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안양 한라, 새로운 역사를 쓰다

2009-2010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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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일(sambokim)등록 2010.04.01 12:18

우리가 아시아의 새로운 왕 ! 지난 3월 28일(일) 일본 구시로에서 벌어진 2009-2010 아시아리그 플레이오프 결승 5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일본제지 크레인스를 연장전에서 제압한 후 우승 세레모니를 하고 있는 안양 한라. ⓒ 김형일


국제아이스하키연맹 공식 홈페이지 iihf.com 에서는 오늘 안양한라의 우승에 대한 기사가 기재됐다. 마틴 메릭 기자는 IIHF 기자로 세계 아이스하키 리그를 꿰뚫고 있는 하키 전문가. 그는 이번 한라의 우승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을 실어 아이스하키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기사의 원문은 IIHF 공식홈페이지 및 안양 한라의 영문사이트를 통해 접할 수 있다.

다음은 IIHL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기사의 번역문이다.

안양 한라, 한국팀 사상 첫 아시아리그 우승

그들은 한국 버젼의 '빙판의 기적(Miracle on Ice)'이라고 부른다. 안양 한라가 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일본제지 크레인스와의 살 떨리는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한국팀으로는 아시아리그 사상 처음으로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2003년 리그 출범 이후 6시즌 연속 이전까지 일본팀들이 우승 자리를 독식해 왔다.

지난 94년 창단된 이 구단은 한라 그룹이라는 모체가 연간 약 30억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스하키단. 아시아리그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참가하고 있다. 춘천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하이원과 함께 아시아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유일의 팀. 참고로 이외에 한국에는 현재 총 4개의 대학팀들이 있다.

서울에서 약 20km 정도 떨어져 있는 안양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한라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정규시즌에서 1위를 따냈다. 지난 시즌에는 준결승에서 패했지만 이번에는 기쁜 결과를 얻었다.

지난 시즌(2009)에는 크레인스가 안양 한라를 준결승에서 꺾고 결승에 오르면서 아시아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올 시즌에는 양 팀이 포스트 시즌에서 다시 만나면서 5전 3선승제 결승 시리즈에서 결국 마지막인 5차전에서 끝을 보게 됐다.

지난 일요일, 약 2,695명의 관객들이 모인 일본 구시로에서 벌어진 5차전 경기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쓴 명승부였다. 크레인스의 공격수 이이무라가 3피리어드 약 3분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득점, 4-3으로 리드하면서 일본팀의 2연패가 확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한라는 손호성 골리를 빼고 추가 선수를 투입했고 결국 공격수 김기성이 3피리어드 종료 17초를 남기고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승부를 연장전까지 몰고 갔다. 이번 연장전은 이번 시리즈 5경기 중 무려 4번째 OT.

연장전에서 한라의 주장 김우재가 연장 4분 33초경 때린 슛이 골망을 흔들면서 원정팀인 한라의 승리로 끝나게 됐다. '올해의 감독상'을 차지한 한라의 심의식 감독은 경기 후 소감에서"정말 믿을 수 없다. 지금까지 계속 일본팀들이 우승을 해 왔지만 우리가 크레인스를 이겼다. 이 기쁨을 표현하기 너무 힘들다."라고 말했다.

안양 한라의 주장 김우재가 역사적인 한라의 우승이 확정된 후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있다. ⓒ 김형일


이번 우승으로 한라는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모두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이는 지난 2007년 크레인스의 통합 우승 이후 아시아리그에서는 두번째 팀으로 기록됐다.

'빙판의 꽃미남'으로 한국에서 잘 알려진 NHL 에드몬턴 오일러스 유망주 브락 라던스키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MVP를 석권했다. 라던스키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9경기 모두 나와 7골 6도움 13포인트를 터뜨렸다.

