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일. 30대 중반을 향해 달리는 종원 씨는 아직도 취업을 하지 못한 채 여전히 스펙관리에 여념이 없다. 2010년 선거 때, "기권하면 개고생 '쿡 해' '경고! 투표 않고 놀러 가면 엄한 놈이 당선된다.'"는 6.2지방선거 참여를 위한 권고 따위야 무시하고 스펙관리 외길로 달려왔는데. 10년이 지난 아직도 이 짓을 하고 있을 줄이야!
2010년 대한민국 선거인 수 3710만 명 가운데, 20.3%인 753만 명이 20대였다. 하지만 20대 투표율은 23.9%로 계층별로 최하위를 기록한다. 6,70대는 72%로 20대의 곱절에 가깝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는 법, 20대였던 종원 씨가 당시 하소연했던 속내는 이렇다.
투표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어도 30대 이상만 비교적 여유로울 뿐, 20대는 투표날도 여전히 바쁜 하루를 보내야한다. 등록금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 스펙관리를 위한 학원, 평생 따라다닐 성적표 관리도 해야 하니 이 날이라고 특별히 도서관 자리를 비울 순 없는 노릇이다.
학교에 투표할 곳을 따로 마련해주면 좋으련만. 선거인 수가 2천명이 넘어야한다니 큰 학교 다니는 친구들한테만 통하는 이야기다. 교통이 불편하고 외진 학교는 편의를 봐준다고 했지만 절차가 만만치 않다. 투표시간이라도 늘여주면 좋은데, 투표율을 높여야한다면서도, 한나라당이 발의조차 반대하니 시간 없는 우리보고 어쩌라고.
이런저런 이유로 20대는 겨우 200만 명을 밑도는 인원만, 투표에 참여한다. 투표하는 날 하루만 고개를 숙이는 영악한 정치인이 투표를 '나 몰라라'하는 '88만원 세대'를 어떻게 대접했을까.
▶정부는 청년실업에 주목하여 '청년 의무고용제'를 실시하려고 했으나 투표에서 보여준 장․노년층의 강력한 의사표현을 받아들여 장․노년층 의무고용제를 먼저 도입한다. ▶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 문제도 거론은 됐다. 하지만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겠냐?"며 고양이 쥐 생각하듯 내뱉는 말씀에 당사자인 20대조차 그냥저냥 넘어가자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자격요건'을 삭제하자는 의견이 분분했으나, 투표 참여율이 높은 계층의 사안부터 처리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상환제 자격요건 문제는 다음 정권으로 검토를 미뤘다.
이제 '88만원 세대-20대'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고, 아무도 겁내지 않는 '개털세대-20대'란 또 다른 이름을 얻게 되었다.
▲ 투표참여를 권하는 포스터 지방선거 홍보대사 '카라'가 지방선거 참여를 위한 이벤트를 알리는 포스터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10년 애초에「2030 정치주권 네트워크」가 △부재자 투표소 설치 기준을 지금 2000명인 대학에서 500명으로 낮춰줄 것 △관공서와 지하철 역사 안에 투표소를 만들 것 △전자투표 도입 △투표시간을 오후 6시에서 8시로 늦출 것 따위를 요구했으나, 제도적인 보완은 오히려 투표에 열의를 보이고 높은 투표율을 보이는 노년층에나 필요하다며 거절한다.
2012년 대선 때, 정부는 이 제안을 변형 발전시켜 투표 경쟁력(다른 계층에 비해 투표참여가 월등히 앞섬)과 투표 효율성(정책적인 요구사항은 별로 없는데도 투표참여는 적극적임)이 높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파고다공원, 종로3가역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고 ▶회원 20명 이상이 되는 노인정마다 투표소를 만들고 ▶노인들이 자주 애용하는 서울역-천안역 1호선 전철 안에 투표차량을 달고 운행했다. 투표에 열심인 장년층과 노인층을 위해 더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을 까닭이 없지 않는가.
종원 씨는 투표참여가 20대 앞에 놓인 산적한 문제를 여럿이 '함께' 그리고 '한꺼번에' 풀 수 있는 소중한 스펙관리란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제는 혼자서 죽을 때까지 스펙에 관리 당하여야 할 인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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