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골재노동자의 증언, "4대강사업은 강을 도로 죽이는 짓"

골재노동자들의 '4대강사업 반대, 한나라당 규탄 결의대회'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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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grreview30)등록 2010.04.09 16:22

골재노동자들의 외침 한나라당 경북도당 앞에서 '4대강사업 반대, 한나라당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대구경북 골재원노동자들 ⓒ 정수근


4대강 사업으로 강에서 쫓겨나는 이들은 비단 농민들과 야생동물들만이 아닙니다. 평생을 강에서 일해오던 노동자들인 골재노동자들 또한 4대강 사업으로 자신들 평생의 일터에서 쫓겨나고 있었습니다. 8일 오후 한라나당 경북도당 앞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애절한 목소리를 전해봅니다. - 기자 주

4대강 사업으로 평생 일터에서 쫓겨나는 골재노동자들

"4대강사업 강행하는 한나라당 규탄한다!, 골재노동자 생존권 강탈하는 4대강사업 반대한다!, 골재노동자 생존권 외면하는 한나라당은 자폭하라!"

8일 오후 3시 한나라당 경북도당 당사 앞은 이렇게 쩌렁쩌렁한 함성소리가 에워쌌고, 똑같은 유니폼을 맞춰 입은 한무리의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바로 4대강 사업으로 평생을 일해오던 일터에서 쫓겨나게 된 노동자들, 바로 골재노동자들이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4대강 사업 반대, 한나라당 규탄 결의대회'를 그렇게 분노한 함성으로 시작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나라당 OUT 이것보다 더 선명한 구호가 어디 있으랴? 4대강사업으로 생존의 벼랑에 내몰린 골재노동자와 농민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부자정당 한나라당은 당연히 'OUT'되어야 한다 ⓒ 정수근


그랬다. 4대강사업으로 강에서 쫓겨나는 것은 비단 농민들과 야생동식물들만이 아니었다. 평생을 강에서 일해오던 노동자들인 골재노동자들 또한 4대강 사업으로 자신들의 평생 일터에서 쫓겨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여당인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자신들의 생존권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엄청난 속도전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에게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메시지는 단순히 그들이 생존권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 또한 어린시절부터 낙동강과 가까이 지낸 장본인들로서 생명의 강 낙동강을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 달성보 공사장 인근의 현장에서 일했다는 한 노동자는 말했다.

어느 골재노동자의 증언, "4대강사업은 강을 도로 죽이는 짓이다"

 "그전에 낙동강에 가보면 지금 이맘때 낙동강은 한창 강가에 꽃이 피고, 고라니가 뛰놀고, 심지어 제가 일하던 현장엔 수달까지 나와서 놀던 곳이었습니다."

이것이 낙동강물이다 4대강사업은 이처럼 도리어 강을 죽이고 있다. 공사로 인해서 정체되어 썩어가고 있는 낙동강물의 모습이다. 골재노동자의 말처럼 이곳에 물고기가 어떻게 알을 낳을 수가 있겠는가? ⓒ 정수근


그런데 그러던 곳이 "하지만 지금은 강에 가보면 온통 강물이 흙탕물로 변했고, 강물 속에 있던 풀(수초)을 다 걷어내고, 그리고 고기도 없습니다. 지금 한창 고기들이 그 풀(수초)을 찾아가지고 알을 낳아야 하는데, 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왜?, 그 풀을 포크레인으로 다 걷어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이명박 씨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사업"이란 것이고, "4대강 사업은 도리어 강을 죽이는 짓이"란 것이다. 그리고 분노한 그의 증언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 달성보에 가보면 달성보 현장에서 나온 오니층을 강가에 매립시켜놨습니다. 매립시켜놓고 거기에 모래를 덮어놨습니다. 위장을 하려고. 이것이 4대강 사업의 진실입니다" 그랬다. 이런 위선의 현장은 필자 또한 낙동강을 다녀보면서 심심찮게 만났던 모습이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골재노동자들을 대신해서 이렇게 다짐했다.

오니토 매립 골재노동자의 증언처럼 낙동강가에 마구 매립되고 있는 오니토 ⓒ 정수근


"저희 골재원노동자들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5월 21일날 정부중앙청사에서 청와대까지 삼보일배를 합니다. 삼보일배 마지막 행사는 청와대 앞입니다. 4대강 사업 중단하지 않으면 5월 21일 우리들은 사생결단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골재원노동자들은 4대강 사업 저지 투쟁의 최선봉에 서서 끝까지 4대강 사업을 저지할 것을 이 자리에서 맹세합니다."

너무나도 정당한 골재노동자들의 주장, "낙동강을 그대로 두라"

그랬다. 4대강 사업은 진실은 그런 것이었다. 낙동강 현장에서 30년 넘게 노동자로 살아온 이들은 낙동강의 변화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지금 정부에서 미친 듯이 몰아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진실을 똑똑히 목격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것을 낱낱이 증언하고 있는 것이었다. (부디 이런 진실이 더욱 널리 공명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들의 주장은 너무나도 정당한 듯 보였다. 평생을 아무 문제없이 일을 해오던 일터를 4대강 사업으로 하루아침에 무대책으로 쫓겨나야 하는 그들의 목소리엔 절박함이 절절히 묻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 목소리엔 분노와 적개심을 띨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한나라당사 안으로! 결의대회를 마친 골재노동자들이 한나라당 당사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전경들이 막아서고 있다 ⓒ 정수근


어느 누구 노동운동을 폭력적이라 했던가, 생존의 벼랑에 몰린 이들은 사생결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 노동자들의 투쟁현장은 거칠어질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와 자본은 이렇게 힘없는 노동자와 농민들을 지금 사지로 그냥 내쫓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끝까지 싸울 것이라 했다. 낙동강을 그냥 두라고 했다. 낙동강이 자신들에게 예전 모습 그대로 돌아올 때까지 사생결단하겠다고 했다. 그 순간 이들보다 낙동강을 더 잘 알고, 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었다. 그랬다. 그들은 낙동강이 그대로 흐르기를, 그냥 지금처럼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인 것이다.

골재노동자들도 4월 10일 대구생명평화미사에 함께할 것

그들의 간절한 염원은 바로 4월 10일(토)에 있을 대구생명평화미사로 이어진다고 한다. 대구생명평화미사는 그토록 보수적이라는 천주교 대구대교구조차도 마구잡이 속도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4대강 사업을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대역죄로 규정하고 달성보 건설 현장에서 신도들과 아이들 그리고 대구 시민들과 함께하는 낙동강의 생명평화를 기원하는 간절한 자리라고 한다.

야생동물의 배설물 낙동강가에서 발견한 야생동물의 배설물. 이처럼 야생동물들은 물을 먹기 위해서라도 강으로 내려온다. 강변은 이들의 생태연결통로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강변들이 4대강사업으로 지금 대부분 사라지고 있다. ⓒ 정수근


골재노동자들도 이 대구생명평화미사에 함께해서 이날은 간절한 기도로 낙동강이 다시 그들 곁으로 돌아오기를 함께 기원 드린다고 한다. 부디 신이 그들의 간절한 기도에 화답하기를 빌어본다. 그래서 그들이 더 이상 '사생결단'하지 않아도 되도록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간절한 구호를 담아 정리해본다.
"낙동강은 생명의 강, 4대강사업 즉각 중단하고, 낙동강을 그대로 흐르게 제발 그대로 좀 놔두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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