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기름유출사태, 다섯 번째 죽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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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희(kaos80)등록 2010.03.09 20:12
국회, 정부, 법원은 대오각성하고 결단하라-
2007년 12월 7일 대형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의 선체를 삼성중공업의 해상기중기 선단이 파괴함으로써 기름이 유출되어 12만 명 이상의 어민 등이 약 3조 5천억 원의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1백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모래와 갯벌, 바위와 자갈에 붙은 검은 기름띠 제거에 나섰고, 각 정당과 대통령 후보들, 국회의원들이 피해배상과 복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태안은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온 듯 보였다.

그러나, 2년 4개월이 지난 지금 피해지역은 폐허로 방치되어 있고, 피해배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생계가 막막해진 피해어민 세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올해 2월 26일 네 번째로 전피해어민손해배상대책위원장 성정대씨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름유출 사고 후 2년 4개월째.

피해어민들은 죽어가고, 어장은 황폐하고, 피해배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체, 2009년 12월 서울고등법원은 삼성중공업의 사고책임제한액을 56억 원으로 산정하였다. 작고한 성정대위원장은 이 판결소식을 듣고 "한 가구의 피해액도 안 되는 돈" 이라고 절규했다. 왜 피해배상이 제대로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가?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을 죽음으로 내 몰아야 한단 말인가?

2008년 1월 '태안지원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그러나 이 특별법은 각 정당 지도자들과 국회의원들의 당초의 약속과 달리 피해배상을 위한 핵심내용이 대부분 빠져버림으로써 특별법의 의미가 퇴색했고, 사태해결의 도움을 주기는커녕 피해배상액 산정과 절차, 시기를 지연시키고 사태를 악화시켰다. 결국 이런 악법이 피해배상을 위한 법원의 판결마저 지연, 혼란에 빠뜨림으로써 네 사람의 피해어민이 생목숨을 끊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당초 여야의원 253명이 발의한 특별법 원안에는 가해자에게 국제기금 배상한도액을 초과하는 배상금과 환경복구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핵심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해 완전한 손해배상의 범위와 신속한 배상책임의 원칙, 정부의 피해자손해액 증거조사, 배상청구권 행사에 필요한 자금지원, 피해지역에 대한 각종지원사항을 명시했다. 그런데, 이런 원안이 수정되어 정부의 견해와 주장을 담은 대안이 통과되고 말았다.

이런 과정을 거친 특별법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1.     삼성중공업의 해상크레인바지선단이 유조선을 '선박파괴'한 것이 명백하고, 검찰도 관련자들을 같은 취지로 기소했음에도 특별법은 '선박충돌'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삼성중공업이 주 가해자로 부각됨으로써 손해배상책임이 크지는 것을 막고, 사고경위를 왜곡시킬 소지가 있다.

2.     대책위원회구성 원안은 위원의 절반을 피해자단체가 추천하거나, 전문성 있는 민간인을 선정토록 했으나, 통과된 법안은 '중앙행정기관의장 또는 관계기관단체의장만을 위원에 임명, 위촉' 할 수 있도록 수정하였다. 이는 피해어민 등의 의견반영 통로를 원천 봉쇄해 버린 것이다.

3.     피해어민 등에 대한 정부의 선급금 지급을 특별법은 사실상 막아버렸다. 피해어민 들이 국제기구로부터 손해배상을 지급받는 데에는 오랜 시일이 소요되는 실정이므로 정부가 피해자 등에게 미리 일정범위의 금액을 지급할 수 있는 선급금제도를 채택함이 마땅한데도 특별법은 '국제기금'에서 사정한 손해액을 기준으로 선급금을 결정, 지급한다고 규정함으로써(동법 8조2항) 피해어민들을 기망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국제기금의 사정이 결론 나지 않음으로써 피해주민에게는 한 푼의 선급금도 지급되지 않았다. 선급금지급은 국제기금의 사정과 관계없이 우리정부가 긴급히 집행함에도 방관, 방치하고 있다.

4.     기름유출사태는 우리의 영토(영해)안에서 일어난 것으로서 당연히 우리국민이 손해배상청구권을 갖고 우리나라의 법 절차에 따라서 법원이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별법은 외국법인인 '국제기금'이 손해액 산정의 전문자격이 없는 해사결정업체에 사정을 의뢰하도록 함으로서 '손해사정주권'을 포기했다.

위와 같은 흠결을 안고 있는 특별법은 위헌요소가 있으며, 이 법에 기반하여 법원마저 피해어민들의 손해배상에 소극적이거나 황당한 판결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미 네 사람의 피해어민들이 죽어갔다.

다섯 번째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국회, 정부, 법원은 대오각성 해야 하며 통분하고 있는 생존피해어민들을 살려내기 위한 태안지원특별법의 개정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위 기고문은 박찬종 전 의원이 태안신문에 기고한 내용으로 본인의 허락을 받아 송고합니다.
인물사진은 기타파일넣기에 첨부해 보내드립니다.
첨부파일 박찬종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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