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 대구’에 부는 이색선거 열풍, 진보와 ‘프리 허그’?

한나라당깃발과 박근혜 사진이 선거운동 하는 ‘고담 대구’에 부는 이색 선거운동 열풍

검토 완료

정수근(grreview30)등록 2010.05.2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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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과 선관위의 '간섭'으로, 정책이 사라진 선거

오는 6월 2일은 지방선거일이다. 26일 오늘로부터 딱 일주일 후면 민주주의가 그 꽃을 피우는 날이다. 민주주의의 축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좀처럼 그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천안함 사건을 선거에 그대로 끌고 들어간 여당과 사실상 '선거 간섭 위원회'로 전락한 선관위의 영향이 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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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 전략'은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보수정당의 전매특허품이라 한편 새로울 것도 없지만, 꽃다운 젊은이 46명과 UDT 대원 그리고 금양호 선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재집권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집권여당의 비겁한 술수가 역겨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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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책선거를 부추겨도 시원찮을 선관위는 서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무상급식 문제나 이 땅의 미래와 결부된 '4대강 사업'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사표현을 차단함으로써 일반인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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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깃발과 박근혜 사진이 선거운동 하는 고담 대구의 선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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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비단 어느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대구가 가장 심한 것 같다. 역대로 가장 낮은 투표율로 그 명성(?)이 자자한 대구가 아닌가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부동층의 투표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 뻔하다. 그 중에서도 20대의 투표율은 최저점을 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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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나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대구에선 선거란 것이 별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한나라당 이외의 후보의 변별력이 있다면 '친박'이냐 아니냐가 쟁점이 될 뿐 정책선거란 말은 이미 실종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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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 했으면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진 모 구청장 후보의 현수막 슬로건이 "친박이 죄입니까?"가 될까. 그리고 단체장과 광역과 기초의원들을 하나 같이 박근혜와 나란히 선 사진을 선거 홍보현수막으로 매닮으로서 자신이 '친박'이란 것을 과시하는 것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는 실정이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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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선거운동을 벌이는, 조명래 대구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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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담 대구 선거판에서 이색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독특한 후보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진보신당 대구시장 후보로 나온 조명래 후보다. 진보신당, 사실 이 당은 대구에선 존재감도 없는 정당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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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들은 민주노동당은 알아도 진보신당은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통 푸른색 일색인 이 불모의 선거판에서 용감하게도 시뻘건색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다. 붉은색을 보면 치를 떠는 대구사람들의 앞에서 과감히 빨강으로 커밍아웃하고 내건 슬로건이 "파란 데 질렸어요. 색깔 '좀' 바꿔주세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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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용감한 사람들이 어디 있는가? 사실 조 후보 캠프는 일찌감치 현수막을 이용한 슬로건 선거운동을 해온 곳이기도 하다. 몇가지 나열해 보면, 골수 삼성라이온즈 팬들이 많은 이곳대구에서 영원한 삼성맨 이만수가 SK에 머물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을 절묘하게 연결한 "만수야 돌아와라, 무상급식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얼마 전 부처님 오신 날 4대강 사업을 정 조준한 "부처님, 낙동강 '좀' 살려 주세요" 그리고 노동절에 내건 "낙동강 殺리기 STOP"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현수막 선거운동을 대구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후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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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기에 바쁜 판에 박힌 명함 대신에 '4대강 반대 4종 세트' 명함을 만들어 돌림으로써 조 후보는 확실히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심어준 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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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여, 진보시장과 '프리 허그'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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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후보는 이렇게 우리사회의 핵심 이슈들에 관해서 직접적으로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이곳 고담 대구에서는 참으로 낯선 그러나 재미있고 발랄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발랄함의 절정은 26일 오후 경북대학교 앞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벌인 "진보신당 조명래 후보와 '프리 허그' 하세요"란 이색 선거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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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허그'란?

'후안 만'이라는 이름의 호주청년이 처음 시작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프리 허그는 일종의 캠페인으로 발전돼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 후안 만이 이 운동을 처음 시작한 계기는 삶에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때로는 100가지 말보다, 조용히 안아주는 것이 더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체험하면서부터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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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캠페인의 시발점은 세계적인 UCC 사이트인 `유 튜브'(www.youtube.com) 에 올려진 3분 39초짜리 동영상이었다. 길거리에서 `Free Hugs'란 피켓을 든 한 청년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포옹을 청한다. 처음엔 사람들이 경계의 눈초리를 보이며 피하지만, 하나 둘 그와 포옹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점점 재미와 감동을 주는 포옹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 청년으로부터 피켓을 받아들고 또 다른 사람에게 포옹을 청하는 사람까지 나타난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물론이고, 이를 컴퓨터 화면으로 지켜보는 사람의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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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에 등장하는 이 캠페인의 주인공은 호주에 살고 있는 후안 만(Juan Mann)이라는 청년이라고 알려졌다. 그는 이미 2년 반 전부터 시드니 거리에서 홀로 이 캠페인을 계속해오고 있었다고 한다. 진작부터 시드니 시민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었고, 한때 경찰과 시 당국이 그의 행동을 금지시키자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으로 탄원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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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캠페인이 시드니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화재를 불러일으키게 된 계기는 결국 인터넷이었다. 후안 만의 친구이자 클럽 밴드의 리드 보컬인 사이먼 무어(Shimon Moore)가 포옹 장면들을 찍어 자신의 음악과 함께 동영상으로 편집해서 인터넷에 올리면서 `프리 허그'는 이제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세계적인 캠페인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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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 대구시장 후보는 20대 청년들에게 판에 박힌 악수를 청하는 선거운동 방식이 아니라, "등록금 폭등, 청년실업, 여러분의 고통을 진보시장이 안아드립니다"라고 쓴 피켓이 말하듯이 그들을 가만히 안아줌으로써 그들과의 접면을 넓히면서 더욱 소통하고, 그들의 고통을 그대로 받아 안겠다는 다짐의 적극적인 표현인 것이다.

물론 이 낯선 풍경의 이색 선거운동에 많은 청년 유권자들은 막상 관심을 표했지만, 처음에는 선뜻 나서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하나둘 학생들이 안겨오기 시작하더니 점점 몰려왔고, 급기야는 점심식사를 하러 나오는 그 대학 교수까지 나와서 힘차게 포옹하면서 "정말 수고 하신다"는 인사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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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선거운동으로 민주주의를 꽃 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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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정치의 축제라는 선거에서 후보들의 정책을 담은 다양한 선거운동이 사라지고, 오로지 '북풍'이나 '박풍' 혹은 '노풍'에 기대어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여전히 민주적 소양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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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진보신당의 조명래 후보가 벌이고 있는 이색 선거운동은 일단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면서 선거란 것이 재미있는 축제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진보정당다운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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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한나라당의 깃발과 박근혜 사진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고담 대구지만, 조 후보와 같은 선거운동 방식이 하나둘 나타나고 확산된다면 선거란 것이 마지못해 끌려가는 소극적 주권표현이 아닌, 재미있고도 적극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하나의 축제의 장이 되고, 그러면 이곳 대구도 변할 것이고, 따라서 "TK가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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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후보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앞산꼭지 블로그'에도 함께 실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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