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드래곤 공연 선정성 논란과 대중문화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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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takart)등록 2009.12.13 17:55
대중문화의 선정성은 이미 해묵은 논쟁이다. 재즈와 록큰롤의 시대로부터 이후 거의 모든 장르의 대중음악들은 선정성을 중요한 창작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G드래곤의 공연이 선정적이었다'라는 지적은 느닷없는 호들갑일 뿐이다. 그것은 마치 허경영이 '공중부양을 못한다네, 사기꾼이라네'라며 놀라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오래된 논쟁이니 고민해 볼 가치도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어 볼 필요가 충분히 있다. 그러한 면에서 보자면 이번 사건은, 선정성에 대한 기준과 수위(특히나 청소년에 대한), 예술과 외설의 경계, 표현의 자유, 그에 대한 법적 규제 등에 대해 이야기 할 만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속성이 그러한 대중음악에 대해 이례적인 비난과 법적 제제, 대중예술인의 항복선언(?)이 우리의 대중음악과 대중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부분이다. 사건 함의를 읽어내지 못하면 논쟁은 겉 돌 수밖에 없다. 제기된 문제점과 함의에 대해 이야기 해본다.

공연의 선정성은 무엇으로 판단하는가?

문제는 선정성 기준이다. 선정적, 자극적이라는 표현은 철저히 주관적 표현이 아닌가? 스타킹을 신은 여성만 보아도 흥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라의 여성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 비록 이번 공연 연출의도가 '선정성'을 목표하였다 하더라도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보고 듣는 관객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선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철저하게 개인 판단일 뿐이다. 불쾌한 선정성을 느꼈다면 그에 대해 신랄한 비평을 쓸 수야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연에 대한 평가의 영역에 서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연은 현장예술이다. 드라마와 영화와 같이 기록물로 판단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공연에 대한 평가는 철저하게 현장 분위기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 공연을 보지 못하고 영상물로 접한 사람들이 단지 그것만으로 선정성을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는 공연예술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시작된, 동의하기 어려운 견해다.

12세 이상 관람등급에 적합했는가?

공연 내용이 실정법에 규정되어 있다면 또 구체적인 규제기준이 마련되어 있고 그 선을 넘었다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이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12세 이상, 관람등급, 법적 처벌이 과연 합리적인가란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청소년 보호위원회나 보건복지가족부 그리고 검찰은 대체 무슨 기준으로 관람등급과 연령제한 그리고 처벌기준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기준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오늘날 청소년들의 성의식, 음악과 공연이 관객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 문화향유에 대한 권리,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 등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에 대한 규제란 반드시 개인의 권리에 대한 규제와 연결된다. 음반사전심의제도가 그랬고, 최근 청소년보호위원회의심의 역시 마찬가지다. 만들어 낼 권리와 들을 권리보다, 규제와 통제가 우선하는 사회의 문화적 수준은 한심할 수밖에 없다.

음반마다 건전가요가 의무적으로 삽입되어야 했고, 영화관에서 애국가를 강제로 들으며 가슴에 손을 올려놓아야 했던 천박한 시대가 우리에겐 있었다. 비록 이번 공연이 청소년에 대한 성적 규제에 저항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과연 음악과 공연을 법으로 규제한다는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의 대중문화 길들이기?

이번 사건을 단지 선정성 문제로만 이해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는 생각이다. 이미 김제동 윤도현 등의 퇴출을 비롯하여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의 김구라 발언 파문 등 구체적 개인에 대한 조치(?)들이 있었다. 아울러 광화문, 시청 광장에 대한 통제가 여전하고, 방송장악에 대한 논란이 그치질 않는다. 가수들 공연장에 정보과 형사들이 출연(?)하고, 국정원 문화담당이 연예인을 만나고 다닌다. 정부의 대중문화에 대한 통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준도 모호한 선정성을 문제 삼는 정부부처와 검찰수사가 단지 '미풍양속'저해를 우려하는 충정이라거나 사랑하는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믿을 수 있는가?

1959년 미국의 10대들이 록앤롤에 완벽하게 매료되어 있을 때 당시 미국사회는 학부모, 교회, 언론, 그리고 정부까지 나서 대대적인 록앤롤 탄압에 나섰다. 무려 1년이 넘도록 청문회를 진행하며 록앤롤을 소개하던 DJ들을 축출하고 록스타들을 탄압했다. '록음악이 선정적이며 청소년의 비행을 부추기는 저질음악'이라는 이유였으나 사실은 사회 저항적 성격의 음악, 보수적인 관습과 제도에 저항하는 문화가 당시 정권에 위해요소가 될 것임을 예감한 정치적 공격에 다름 아니었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대중예술은 그 영향력과 내용으로 인해 정치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정치에서 우연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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