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은 일본땅이 아니다.

우리의 나라와 언어에 대한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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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표(sunpyohwang)등록 2010.05.24 11:08
"쓰니마세..오웇,니.ㅊㄴ오냐ㅑㅑㅂㅈ둘ㄴㅇㅊ…?"

여행자로 보이는 이가 유창한 일본어로 지나가는 시민에게 묻는다. 여기는 일본의 도쿄나 오사카, 아니면 일본의 여타 유명 여행지일까? 아니다. 여기는 바로 대한민국 서울 명동.

일본인들은 한국시민들에게 거리낌 없이 일본말을

일본인들은 일본에서 일본어를 쓴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도 그대로 일본어를 쓴다. 일본 도쿄내 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며, 지금은 잠시 한국에 여행와 3개월째 머물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미츠코씨(22세ㆍ일본도쿄).

"한국에선 국어(일본어)를 써도 된다."

일본어로 말해도 한국인들은 잘 알려준다. 대화를 할 때 일본어를 곧 잘 하는 사람도 있을 뿐더러, 영어를 동원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니 한국에서는 일본말을 쓰고 다녀도 된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일본에 가면 어떻게든 되지도 않는 일본어로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일본에 오면, 말을 배우기 전의 '어린네'가 하는 것과 같은 일본어로 자신들에게 말을 건넨다"며, "(한국인들은) 일본에 단 하루 이틀 머물더라도 일본어를 많이 배워 오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일본 유학(목적) 뿐만 아니라, (단순히) 여행을 가기 위해 배우는 사람들도 많고요.." 서울 종로 A어학원 상담원의 말.

외국인들은 한국에 오면 우리에게 영어

얼마전 지하철에서 외국인에게 길을 알려주었다는 김아무개군(23세ㆍ서울강동구)은 "외국인이 시종일관 영어로 물었는데, 나도 (영어를) 좀 해서 영어로 답해주었다."며 "예전보다 내 영어가 많이 늘어있던 것을 알고 좋았다. 영어를 잘하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나를) 보는 것 같더라."

예전에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어느 외국인이 나와 했던 말이 있다. 한국인들은 외국인만 만나면 어떻게든 영어를 한번 더 써볼까 안달내는 것 같다고.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에게 적어도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려운 나라는 아니다. 그래서 또 그만큼 쉬운 나라다.

"한국인들은 자기 언어와 나라에 대해 아무 관점이 없는 것 같다. 자기들은 외국에 나가서 어떻게든 괴발개발 그 나라 말을 하려고 애쓰면서, 반대로 또 자기네 나라에서는 외국인들에게 그들의 말을 해주려고 괴발개발 애쓴다. 이중으로 애쓰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3년째 한국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사라씨(34ㆍ아일랜드)의 말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간 모른 체 하며 지내오던 사실을 다시한번 일깨운다.

"강대국과 약소국의 설움아니겠는가?" 아니. "나라와 국어에 대한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 것"

"우리나라가 약소국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조아무개군(29세ㆍ서울강남구)의 시각은 그동안 계속해서 우리를 지배해왔다. 또한 "관광을 위해서 인터내셔널한 언어들을 써주는 게 맞는 것 아니냐?"라는 장아무개군(28세ㆍ경기도수원)의 말은 대한민국에서 외국인관광 활성화를 추진해오던 사람들이 자주 쓰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런 시각이 있다.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어떤 외국인 여성이 영어로 내게 물었다. 나는 자연스레 한국어로 말을 해주었다. 이내 지하철에 내려 길을 가는데 조금전의 그 여성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손에 들린 영어원서 책을 보니, 영어를 잘할 것 같은데 왜 영어로 말을 하지 않았냐고. 그래서 나는 "여기는 한국사람들이 사는 한국이 아니냐" 그리고 "당신은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여행자인데, 그 나라의 기본적인 언어구사도 없이 그렇게 처음부터 줄곧 영어로 말하는 것은 실례인 것 같다"  김용석(영산대 교수) 철학자의 일화

우리는 우리의 나라와 국어에 대한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닐까? 프랑스는 자기의 나라와 언어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이 대단하기로 유명하다. 많은 프랑스인들이 영어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자기네 나라에 와서 프랑스어를 쓰지 않으면 길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국애와 자국어에 대한 개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해외여행자의 기본인 '그 여행지의 기본 말들'조차 익히지 않는 성의없는 외국인 여행자들에 지나치게 관대해온 것은 아닌지. 그래서 시종일관 자기네 나라 말로 떠들다가 "왜 이해 안되냐"라고 오히려 당당히 반문하는 오만한 외국인 여행자들을 바로 우리 스스로가 양산시켜왔던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 안에서 외국여행자들이 "안녕하세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같은 최소한의 말 한마디조차 하려들지 않게 하고 있는 주범인 우리는,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말을 어떻게든 '괴발개발'이라도 하려드는 행동이 부끄러운 것임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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