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구원을 낳는다...

기욤 뮈소의 [구해줘]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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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nlpurn72)등록 2010.07.25 17:42
 프랑스의 신예 기욤 뮈소의 [구해줘]. 빨간색 표지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책을 읽는 순간 마치 영화를 보듯 흡입력과 가독성이 상당한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 읽고 났을 땐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을 보고 난 느낌이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어찌될까 맘 졸이며 보게 된 영화같은 소설이다.

의사인 샘 갤러웨이. 그의 부인 페데리카는 일년 전 임신한 상태로 자살했다. 마약을 했던 엄마와 함께 살고 있던 페데리카. 비참함과 삶의 고통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페데리카는 그렇게 자살을 했고 아내의 자살 이후 샘의 인생은 무의미함 그 자체였다.
그런 그에게 줄리에트라는 여자가 운명처럼 다가온다. 횡단보도에서 하마터면 가해자와 피해자로 만날 뻔한 남녀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둘 사이에 10년 전 사고로 죽은 여자경찰 그레이스가 줄리에트의 생명을 거두고자 죽음의 사자로 나타난다. 처음엔 그레이스가 사기를 친다고 생각한 샘. 그러나 여러가지 일들을 겪은 후 그레이스가 죽음의 사자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고, 그 와중에 마약을 하는 그레이스의 딸 조디를 구해주게 된다.

사랑하는 줄리에트를 지키기 위해 샘은 자신의 목숨을 거두라고 한다. 샘의 사랑 앞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하는 그레이스. 샘은 줄리에트와 줄리에트 뱃속에 있는 자신의 아이를 위해 보험을 들고 유산을 남기고 그렇게 삶을 정리하고자 한다.

죽음이 예고된 날짜에 그레이스와 함께 사라진 줄리에트. 그레이스가 약속을 어겼다고 생각한 샘은 케이블카 사고로 죽음을 미리 알린 그레이스를 찾기 위해 그 케이블카로 가지만 케이블카는 사고가 나고 샘은 절규한다.

그러나, 케이블카 사고자는 그레이스와 그레이스가 죽기 전 서로 사랑했던 경찰이었다. 그레이스가 죽은 후 역시 삶의 의미를 상실했던 남자경찰이 다시 그레이스를 만난 후 그녀와 함께 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샘을 통해 그레이스는 자신의 죽음의 수수께끼를 풀게 되었고, 샘의 진실한 사랑으로인해 그레이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딸 조디와 샘, 그리고 샘이 사랑하는 사람 줄리에트 모두를 구원할 수 있었다.

책 뒷장에서 기욤 뮈소가 "나는 당신이 이 소설의 첫 장을 펼쳤을 때보다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던 것처럼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마지막 반전의 놀라움과 함께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레이스가 어느 절대적 존재의 명으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마지막 선택은 그레이스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그 선택으로 그레이스는 그녀의 딸과 그녀의 딸을 도와준 샘, 그리고 샘의 연인 줄리에트 모두를 구원할 수 있었다.

만약 소설의 결말이 그레이스가 줄리에트를 저세상으로 데려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구원이나 화해의 의미보다는 또다른 절망과 고통과 복수를 야기하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누군가를 구한다는 것, 누군가를 구원한다는 것은 어쩌면 구원의 대상이 결국은 '나자신'이지 않을까. 살아오면서 우린 누군가에게 구원을 요청하기도 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를 알게모르게 구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고 구원받았을 때 느끼는 기쁨과 감동은 어쩌면  상처로 얼룩진, 희망이 없었던, 삶이 고통스럽다고 느꼈던 '나자신'을 구한 기쁨과 감동일지도 모른다고.

누군가의 목숨을 구한다는 것, 그건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아. 그것보다 더 좋은 마약은 없지. 누굴 구하고 나서 한 며칠 동안은, 길을 걸을 때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달라져보여. 나 자신이 불멸의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마치 내가 구해낸 게 바로 나 자신이었던 것처럼 말야.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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