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자매 결연 맺은 함양 매암 마을 가던 날

굽이 굽이 돌아가던 산골 오지 마을에 주민들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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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길(skmikiko)등록 2009.12.21 10:39
2009년 12월 13일 일요일 아침에 부산 아사달 모임(회장-박홍규 소아 청소년과 원장) 회원 40명이 경남 함양군 마천면 매암마을로 출발하였다. 태어나서 함양 땅은 처음 밟았는데 이 마천면 매암 마을 가는 길은 생초 인터체인지를 통과하여 꾸불꾸불 가야하는 지리산 백무동 방향 하늘 아래 첫동네였다. 매년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이 마을을 방문하는 박홍규 원장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대단한 환영을 받았다. 마을 주민이 30여 분인데 방문하는 우리 회원들은 관광버스 한대 가득하여 40명 정도가 되었고 차 안에는 매암마을 발전기금, 곶감대금, 의약품, 달력, 불우이웃 성금을 풍성하게 준비하였다.  작년에는 마천 농협 마당에서 마천면 노인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실시하였는데 넓은 마당에 야전병원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링거 주사를 맞기 위해 누워 있던 모습이 떠오른단다. 산골 오지에서 의료 혜택을 거의 받아 보지 못하는 어려운 독거 노인들을 위해 10년 이상 의료 봉사활동을 한 우리 아사달 회장님이 존경스럽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마다 물질적인 면만 추구하는 모습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이 시대의 진정한 의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 봉사활동에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이번에도 박홍규 원장님이자 회장께서 거금의 사비를 들여 많은 약품을 비롯한 물품 그리고 성금까지 별도로 준비하여 전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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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아사달 회장님의 연설 ㅁ ⓒ 최선길


함양 명예 군민 1호 박홍규 원장님은 매암마을 외에도 함양 곳곳에서 사랑의 인술을 펼치고 있으며 <아사달> <헬프> 등의 단체를 이끌고 의사,한의사,약사, 간호사 등 대규모 의료 봉사를 펼쳐 함양 군민들의 뜨거운 신뢰를 받고 있다. 물질일변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사비를 털어넣어가면서 이렇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의사 선생님이 오늘은 오랜만에 주민들 앞에서 <아사달>회원들의 이번 방문에 대한 경과를 보고하고 있다.

함께 따라간 고1 막내 아들도 자매 결연 현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숨은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면서 아들도 10년 뒤에 한의사가 되어 이 마을을 다시 찾아오겠다고 털어놓았다. 일요일 아침부터 하루종일 자매결연 마을을 방문하느라고 피곤하였을텐데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사진자료를 많이 중비하는 막내 아들이 새롭게 느껴진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여 이 사회에 기여하는 의료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반회원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부산으로 돌아가면 오늘 하루 받았던 감상을 두고두고 기억하게 되겠지. 학교 교과서에서 배우는 노령화 사회의 현실을 몸으로 겪는 산체험을 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막내 아들 건엽이도 함께 가다 아사달 회원들과 매암마을 주민들이 부산 <아사달>회장 박홍규 소아청소년과 원장님의 경과보고를 듣고 있다 ⓒ 최선길


20여년 전 박홍규(박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31대 회장이 지리산을 등반하다 마천면 강청리와 만난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이후 박 원장은 산행 때마다 강청리에 들러 의료봉사를 했고, 결국 지난 2000년부터 헬프클럽 차원에서 마천면 의료봉사에 나서게 됐다. 마천면 여러 마을에 의료 봉사활동을 펼치는 과정에서 최근에는 우리 단체인 부산 <아사달>과 마천면 매암마을과 자매 결연을 맺었고 마천 농협 마당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1000명 이상이 동시에 혜택을 받는 대규모 봉사활동을 해마다 해 오고 있다. 병원 시설이 미흡한 산골 오지 마을의 주민들에게 의 료룡사활동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의료 봉사활동 장면 초등학교 강당에서 마을 어르신들이 의료 봉사를 받고 있다 ⓒ 최선길


2003년엔 헬프클럽과 강청리가 자매결연을 했으며 이듬해엔 당시 헬프클럽 회원 43명 전원이 명예 함양군민이 됐다. 헬프클럽이 자매마을 특산물을 팔아주고 마천초등·중학교에 장학금을 지원하자 함양군은 강청리의 군유지를 떼어내 '헬프동산'을 조성하고 '혜파(惠播·'헬프'의 음차 표기)정'이라는 정자도 만들어줬다. 헬프클럽의 'HELP'는 '건강(Health) 경제(Economy) 사랑(Love) 정열(Passion)'의 머리글자. 회원끼리는 서로 돕고, 밖으로는 봉사하자며 지난 1974년 부산에서 창립된 모임. 주요 활동인 의료봉사는 자매마을이 있는 함양지역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도 복지관을 빌려 해마다 1~3차례 벌인다. 소규모 봉사활동도 틈틈이 한다. 박홍규 <아사달> 회장은 "혹시 의료사고라도 생길까 봐 가장 마음이 쓰인다"며 "의약분업으로 약품 조달도 전보다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하지만 34년의 연륜에다, 연말에 자매마을 주민에게 나눠주기 위해 달력을 모으는 세심함을 갖춘 모임이라면 그런 어려움이 별로 장애가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마을회관에서 풍성한 점심 식사 매암마을 주민들의 정성어린 점심 식사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주수명 마천면장님 앞의 막내 아들 건엽 ⓒ 최선길


