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대신 고양이 기르는 유성구청

예산 부족하다며 해마다 설치, 전시행정의 표본... 비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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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권(goodnews)등록 2010.03.25 18:02

유성구청 호랑이 모형 설치장 유성구청이 12간지를 설명한다는 취지로 모형 호랑이를 설치하고 호랑이 대신 고양이 5마리를 키우고 있어 온천 관광특구와 맞지 않는 전시행정이고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있다. ⓒ 윤형권


진동규 구청장 부임하던 돼지해에는 돼지 키워

유성구청(구청장 진동규)이 주차장 한가운데에 호랑이 모형을 전시하고 호랑이 대신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 방문객들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유성구청은 12간지를 설명하려는 목적으로 구청 주차장 한가운데 144㎡(45평 정도) 면적에 '호랑이 학습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배꼽을 잡고 웃을 일은 우스꽝스럽게 생긴 호랑이 모형 5마리를 울타리 안에 설치하고, 한쪽 옆에 고양이 사육장을 만들어 호랑이 대신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것.

이처럼 '웃기는 발상'의 시작은 진동규 유성구청장이 처음 부임하고 부터다. 진 구청장이 초선으로 당선된 2006년에는 유성구청 주차장 한가운데에 돼지우리를 만들고 돼지를 키웠다. 그 다음해에는 쥐를 키웠고, 소의 해인 2009년엔 소를 키웠다. 내년엔 토끼를 키울 예정이고 2012년엔 용의 해인데 "용 대신 키울 만한 게 마땅치 않아 고민"이라고 담당자는 전한다.

이처럼 해가 바뀔 때마다 사육장과 모형을 새로이 설치해야 하는데, 예산이 문제다. 호랑이 모형을 만드는 데 수백만 원이 들었고, 학습장을 설치하는 데도 별도의 예산이 투입된다.

고양이를 도맡아 관리하는 유성구청 공무원도 있다. 해가 바뀔 때 마다 담당부서와 담당 공무원도 바뀐다고 한다. 호랑이 대신 고양이를 도맡아 관리하는 담당자인 박아무개씨에 의하면 고양이는 대전시수의사협회에서 협찬을 받고 있어 유지비용은 많이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유성구청 주차장이 협소한데 굳이 호랑이 모형까지 만들어가며 전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어린이집에서도 구경을 온다"며 엉뚱한 대답을 했다.

유성구청에서 기르고 있는 고양이 유성구청(진동규 구청장)은 12간지를 설명한다는 취지로 모형 호랑이를 주차장 한가운데 설치하고 한 옆에 호랑이 대신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호랑이는 고양이과에 속한다는 친절한 설명도 곁드렸다. ⓒ 윤형권

12간지 학습과 온천 관광이 무슨 연관?

유성구청 인근 한빛 아파트에 사는 주부 이아무개씨는 "전형적인 전시행정 아니냐? 호랑이도 한국산도 아닌 것 같고 학습을 목적으로 한다면 동물원에 가면 되는 것 아니냐? 예산낭비"라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유성구 도룡동에 살고 있는 임아무개씨는 "구청에 갈 때마다 주차를 못해 주변 도로에 주차하는 바람에 교통범칙금을 낼 뻔한 일도 있다"며 "이상하게 생긴 호랑이가 주차장을 차지하고 있어 시민들이 골탕 먹는다. 유성구청이 어린이 놀이동산이라도 돼냐"며 버럭 볼멘소리를 퍼부었다.

유성구청에서 "쥐를 키우든 돼지를 키우든 상관하지 마"라고 하겠지만, 곰곰이 새겨보자. 유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온천관광특구다. 유성은 전국각지는 물론이고 외국에서 특히 일본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유성을 찾은 관광객이 유성구청을 방문했을 때 우스꽝스럽고 조잡스런 호랑이 모형 5마리가 있고 한 옆에 유리 사육장에 갇힌 고양이 5마리를 보았을 때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질까?

유성구 청사에 들어서면 온천과 관련된 볼거리와 자료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온천과 돼지, 뱀, 소 등 12간지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구청장이 부임하면서 즉흥적인 발상을 내고 수천만원씩 예산을 들여서 구청 주차장 한가운데에 호랑이 대신 고양이를 키우고 쥐를 키우는 게 과연 대한민국 온천 관광특구 유성구청이 할 일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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