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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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순석(tssss)등록 2010.06.21 13:15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대단한 환경론자가 아니어도 우리 미래가 암담해진다. 당장 100년 후에 대한민국이 아열대 지역으로 변해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질어질해진다. 아열대 기후? 그러면 겨울이 없어진다는 이야기이고 우리 손녀딸들이 훌라춤을 추고 있을 거란 이야기이다. 정말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골목 어귀 군고구마 장수와 군밤 장수, 그리고 겨울에 먹는 신 귤 맛은 어쩌란 말인가. 메밀묵 찹쌀떡은 또 어쩌고….

 이미 제주도에서는 노천에서 바나나가 열리기 시작했고 동해에서 명태잡이는 물 건너간 지 옛날이며 역시 동해에서만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에서도 잡히고 있다. 참치 떼가 제주 남쪽 먼 바다에서 잡히기 시작했다는 기쁜(?) 소식도 들린다. 제주도에서는 어민들이 참치를 잡아 '횡재'를 했다는 기사가 종종 실린다. 고등어 잡이를 목적으로 배를 띄웠는데, 종종 고등어보다 훨씬 비싼 참치가 그물에 걸리기 때문이다.

각종 과일들의 북방한계선이 꾸준히 북상 중에 있다는 우울한 이야기도 온난화에 이은 후렴구로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대구 사과, 보성 녹차는 이미 철 지난 뉴스다. 대구에 지금 사과 과수원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녹차도 강원도 고성에서 벌써부터 재배가 되고 있다. 제주 특산물로만 여겼던 감귤과 한라봉은 전라도 나주, 경남 거제까지 재배지가 올라갔다.

애국가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침엽수인 소나무도 우리가 눈치 못 채는 사이에 활엽수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한국인에게 최고의 정원수로 대접받고 있는 소나무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도심 온도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2005년 소나무 숲 면적은 252만㏊에서 148만㏊로 감소했으나 참나무 등 활엽수가 차지한 면적은 같은 기간에 116만㏊에서 166만㏊로 43%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 자료가 이미 5년 전 통계이니 지금은 또 얼마나 변했을지 모르겠다.

2100년이면 침엽수가 현재의 3분의 1만 남게 되고 소나무가 지리산·설악산·덕유산·한라산의 고지대에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소나무 구경하려면 큰 맘 먹고 등산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하루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적어도 이틀 내지 사흘은 잡아야 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소나무가 솔나방, 솔잎혹파리 등 전염병에 감염되면서 소나무의 서식지는 점점 자리를 잃고 있다.

침엽수림의 면적이 줄어드는 원인은 의외로 간단하다. 햇빛 싸움에서 지기 때문이다. 침엽수보다 생장력이 뛰어난 활엽수들이 높이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 침엽수들은 햇빛을 못 받게 되어 결국 도태되고 마는 것이다. 거기에다 한술 더 떠서 청설모나 까치들도 이러한 현상에 일조를 하고 있다. 

 나무도 키가 커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우울하게 만든다. 사람은 큰 사람 밑에 있어야 하지만 나무는 큰 나무 밑에 있으면 죽는 것이다. 

텔레비전을 켜니 국내에서 참치를 양식하는 곳이 소개되고 있다. 참치의 위용에 여자 아나운서의 호들갑이 점점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때였다. 가끔 비오는 날이면 전화하는 동네 이웃이 오늘도 어김없이 전화를 했다. 단골로 가는 참치집이 있는데 오늘 참치가 들어오는 날이라면서 한 잔 하러 가잔다. 갈까 말까 순간 망설인다. 빗소리도 구성지게 들려오는 저녁이다.

"아이구, 모처럼 전화하셨는데 오늘 내가 좀 할 일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고 외출해 있는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날씨도 그렇고 빈대떡이 먹고 싶네."

 

2010.06.21 13:07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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