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당(滿醉?) 일기

신발이 왜 안신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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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일(ksi7829)등록 2010.03.11 10:55
술만 먹으면 필름이 뚝 끊기는 만취(滿醉)당 이야기
지금 내가 쓰려는 취객의 이야기는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 화려한 불빛 아래의 양주나 맥주에 취한 이야기도 아니며 크리스마스이브의 포도주에 취한 이야기도 아니다. 도시의 네온사인도 크리스마스도 모르는 시골 사람들의 오직 막걸리에 취한 이야기를 쓰려한다. 그저 외로워서 일 하기 위해서 남이 마시니까 마신 술이 취했던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다.

1. 이놈의 신발이 왜 신기질 않지
김 씨는 시골 양조장에서 일을 했다. 성품은 순박하고 무던하여 말 그대로 순수한 시골 사람이었다. 그는 주인이 일을 시켜 두고 외출을 하여도 끼를 굶더라도 하루 종일 그대로 일을 하였다. 그러다가 배가 고프면 거르지도 않은 잘 익은 술을 떠서 허기를 면하기 일 수였다. 그럭저럭 세월이 흐르니 술 담그는 일 술 거르는 일 등을 하면서 술을 퍼 먹는 것이 습관화 되고 술을 주식처럼 먹게 되었는데 취기가 슬슬 오르면 헛짓을 하는 버릇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김 씨의 술 취한 이야기 중 한 가지만 골라 본다.
양조장을 지키기 위한 개한 마리가 매여져 있었는데 평소 술이 약간 취할 때면 술을 거른 찌꺼기(일면-알레기)를 한 움큼 쥐고 억지로 개에게 먹이며 "너 놈은 양조장 지킴이고, 나는 양조장 머슴 아닌가. 그러니 너나 나나 똑 같은 팔자로 태어났으니 너도 나처럼 취해봐라 기분 좋지"하며 쉬는 여가 있으면 개에게 술 찌꺼기를 퍼 먹이며 즐겨 했었다 한다. 그런데 김 씨는 아침에 출근 하면 반드시 신고 온 농군화(지금 농구화화 비슷하게 생긴 신발)을 벗어 두고 고무신을 갈아 신고서 일을 하고 퇴근 때는 다시 농군화로 바꾸어 신었다. 그러던 어느 날 끙끙대는 개 소리가 들려서 주인이 가보니 김 씨가 만취가 되어서 눈을 감고 발을 개의 머리에 얹어두고 개의 귀를 두 손으로 힘껏 잡아당기며 "이 놈의 신이 왜 신기지 않지. 이놈의 신이 왜 신기지 않지 ..."라고 중얼 대고 있더라는 거랍니다.
그렇게 만취 상태가 되어 자기 농군화인 줄로 알고 개의 귀를 힘껏 당겼는데도 어째서 개가 김 씨를 물어 버리지 않았는가의 나의 질문에 이야기를 하여 주시는 분께서 "워낙 사람 좋았고 평소 개와 친했기 때문이란다. 과연 개와 김 씨는 상통하는 사이였을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2. 어이 시원하다.
내가 고종(사촌)이 되는 분이 평소 술을 좋아 분이라서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해서 실수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자기는 실수한 적이 없다면서 그의 어머니(나의 고모)는 실수를 종종하였다며 허허야 웃었다.
고모님은 일찍이 고모부가 돌아가시고 혼자서 어린 3남매를 교육시켜 훌륭하게 키운 분으로 정말 열심히 사신 분이다. 그러한 가운데 사는 것이 어렵고 외로우시니까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고 실수를 많이 하신 분이라 생각한다.
고종의 이야기에 의하면 하루는 저녁을 챙겨 주시고 이웃집에 가셔서 아주머니들과 또 어울려서 술이 만당이 되어서 들어오셨는데, 평소 같으면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하시다 주무시는데 그날따라 별 말씀도 없이 자리에 누우시더니 코를 골면서 조용히 주시더라는 겁니다. 3남매는 '오늘은 어머니가 남들하고 다투었는가 아니면 무슨 걱정거리가 생긴 것인가.'하면서 서로 눈치를 보다가 잠이 들었더랍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한잠을 자고 있는데 뭔가 고종의 얼굴을 누르는 듯싶더니 뜨거운 물벼락이 치더랍니다. 처음에는 잠결에 사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엄마가 내 머리에 오줌을 싸고 있구나를 직감하며 " 엄마 내다." 하고 외쳤지만 엄마는 끝까지 볼일 보시고 "어 시원하다" 한마디 남기고 자리에 다시 눕자마자 코를 골며 주무시더랍니다.

