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전태일이다

울산 서광여객 파업 44일째 노숙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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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석록(vnfmsk2)등록 2010.07.27 15:47

낮에는 길 위에서, 밤에는 버스 문을 잠그고 자야하는 울산 서광여객 조합원들의 파업현장 ⓒ 용석록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어서 남자들은 급한대로 구석진 곳을 찾아 해결하기도 했는데 여 기사님은 그렇게도 못하고 요독으로 인해 얼굴과 몸이 두 배로 부어 병원 다니고 침 맞고 한약을 벌써 세 재 먹고 있습니다. 자녀 결혼식이 있어도 우리는 못 쉽니다. 참석하려면 동료한테 5만 원 주고 대신 일을 시켰죠. 설이고 추석이고 쉬는 건 고사하고 수당 한 번 받은 적이 없습니다." 

새벽 5시 30분에 출근해서 막차 배차가 7시 20분인데 이렇게 해서 이분들이 한 달 받는 월급은 130만 원이다. 지선버스 운전자들인데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며 특히 나이 많은 분들이 많이 타는데 차 시간 맞추려면 안전사고 나기 일쑤고 접촉사고가 나면 사장은 기사에게 수리비를 청구하곤 했다.

이러던 중에 2010년 2월 23일 노조를 설립하였다. 사장이 설날 떡값을 누구에게는 10만 원 지급하고, 누구에게는 20만 원 지급했는데 그게 그동안 쌓였던 불만들을 촉발시켜 서광여객 14명의 기사 중 12명이 함께 노조결성을 했다.

노동조합 설립을 하고 노측은 근로조건을 비롯한 52개 임.단협  요구안을 마련하여 노무사 사무실에서 세 차례, 노동부 부산지방노동청에서 세 차례, 울산시청 교통과에서 세 차례 협상을 진행하여 49개 항목에 합의했고 세 개 항목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지금까지 파업 중이다.

남아 있는 세 개 항목을 보면, (요구안과 상관없이 편의상 번호를 매김)

1. 현재 130만 원이던 임금을 170만 원으로 인상, 상여금 200% 지급 요구
2. 정년 : 노조 측 요구 63세 + (건강에 이상 없을 시 연장 2년)
3. 계약을 해지한 두 명의 기사에 대한 해고 철회

1번 항목은 사측에서 노조 요구안에 근접한 안을 제시하여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고 있다.
2번과 3번 항목이 문제다.

정년 문제는 기사채용 시 젊은 사람도 몇 번 채용했으나 근로조건이나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견디질 못하고 한두 달 만에 계속 그만두자 회사측 은 '60세 이상 정년퇴직한 사람 환영'한다고 모집공고를 내서 현재 12명의 조합원 가운데 5명이 60세 이상이다. 그럼에도, 사측은 정년을 60세로 정하자고 하니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태이고 사측 말대로 한다면 5명이 저절로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큰 쟁점은 기사 채용 때 1년 단위로 계약을 했는데 노조에 가입한 기사 2명이 파업중에 기간이 만료되어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상태이다.

결국, 고용의 문제 두 가지가 남은 셈이다.

"아마도 노조를 설립하지 않았다면 회사 측은 당연히 계약연장을 했을 겁니다.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고 좁은 동네 이중주차 한 도로를 달리는데도 경험이 있어야 사고도 덜 내거든요. 1년에 한 번 바꾸는 것 보다 경력자가 계속 일하는 것이 회사로서도 좋은 일이니까요."

그러나 노조를 설립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여전히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배차시간에 쫓기며 일해야 하고 법정 휴일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전태일이다

ⓒ 용석록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에 맞서 싸우는 이들, 비록 12명의 조합원밖에 안 되지만 계약 해지된 2 명의 동료가 복직되지 않는다면 임.단협도 다 소용없다는 이들이야말로 2010년을 사는 전태일이라 할 수 있다.

서광여객 조합원은 한낮의 폭염과 모기가 다리를 물어뜯는 여름밤을 견디며 차를 지켜야 한다. 벌써 몇 차례 회사측에서 밤에 버스를 빼앗으러 왔기 때문이다. 맨 앞 사진은 밖에서 차 문을 열지 못하도록 청테이프를 발라놓은 모습이다.

버스를 지켜야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지선버스는 일반버스와는 달리 원거리를 운행하지 않으며, 간선버스의 역할을 보완하고 특정 지역 내에서의 이동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운행하는 버스 노선의 형태이다.

울산의 지선버스 개념은 한 구·군의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주는 버스이다. 번호로는 900번대가 부여되며, 각 구·군마다 두 번째 자리 번호가 따로 부여된다. 한 동네만을 순회하는 마을버스와는 구분된다.

현재 파업 중인 서광여객은 울산 남구 옥동중학교에서 출발하여 남구 삼산동 농수산물시장까지를 순회하고 있다.

옥동에서 삼산동 농수산물시장까지 가면 딱 30분이 걸린다. 사측은 배차간격을 한 시간으로 하여 단 1분의 여유조차 가질 수 없게 숨통을 조인다.

노선을 한 번 순회하면 횟수에 따라 시에서 회사 측에 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2009년 회사가 울산광역시로부터 받은 지원금이 2억 1천500만 원이다. (그 외에 버스요금으로 들어온 것이 연 4억 1천500만 원이었다. 회사가 영세하다고는 볼 수 없다. 자료는 노조에서 제시함)

그 지원금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기 위해 서광여객 회사측은 물 마실 시간은 고사하고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이 기사들에게 일을 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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