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다시 백척간두에!

사연댐 수위 낮추겠다던 울산시, 말 바꾸기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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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kansawi)등록 2010.07.07 16:10
지난 6월 2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던 김호석 전통문화학교 교수의 목소리는 고무되어 있었다고 경향신문 윤민용 기자는 회상했다. 김 교수를 고무시켰던 것은 다른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울산시가 발표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이 전향적이었고, 그 동안 학계와 문화재청이 주장했던 바를 수용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6월 18일 울산시의 발표 가운데 사연댐 수위와 관련한 내용을 보자.

울산시는 "반구대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 하류의 사연댐 수위를 강제로 낮춰 암각화 침수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중략) 울산시 전충렬 행정부시장은 "사연댐은 울산시민의 먹는 물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적인 식수원이어서 댐 수위를 낮춰 수량 감소를 초래하는 방안에 찬성하기 어려웠지만,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다는 문화재청의 간곡한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2010년 06월 21일 치 기사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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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그야말로 울산시의 획기적인 태도의 변화를 보여주기에 충분했고, 김 교수는 물론 그 동안 사연댐 수위조절로써 반구대 암각화를 익사 직전에서 구해내려고 청원을 멈추지 않았던 보존운동모임의 입장에서도 매우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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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자는 이 반가운 발표에는 절대적인 필요조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울산시의 진정성'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위키트리에 게재한 바, 진정성을 전제로 하여 울산시의 발표를 환영하는 기사가 나가기도 했다. 이에, 독자들 가운데 '울산시의 진정성을 믿고 아고라 등의 웹사이트에서 칭찬릴레이를 벌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까지 들어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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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예감이 불행히도 들어맞아, 지난 주 경남 지역신문인 경상일보에는 반구대 암각화를 살리기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쪽의 기운을 쏙 빼놓는 기사가 실렸다. 바로, 울산시가 말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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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는 사연댐 수문설치를 수용한 것이지, 수위조절을 수용한 것이 아닌 만큼 즉각적인 수위조절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상일보] 2010년 06월 27일 치 기사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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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께서는 위의 조선일보 6월 21일 치 기사와 경상일보 6월 27일 치 기사를 대조해 보시라. 열흘도 안 되는 사이에 대한민국 5대광역시에 들어가는, 대한민국 최고의 산업도시 울산시의 국보 문화재와 관련된 정책에 대한 입장이 저렇게 바뀌고 있다.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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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 기사대로, 울산시는 문화재청의 '간곡한 부탁'을 수용했다. 문화재청의 간곡한 부탁은 무엇인가?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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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댐의 수위를 52m 수준으로 낮추어 반구대 암각화가 연중 내내 물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 달라. 사연댐 수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수문을 설치하되, 그 비용은 문화재청에서 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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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간곡한 부탁'이다. 그리고 그 부탁을 울산시는 수용하겠다고 하고, 당당하게 언론매체들을 불러모아 발표했다. 그것이 6월 18일의 일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열흘도 지나지 않아 '말이 바뀌었다.'
즉각적인 수위조절은 어렵다는 말과 수문설치를 수용했다는 말의 모순은 어떻게 설명하는가? 수문설치공사는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공사다. 수위조절은 수문공사가 지금 바로 시작되어도 2012년 하반기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울산시에 '맑은 물 공급 대책'은 실행에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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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의 주장대로라면 '울산시 맑은 물 공급계획'이 실행에 들어가고서야 수문공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 시간은 지금부터라 해도 4년은 족히 걸린다. 2014년은 쉽게 말해 다음 월드컵 대회가 열리는 시점이다. 그 동안이면 반구대 암각화는 1000일 가까운 시간을 물속에서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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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반구대 암각화의 암석상태는 파괴 5단계, 즉 '흙' 단계이다. 그냥 하릴없이 바스러지기 시작하는 단계라는 말이다. 게다가 울산시에서 나름 반구대 암각화 상태를 조사하느라 2003년에 벌였던 용역사업에서, 용역팀이 암각화 주변 189곳에 슈미트 해머 공법을 사용하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암각화 표면이 더욱 위험하게 된 것은 이미 2009년 학회에서 보고된 일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물에 잠긴 기간에는 물에 씻기고, 물밖에 나오자 망치에 두들겨 맞은 꼴이다.
해머질이야 더 당하지 않더라도 물고문은 최소 4년은 더 걸릴 예정이라면 반구대 암각화의 운명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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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일보의 같은 기사에서 또,

시 관계자는 "문화재 보호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먹는 물 확보가 우선이다"면서 "울산권 맑은물 공급대책의 확실한 추진을 전제로 수문설치에 동의한 것이다"면서 수문설치 공사와 청정용수 공급이 가시화 돼야 수위조절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상일보] 위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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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했는데, 수문설치와 청정용수 공급의 가시화를 묶어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또 하나의 모순이다.

수문설치를 제안한 것은 문화재청이지 울산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문화재청과 보존운동모임에서 주장하고, 돈까지 대겠다고 하는 것이 '수문설치'가 아닌가? 지금 '맑은 물 공급'을 문제삼아 수문설치 및 수위조절을 불확실하게 만든 것이 울산시다. 그러면서 울산시민들의 식수를 걱정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은근슬쩍 울산시민들에게 그 책임을 떠 넘기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과연 울산시민들은 이렇게 되어가는 사정을 제대로 알고나 있을까 의문스럽다. 울산시는 그 동안 울산시민들에게 반구대 암각화의 현실태를 정확히 보고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울산시민들에게 일시적인 불편을 감수하는 대신 인류의 유산을 살려냈다는 자부심을 얻을 기회라고 설득해 본 적이 있나 모르겠다. 울산시민은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자신들의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낼 기회를 얻은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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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반구대 암각화는 암각화 표면도 위기지만 그 바위 자체가 균열되고 박리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울산시가 국보인 반구대 암각화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입장이 아니라 문화재청 등과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입장에서 지나친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위키트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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