한라의 유일한 체코용병 패트릭 마르티넥(39)은 정규시즌 MVP를 석권했는데 이번 우승 직후 "5년전 한국에 왔을 때는 한라의 우승은 꿈도 못 꿨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라는 그 어느팀들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기량이 좋아졌다. 이제 내 마지막 시즌으로써 편안하게 은퇴할 수 있게 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인들의 우승 후 매우 기뻐했다. 한라의 양승준 부장에게는 과거 가슴 아픈 기억들이 있었다. "10년 전, 일본팀과 친선경기를 요청했을 때 번번이 거절당했다. 하지만 이후 한국하키는 많이 발전했다. 앞으로도 더욱 좋아져야 하겠지만 지금은 이 리그에서 그 어느팀과 겨뤄도 당당하게 이길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한라의 우승으로 일본은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국제 대회에서 아시아 대표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한라의 우승은 역사적인 사건은 물론, 리그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특히 일본팀들이 독식하고 있던 이 리그에서 그 구도를 깨고 강력한 라이벌 형성과 신뢰성을 두텁게 형성했다는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이는 결국 아시아리그가 탄생된 당시 사무국이 원했던 그 궁극적인 목적이 달성된 것과 동시에 아시아에서 더욱 경쟁력 있고 프로다운 모습을 앞으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라의 배영호 코치는 "사실 한국에서의 아이스하키 환경을 좋지 않다. 다른 나라에 비해 링크가 많지 않고 선수들이 한참 때에 군대를 가야 한다. 일본에 비해서는 정말 열악하다."라고 밝히면서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한다. 우승을 위해서 정말 하나가 됐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아이스하키가 더 대중화 되어 있다. 현재 21,027명(세계 8위)이 선수로 등록되어 있는 반면에 한국은 고작 1,247명만의 선수들이 있다. 이러한 얇은 선수층 때문에 한라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있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라의 통역과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를 맡고 있는 구단의 김형일은 "사실상 이 리그에서는 용병싸움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팀과 리그의 질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라고 밝히고 이어 "독일 톱 리그인 DEL 이나 스위스A 리그만 보더라도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성적이 크게 좌우된다. 한라 역시 국내파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들과 손을 잡고 함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는 한라의 우승을 '작은 기적'이라 말한다."라고 말했다.

한라는 이전부터 외국인 선수들에 영입에 많은 경험을 해 왔다. 아시아리그 출범 초기부터 유명한 선수들이 한라를 거쳐 갔는데 5개의 스탠리컵 우승반지를 자랑하는 공격수 에사 티카넨을 비롯해 스타 공격수 피터 네드베드의 맏형인 수비수 야로슬라프 네드베드, 그리고 NHL에서 활약했던 공격수 지데닉 네드베드 등이 이들이다.

외국 선수들은 NHL이나 유럽에서도 그랬듯이 한국에서 뛰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들 외국인 선수들의 경험은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지는 데 또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시즌 중반에 합류한 수비수 더스틴 우드를 비롯해 DEL에서 한 시즌 경험한 라던스키, 그리고 AHL 휴스턴 에로스에서 뛰었던 수비수 존 아 등이 이들. 수비수 브래드 패스트 또한 AHL 과 스위스 A, 오스트리아 등에서 활약 후 한국으로 건너왔다. 약 13년 동안 체코와 러시아 등에서 뛰었던 마르티넥도 벌써 5년째 한라 유니폼을 입었다. 수비수 오노 타카유키만이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온 선수다.

존 아는 우승 이후 "여러 리그를 경험해 봤지만 이번 우승은 개인적으로 처음이다. 한국에 사는 것이 정말 재미있고 아시아리그에서의 경험도 너무 좋다. 정말 기분이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아시아리그는 총 7팀이 참가하는데 중국과 한국, 일본에 각각 연고지를 두고 있다. 정규시즌 36경기 소화 후 5전 3선승제의 준결승을 치르게 되는데 이번 준결승전에서는 한라가 하이원을 4차전에서, 크레인스 역시 오지 이글스에서 4차전에서 잡아내면서 각각 결승에 올랐다.

신생팀 도호쿠 프리블레이즈는 올 시즌 5위로 시즌을 끝냈다. 세이부 프린스 레빗츠가 경영난으로 해체되는 동시에 탄생된 팀이다. 닛코 아이스벅스는 승점 2점이 모자라 6위로 처졌고 하얼빈과 상하이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차이나 드레곤은 올 시즌 단 1승만을 건졌다.

이제 2009-2010 아시아리그가 모두 마쳤지만 각 나라 최고의 선수들이 매년 뭉치는 세계선수권대대회는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일본은 2010 IIHF 세계 선수권 A조 디비전1(3위)에 속해 있고 오는 4월 19일부터 25일까지 네덜란드에서 경기를 치른다. 디비젼 1에 재승격된 한국은 B조에 속해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슬로베니아에서, 디비젼 2 B조의 중국은 에스토니아에서 10일~16일까지 각각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글/ 마틴 메릭  번역/김형일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안양한라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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