그 난리를 치누느라 삼남매가 모두 깨어서 대충 닦고 치우고 겨우 잠이 들었을 때는 해가 뜨고 날이 밝았다는 것입니다. 그의 어머니는 평소대로 아침을 하여 삼남매를 깨우다가 젖은 이불을 보더니 "어느 놈이 오줌을 쌌느냐."고 호통을 치더랍니다.  그래서 형이 "엄마가가 아무개 머리가 요강인 줄 알고 오줌 쌌잖아" 하니까 "절대로 그런 일 없다."며 다시 부엌으로 나가 버리더라는 것입니다. 아들의 얼굴이 요강인 줄 알고 실수한 그 일이 있는 이후 자신도 느꼈는지 고모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일체 술을 입에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건 외롭고 괴로운 이의 만취 실수 일 거라 생각해 본다.

3. 김장 김치 속 다 어디 갔어.
지금은 장노교 교회 권사인 할머니의 이야기다.
처갓집 모임 장소에서 짓궂은 사위하나가 막걸리 한잔을 가득 부어서 "장모님 한잔 하십시오."하며 술잔을 내밀자 장모님은 손사래를 치시며 거절 하자 , 사위가"장모님은 옛날에 술을 많이 하셨다는데 한잔하십시오."하며 술잔을 내밀자 다시 거절하시며 "그래 옛날에는 술을 좀했었지"하시며 웃으신다. 그제서야 여러 사람이 "옛날에는 어느 정도 하셨는데요." 하며 이야기하시라고 야단하자.
"음- 이야기야 할 수 있지. 그때 우리가 시골에서 정미소를 하였는데 무조건 오는 손님에게 대접을 하였어. 동짓달이었는데 김장을 할 시기가 되어서 이웃집 새댁을 놉을 하여 김치를 담그려고 양념과 갈치 좋은 놈으로 김치 속을 만들었는데 마침 그날 따라서 정미를 하러 오는 손님이 많았지. 그 당시엔 가난한 시대여서 갈치를 넣어서 김치 속을 만들어 김장하는 집이 적었지. 그러니까 그 갈치가 술안주로서는 최고에 들었어. 대접하는 술은 몇 말이 있었는데 술 한 잔 권하고 김치 속 만든 것 한 줌씩 집어주었지. 그러면 술 받아먹은 사람들은 또 새댁과 나에게 술잔을 권하게 되다 보니 정미를 하러 온신 분들은 한 잔이었지만 우리 두 사람은 그 들에게서 계속 한 잔씩을 받게 되니 취하기 시작하였고 취한 이후에는 고객이고 뭐고 다 잊어버리고 새댁과 내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완전히 취해서

며 김치 속을 다먹어 치워버리고 이후에는 기억력이 상실되어서 어떻게 되었는지 몰랐지. 이튿날까지 알딸달 취해서 딸년들을 모두 불러 놓고 도대체 김치 속은 어디 갔느냐고 호통을 쳤지. 알고 보니 새댁과 내가 다 먹어 치워 버린 거야."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어쩌긴 어째 어쩔 수 없이 다시 사다가 김치 속 만들어서 담궜지"하시 허허야 웃으셨다. 그리고 술은 술을 먹게 하고 사람은 결국 술에 지게 되고 실수를 하게 되는 거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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