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은 사퇴하고 노회찬을 밀어야 한다

예정된 패배를 무기력하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역사적 결단을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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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홍(bird21)등록 2010.05.25 13:23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가 끝난 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철야농성을 했다. 또한 한 후보는 여권의 천안함 북풍몰이에 대응하여, 선거일 전날인 6월 1일까지 매일 7시에서 9시까지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생명 평화를 위한 한명숙의 시민광장(10일 행동)' 캠프를 운영할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한 후보는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야권과 시민사회 및 종교계 등이 참여하는 북풍몰이 대응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했다.

북풍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이른바 북풍은 수십년동안 하도 써먹어서 더 이상 선거판세에 별 영향을 못준다는 것이 정설이다. 양치기 소년의 "늑대가 나타났어요"와 같은 것이다. 여러 언론사가 실시한 천안함 사건이 지방선거 투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그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동아일보 5.18>: '천안함 사건이 지방선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음' 49.6%, '여당 후보에 유리' 18.7%, '야당 후보에 유리' 12.3% / <국민일보 5.23>: 천안함 사건 '별 영향 없다' 41.1%, '여당에 유리' 30.6%, '야당에 유리' 10.0% / <MBC 5.24>: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가 '지지 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16.9%,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사람 중에는 '야당 후보 지지' 쪽이 42%로 오히려 여당 쪽보다 조금 더 많음

한명숙 후보측도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대응에 올인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미 판세를 뒤집을 수 없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패배를 예상하고, 선거후 제기될 패배 책임을 정부여당의 북풍몰이에 돌리기 위해 사전 포석을 하면서 선거운동 끝내기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한명숙의 돌이키기 어려운 열세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의 격차는 정체상태이거나 더 벌어지고 있다.

<국민일보 5.23>: 오세훈 52.4%, 한명숙 36.9% / <동아일보 5.24>: 오세훈 48.1%, 한명숙 29.7% / <MBC 5.24>: 오세훈 49.8%, 한명숙 30.5% / <아시아경제 5.24>: 오세훈 57.1%, 한명숙 31.3%

한명숙 후보는 애초에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할 뜻이 없었음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출마하겠다고 나섰고, 1심판결 이후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던 한명숙 후보에 대한 돌연한 검찰수사는 여권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을 압박하려는 정치적 탄압의 성격이 분명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명숙 후보가 자신의 재판을 계기로 선거에 출마한 것은 유권자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가 아니었으며, 민주당의 선거전략상으로도 있을 수 없는 패착이었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도 당 차원에서의 민주당의 무기력과 지리멸렬함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미 몇차례 진행된 서울시장 후보자 TV토론에서 한명숙 후보는 준비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원래 선거출마 의지가 없던 사람이 검찰수사와 재판회부라는 돌발변수에 의해 떠밀리듯 선거에 나섰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할 것이다. TV토론은 여당과 야당, 공격과 수비가 뒤바뀐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통적으로 야당의 중요한 선거운동 무기였던 TV토론이 야당 후보의 지지세 상승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당 후보가 이미 지키고 있던 우세를 더욱 굳혀주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선거일이 불과 열흘도 채 남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나는 20% 안팎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앞으로 남은 열흘도 안되는 기간동안에 선거판 전체가 요동칠만한 메가톤급의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한명숙 후보의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한 기정사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과 한명숙은 反MB연합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 이러한 명약관화한 패배를 예정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 이 시점에서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는 사퇴하고, 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를 야권의 단일후보로 밀어야 한다. 그것이 야권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진 최선의 선택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명숙이 사퇴하고 노회찬을 민다면, 그 의외성으로 인해 선거 분위기가 일거에 반전하면서 판세가 뒤집힐 수 있을 것이다. 그 효과는 돌풍이 되어 인접한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도 파급될 것이다. 또한 반한나라당 후보가 상대후보와 근소한 차이로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선전하고 있는 경남(무소속 김두관)과 충남(민주당 안희정)의 승리를 이끌게 될 것이다. 이제 민주당과 한명숙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일방적 독주를 막고자 하는 反MB연합의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예정된 패배를 받아들이는 대신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야권내에서 민주당의 위치, 민주당의 당내 세력판도와 관련한 이런저런 계산, 선거후에 제기될 수도 있는 책임론, 서울의 구청장과 지방의원 후보자들과의 기표 일관성같은 문제들은 反MB연합의 대의 앞에서는 소소한 것들일 뿐이다.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을 불과 2년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를 감안한다면, 전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결과가 차지하는 상징적인 의미와 실제적인 효과를 고려한다면 민주당과 한명숙 후보는 역사적인 결단을 내려야한다.

시간은 있다.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가 빠른 때이다. 2002년 대선에서 선거일 바로 전날 저녁에 정몽준의 이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의 지지자들은 오히려 더 결집할 수 있었다. 선거일 3~4일 전인 이번 주말까지라도 노회찬으로의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다음주 수요일인 6.2 선거일까지는 충분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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