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나무글
- 생나무글은 7일간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오마이뉴스 에디터가 아직 검토하지 않았거나,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에디터가 검토하기 전 생나무글은 제목만 볼 수 있습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생나무 리스트 바로가기
역사는 승자의 것? 만드는 자의 것!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3년. 제사가 큰집인 우리 집으로 넘어왔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제사 전날부터 분주하셨다. 어머니는 음식을 장만하시느라 정신없었고, 아버지는 제사 순서를 체크 하시는데 여념이 없으셨다. 드디어 제사 당일. 친척들이 우리 집으로 모여들었고, 아버지는 연습한대로 제사를 주도해나가셨다. 그런데 갑자기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아버지와 삼촌의 목소리였다. 어떤 음식을 올리고 어떤 음식을 올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놓고 아버지와 삼촌 간에 언성이 높아진 것이다. 가족들 모두 언쟁을 말리지 못하고 숨죽이고 있는데 어머니가 나섰다."여보. 삼촌. 뭐든지 백년이 지나면 역사가 되고 천년이 지나면 신화가 되는 거래요. 지금 당장 음식 하나 올리고 안올리는 게 뭐가 중요해요? 우리가 정성들여 아버님에게 맞는 제사상을 차려드리면 되는 거지." 어머니의 한마디에 장내는 금방 조용해졌다. 그 말에 감동받아 자세히 여쭈어보니 어머니께서 신문을 내미셨다. 수원대 이주향 교수의 칼럼 중 한 구절이었다.'열 달을 품으면 사람이 되고, 백 년을 품으면 역사가 되고, 천 년을 품으면 신화가 될 것이다.'
어머니는 우리 집안의 역사를 새로 써나가시는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부터 우리 집안에서는 여자들은 제사 때 남자들과 함께 절을 하지 못했다. 이런 제사 풍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어머니는 할아버지의 제사 때부터 손녀와 며느리들도 모두 절을 하자고 제안하셨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는 삼촌들과 함께 절을 하고 있다. 어머니가 우리 집안의 역사를 다시 만들어가고 계신 것이다.
역사는 지금 당장 변하지 않는다. 십년이 흐르면 습관이 되고, 백 년이 흐르면 역사가 되고, 천 년이 흐르면 신화가 되는 것이다. 혹자는 역사는 불변하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역사는 인간의 힘으로 충분히 만들어 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 말이 항상 희망을 주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좋은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듯이 왜곡된 역사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독도의 역사가 바로 그러하다. 독도를 서로 우리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역사적 자료이다. 일본이 자료를 꾸준히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대표적으로 나가쿠보 세키스이의 <개정 일본여지 노정 전도>(1779)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라 칭하며 존재를 명확히 했고, 전쟁 후에도 다케시마는 카이로 선언에서 말하는'폭력 및 탐욕으로 의해 탈취한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도 그들은 그들만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에 비해 우리의 대응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그동안 역사는 바꿀 수 없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내 마누라를 자꾸 나서서 내 마누라라고 할 필요가 있느냐'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마누라론'처럼 항상 역사는 우리 편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그들이 백 년 동안 내 마누라라고 우기다보면 언젠가 내 마누라는 그놈의 호적에 올라가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내 것이기에 주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이 만든 역사에 함몰 될 수도 있다. 그들이 증거를 쌓다보면 백 년 뒤엔 역사가 되어있고 천 년 뒤엔 신화가 되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들은 지금도 역사를 만들고 있다.
2009.12.08 12:19 |
ⓒ 2009 OhmyNews |
|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