던 여대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면서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말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여전한 기업의 여성 차별 행태는 경기 불황에 여성 구직자를 두 번 울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대학기자상’ 응모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대학기자상’ 응모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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