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방법서이자, 자기계발서

이희석의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

검토 완료

명희복(myunghb)등록 2010.04.12 14:19
신중히 선택한 책이라도 읽을 때는 대체로 세 종류라고 생각한다. 재빨리 읽어치우고 싶은 책, 천천히 읽고 싶은 책, 한 번 잽싸게 읽고 나서 몇 번이고 더 읽고 싶은 책이 그것이다. 세 번째 부류가 가장 좋은 책이다. 내용도 훌륭하고 양질의 정보도 넉넉하기 때문이다. 한편 내 경험상 이와 같은 책은 대부분이 읽는 속도가 떨어진다. 대체로 문장이 길거나 용량이 방대하거나 내용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태반이다.

이희석의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는 다르다. 평범해 보이지만 특별한 책이다. 책읽기의 방법론을 찾아다니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반가운 손님이다. 방법을 명확히 알려주면서 읽기에도 편안한 책이어서다. 다 읽고 덮어도 계속해서 열어놓은 느낌이다. 손으로는 덮었는데 내 가슴은 아직도 덮지 않은 것이다. 여운이 강력한 책이다. 모든 독자에게 언제나 열려 있는 책인 것 같다. 세 번을 읽고도 손쉽게 떠나보내지 못하게 하는 책이다. 왜일까? 읽을수록 진미가 솟아나기 때문이다. '내인생의 새로운 장르 개척을 바랄 때'라는 주제의 한 부분에도 그의 진면목이 약간은 내비친다.

" 나는 남을 따라 가고 싶지 않다. 나만의 방향으로, 나에게 딱 맞는 속도로 걸어가고 싶다. 뛰어가고 싶지도 않다. 일평생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꾸준히 걸어가면 된다. 오늘 걸어야 할 길을 걷지 않는다면, 내일은 뛰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같은 뜀박질은 일시적이다. 평생 뛰어가야 한다면, 평생 헐떡이는 삶을 살 것이다."(180쪽)

간단한 몇 줄이지만 저자의 가치관과 인생관이 나타난다. 평범한 일상을 황홀한 하루로 변화시키는 그만의 능력인 듯하다. 삶의 성찰을 통해서 얻어낸 결과물치고는 보통의 내공이 아니다. '정상에 서려면 자기 속도로 가야한다'는 그의 인생철학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진지해진다.

저자는 신앙인이다. 신앙인 독자를 염두에 두어서인지 기도의 방법도 보여준다. 빌 하이벨스의 글을 인용해'적는 기도'의 방법을 제시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A4용지를 세로로 두 번 접으면, 4개의 사각형이 생긴다. 각각에 찬양(Adoration)/고백(Confession)/감사(Thanksgiving)/간구(Supplication) 등을 간략히 적는다. 첫 자만을 따서 ACTS기도라고 한다. 나는 기도할 때 두 번째 대목의 고백 부분을 현재까지 건너뛴 셈이다. 사실은 몰랐다. 올바른 가르침을 주어서 책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빼놓을 수 없는 저자만의 독서방법도 보여준다. 독서할 때 표시하는 습관이다.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소개한다. 색으로 표시하는 방법과 기호로 표시하는 방법과 기타의 방법이 있다. 이처럼 크게는 세 가지이나, 자세히 언급하면 6가지 정도다.

저자의 주장이나 주제에 관련한 내용은 빨간색, 책의 큰 흐름과 관계 있으면서 정리해 두고 싶은 내용은 파란색,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흥미로운 내용은 검정색으로 표시한다. 한 문단 전체에 밑줄을 긋고 싶을 때는 밑줄 대신 사각형 상자로 표시한다. 한 개의 장(Chapter)전체가 중요하면, 장의 제목 부분에 별표로 표시한다. 중요도(가슴이 떨리는 정도에 따라) 는 별표수를 1개에서 4개까지로 구분해 표시한다. 밑줄로 그은 부분은 찾아보기 쉽도록 책 모서리를 접어둔다. 이들 방법은 개인적인 노하우이니만큼 짭짤한 정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에 나에게 다가온 느낌은 평범한 자기 계발서였다. 시중에 나와 있는 비슷한 종류의 책이 많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자기 계발서 치고는 독서방법을 다루는 비중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지는 판단은 애매모호하다였다. 독서방법서적인 자기계발서(?)라면 실체가 더욱더 흐릿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독서의 횟수가 더해갈수록 확신이 뚜렷해졌다. 독서방법서와 자기계발서 둘 중의 한 가운데 있는, 어정쩡한 책이기보다는 두 가지 모두를 충분히 다룬 복합적이고 훌륭한 책이라는.
덧붙이는 글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이희석 지음, 고즈윈,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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