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시청 여기의 층번호는 1층이 지하 1층, 2층은 1층 참 이상하다 ⓒ 김수일
나는 아파트 10층에 살기 때문에 출퇴근할 때 승강기를 이용한다. 도시의 아파트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을 것이다. 승강기는 자동차나 텔레비전 등과 함께 일상생활용품이 된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유럽에서 호텔에 들어가면 여행 가이드는 반드시 승강기를 탈 때 주의하도록 당부한다. 그곳 여러 나라에서는 건물의 층 번호가 우리와 달리 0층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주의를 하지 않으면 다른 층에 내려 헤매게 된다. 0과 1의 차이, 큰 차이가 아닌데,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불편하여 짜증스런 마음이 잠시 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 포항시 청사의 층 번호는 일반 건물과 다르다. 유럽식이 아닌 우리식이 분명한데, 1층을 지하 1층으로 하였고, 2층을 1층으로 하였다. 이런 데가 또 있을까 싶고, '세상에 이런 일이' TV 프로에 나올 듯해 보인다.
시청 공무원들이나 의원들처럼 자주 드나드는 사람은 몸에 익어 이상한 느낌을 받지 않을 터이지만, 처음이거나 간혹 가는 사람은 당황스럽게 만든다.
정부 청사와 같은 공공건물은 굳이 특별하게 만들 충분한 이유가 없는 한 사람들을 낯설게 만들지 말고 자기 집처럼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일반관행을 따르는 게 좋다. 포항시청이 준공될 당시엔 그래야 할 사연이 있었겠지만,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자연스럽도록 고쳐놓아야 했다. 그러나 세월이 제법 흘렀음에도 아직도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은 시청을 찾는 시민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라 탓해도 변명할 거리가 없을 것 같다. 그것은 개인의 인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던 권위주의 시대 공무원들의 자세였다. 정부의 주인이 시민인 민주정부에서는 그런 사소한 불편이라도 시민이 느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우려 세심하게 살펴 바로잡아야 옳다. 그게 시민에 대한 정부의 도리이고, 상식이 통하는 민주사회를 만드는 일의 시작이며, 필요한 개혁이다.
정부는 대통령, 시장, 의회 등과 그들이 임명한 공무원들의 집합체이다. 민원인들에게는 공무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부인 것이다. 우리사회에는 그런 인식들이 부족해 보인다.
공무원노조 문제로 소란스러운 것을 보면서 공무원들이 본연의 임무는 소홀히 하면서 자기들의 권익 챙기기에 열정을 쏟는 듯 보인다. 그들이 노동쟁의를 한다면 누구에게 하는 것인가? 공무원의 신분은 공무원법으로 충분하게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너무 보호되어 일반 사기업체에서라면 중징계를 받을 만한 부정이나 과실을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로 어물쩍 넘어간 사례들을 언론에서 종종 듣는다. 정부를 비롯한 모든 단체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제도가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썩는다. 그게 잘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들 중 하나가 기득권을 누리는 공무원들의 저항 때문이라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다. 그런데 무슨 노동조합이란 말인가? 노동조합은 본래 신분의 안정과 권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기업체의 근로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나는 상식이 통하는 선진사회에서 살고 싶다. 시청의 층 번호를 예로 들었지만, 꼭 필요해 보이지 않는 교통신호등 때문에 걸어 다니기 싫게 하는 일 등 사회에는 부자연스러운 일들이 많다. 공무원은 관행적으로 늘 처리하던 일이라도 시대가 변하고 민심이 변하여 누구 한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은 없는지 늘 묻고 살피고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글 쓴이: 조유현, 포항 녹색소비자 연대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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