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의 N극과 S극은 서로 붙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둘이 서로 상반되는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어떤 자석이라도 N극과 S극을 모두 갖지 않은 자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석은 모름지기 N극과 S극이 공존해야하는 법이다.
▲ 6월 2일 지방선거에 앞서, 동네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는 후보자들. ⓒ 정윤교
2010년 6월 2일, 언제나 그랬듯, 이번 선거도 보수와 진보의 전쟁터였다. 한나라당과 야권의 싸움이었고, 이명박 정부와 반 이명박 세력의 싸움이었다. 서울 시장 선거에서도, '한명숙이 당선되지 않은 탓은 노희찬 때문이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미 대중도 이를 여와 야의 대결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맞짱구도'가 콩 심을 데 콩 나듯 필수불가결한 일인가. 이눈 이명박 정부 등장이 원인인가, 6.25 전, 후의 이데올로기 갈등이 문제인가, 아니면 조선시대 붕당 정치부터 이어져 내려온 한국의 전통인가.
물론 진보와 보수의 대결은 우리 나라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 세계에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대부분은 이런 정치 이념적 갈등을 겪고 있다. 미국도 민주당, 공화당의 양당체제를 택했고, 일본도 좌파와 우파가 공존한다. 진보와 보수의 줄다리기는 정권 독재를 방지하고 보다 좋은 선택을 위한 심사숙고의 기회를 강구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정치판과 대중의 인식이 이렇게 교과서에 나온 것처럼 정석적인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사람들은, 초등학교 운동회 청백계주하듯, 신념이나 이념보다는 집단의 이익에 의해 자기 신념을 맞추려 하고 있다.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맹목적인 목적 의식에 사로잡혀, 이 치열한 전쟁터를 조성하고 있다.
2010년 6월 10일,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1시간 반짜리 인터뷰가 있었다. 보수 정당이 우세했던 인천 지역 구청장 선거에서 의외의 결과를 일궈낸 민노당의 두 구청장 당선자와의 인터뷰였다. 이 인터뷰는 대학생들이 인터뷰이로 참여했으며, 필자는 인터뷰이로서 왼쪽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다. 타자치는 소리, 조명, 생방송으로 상황을 전달하고 있는 카메라, 두 당선자의 매력에 신이 난 오연호 대표의 목소리 등과 함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 인터뷰에 앞서 두 당선자를 소개하고 있는 오연호 대표. ⓒ 정윤교
왼 쪽은 '조택상' 당선자로, 83년부터 현대 제철에서 노동자 생활을 했으며, 일이 끝난 후 더러워진 속옷을 빨다가 문득 노동자의 처절한 삶에 대해 고찰하게 되었다. 그것을 계기로 그는 노동 운동에 투신했다고 한다. 오른 쪽은 '배진규' 당선자로, 86학번으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세대이다. 과거에 press공으로 일하다가 새끼손가락을 잃었고, 이후 많은 시민 운동에 참여하다가 2001년에 민노당에 입당했다고 한다. 이렇게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났고, 많은 질문들이 오갔다.
여기에서 수 많은 문답을 전부 언급할 필요는 없다. 주안점은 초반에 언급했듯, '진보와 보수의 대결'에 관한 내용이다. 과연 진보 정당원인 이들이 보수와 대화하고, 타협할 수 있을까.
배진규 당선자는 '정치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정치는 소통이다."라 말했다. 그리고 예산관련 질문에도 굉장히 현실 반영적이고 분석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그는, 예산 등과 관련하여 나올 수 있는 보수 진영의 목소리도 소통을 통해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조택상 당선자는 정치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전문성'이라 지적했다. "전문성을 통해 양 진영의 균형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적어도 인터뷰에서 나타난 그들의 모습은 N극이나 S극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배진규 당선자는 소통을 통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의견 조율에 앞장 서는 사람으로, 조택상 당선자는 '정치인으로서의 전문성'과 '양 진영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사람으로 비춰졌다. 두 당선자는 '자석'이었다.
▲ 마무리 인사를 하고 있는 조택상, 배진규 당선자와 오연호 대표. ⓒ 정윤교
배진규, 조택상 당선자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사회를 살아왔다. 비교적 '을'의 관계에 있는 노동자 집단에 속했던 그들이 그 동안 진보의 목소리를 냈던 것은 당연지사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노동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을 통솔해야하는 리더이고, 구청장으로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조율해야하는 정치인이다. 앞으로 임기 기간 동안 두 당선자가, 그들이 말했던 것처럼, 진보, 보수 양측의 말에 얼마나 균형있게 귀 기울일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6월 2일 지방선거를 통해, 진보와 보수의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었고, 두 당선자는 그 테이블의 진행자가 되는 기회를 얻었다. 한 국가를 뒤흔들 정도의 변화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풀뿌리부터 변화를 강구하려는 그들의 노력만은 기대해 본다. 그들이 이념을 떠나서, 열린 마인드로 수 많은 목소리를 공존시키는 '자석'이 되길 바란다. 자석이 되어 서로 다른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고, 끌어들이는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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