특히 박원장이 2007년에는 한국헬프클럽·햄 부산 함양지부를 이끌고  마천면민 1천명에게  함양군 마천면 농협회의실과 광장에서 지난 7일 한국헬프클럽(박홍규 포함 20명)과 아마추어무선연맹 부산지부 회원, 함양지부회원 등 120명이 참여해 면민 1천여 명에게 의료 봉사를 비롯한 자원봉사를 실시했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의료진료 412명, 돋보기 안경 지급 220명, 영양제 투여 325명 이미용 112명에게 자원봉사를 하였다. 농촌에 가기 힘든 주민들은 링거를 통한 영양주사를 맞으며 자원봉사측에서 마련한 가수 등이 참여한 음악공연을 관람하는 등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그동안 마천면에서? 여러차례 자원봉사를 하여 이날 함양군으로부터 한국헬프클럽 회원 41명 전원에게 함양군민증을 수여하였다. 그해 행사  전날 참가 봉사자들은 자매결연지인 강청, 도촌, 매암 등에서 농촌의 토속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숙식을 하면서 자매결연의 끈을 더욱 돈독하게 하였다. 이에 주민들은 감사의 뜻으로 주민 지창수씨가 500명분의 중식과 돼지 두 마리 등 먹거리를 제공하고, 마천농협과 면사무소는 취나물 50봉지와 누렁호박 50개를 선물을 전해주었다. 영양주사를 맞고 머리를 손질한 주민 김모씨는 "아들도 하기 힘든 일을 전면민에게 자원봉사를 하다니 너무 고맙다"고 말하면서 "너무 즐거워 10년은 더 살 것 같다"고 말했다. 

목민관의 정신 천사령 함양군수님의 연설 모습 ⓒ 최선길


그리고 이날 행사 중에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천사령 함양군수님의 모습이 마을 회관을 방문하는데 처음에는 마을 이장님인 줄 알았다. 색깔이 바랜 점퍼를 입고 차에서 내리지마자 회관 앞에 서 있는 시골의 촌로들의 거친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일일이 껴안아 주는 모습이 정말 색다르게 느껴졌다. 1년 가도 외지인들이 거의 오지 않는 산간 오지마을에 군수님이 오셨다고 "군수님", "군수님"하면서 주민들이 흡사 부모를 대하듯이 선뜻선뜻 다가서는 것이 아닌가. 검은 양복에 근엄한 모습을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관료들의 모습만 생각하다 저렇게 소박한 모습의 목민관이 이 시대에도 있다니 정말 놀라울 뿐이었다. 전국의 수만은 시군구 단체장들이 천사령 함양 군수님처럼 인자한 부모님같은 목민관이 되어 우리 국민들이 따뜻한 정치의 혜택을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다.

행사를 지켜보고 있는 마을 어르신들 마을회관 마당에서 전달 물품과 성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최선길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고 마을에는 노인들만 남아 있었다. 오랜만에 관광버스에 가득 타고 마을을 방문한 도회지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시는 그분들은 진정으로 고마웠지만 도시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 얼마나 그립겠는가. 그리고 그 자식들은 또 이 부모님들이 얼마나 그립겠는가? 오늘 가져온 성금이나 물품도 중요하겠지만 사람 사는 마을에 젊은이나 아이들 소리가 끊긴지 오래되었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군수님의 마천면 역사 설명과 박홍규 아사달 회장님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노령화 사회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농촌 산간 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자매결연을 맺고 의료 봉사활동을 와서 그들을 자주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들이 세월 속에서 잃은 것이 한두 가지이겠는가. 우리들 모두 마음을 모아 그들의 상심한 마음을 위로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한 인정들이 이 사회에 자연스럽게 번저나가야 한다.

마천면 오도재에서 아사달 회원들의 생일잔치 이번 자매결연 마을 방문을 계기로 의미있는 일을 더욱 많이 하자는 생일잔치를 오도재 정상에서 거행하다 ⓒ 최선길


자 이제 매암 마을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준비해 준 음식들을 가득 안고 마을을 떠나 오도재 고개 정상에서 우리 아사달 회원들의 생일잔치를 열었다. 여느 단체의 행사처럼 화려하게 치러지진 않았지만 저멀리 오도재 넘어 백무동 지리산 겨울 바람도 시원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오늘은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생일을 맞은 아사달 회원들도 모두 건강하게 생활하면서 빠른 시일 안에 다시 이 매암마을을 찾아오기를 기원해 본다.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하여 산간 오지 마을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훗날 우리가 그 분들의 연령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여 지금 보다 즐겁고 건강한 삶을 누리면서 이 사회가 따뜻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우리 아사달 회원들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당일치기 행사라서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정말 의미있는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당일치기 행사라서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정말 의미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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