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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늦봄 하루
늦봄 하루
잠 설친 푸석한 얼굴로
운전면허증을 새로 하는 날
동네 부근에서 책 한권을 샀다.
해장술의 마른 김치냄새와 섞였을지도 모르는
나의 고유번호 650812-166****
지나온 개인사를 뒤적이며
경찰서에서 서툴러 면허증을 밭았다. 며칠 후
시험을 치룰 딸년이 신경질을 뒤로 한 채
학교로 달려가고 포르노 여배우는 익숙하게
옷을 벗고, 목포시 쓰레기 매립지에서는
오늘도 나의 쓰레기가 쌓여갔다.
담배 한 대를 빼물고 창비와 소설을 읽으며
생각조차 동네 선거방송에 유난히
지루하게 들리는 그러한 날 메케한 연기 속으로
아이들은 빈터에 모여 자전거를 타고 있다.
충치가 쑤셔오는 웃음으로 실직당한 친구는
막힌 코를 풀며 오늘밤 술 한 잔 하잖다.
무릎이 시린 아침 요강의 앙금을 씻어내듯
지상은 낯설고 어색하게 움츠려 돌아갔고
황야의 총잡이 마냥 멋지게 담배를 빼어 물 수
있는지 그러한 늦봄 하루, 대지는
성장을 멈추고 배반하지 않았다.
2010.05.22 14: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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