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을 내게 보내봐!

내 남편도 강용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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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정(k0429sj)등록 2010.07.27 16:59
강용석이란 의원이대학생들과 뒤풀이 자리에서 나눈 대화가 일간지에 공개되면서 나라전체에 이야기꽃이 피었다. 그 당사자가 속한 한나라당은 긴급히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그를 당에서 제명시켰고,다른 정당들은 앞 다투어 "성희롱당"이라고 비웃으며 공격했다. 이전에 있었던 성희롱 사건과 완전히 다르게 대처한 한나라당의 모양도 그렇고 곧 있을 재보선에어떻게든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려고 하는 정당들의 행태가 우스꽝스러웠다.

'성희롱'적 발언이문제가 되었다고 하나 정작 성희롱으로 고소를 해서 이 문제를 풀어가려는 무리는 그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반짝 이슈로 각자 자기 집단에 필요한 만큼이용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혀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강의원의 안타까운성인식부족에 대한 비판말고도 이곳저곳에서 강의원의 'MB' 끌어 부치기 발언에 대한 해석들이 재미있었다. 강의원은 토론 참가 대학생들 중에 한 여학생이본인 기준에서 예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만 예쁜 여자에게 관심있는게아니라 이 나라의 대통령도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느냐' 라고 자신의 그런 관심을 합리화 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공개된 그의 발언에는 남자들은 다 똑같이 '뼛속까지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는 취지가 보였다.

"다 줄 수도 있는데그래도 아나운서 할래?"라는 강의원의발언에 대해서 분명 들리는 뉘앙스로는 '아나운서들은 다 성상납을 한다.'라고 단정적인 발언을 한 것은 아닌것 같다. 반면, '성상납 요구 등의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는데그래도 기자보다 아나운서 할래?'라는 그녀의 심지를 테스트 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만일 그가 흉부외과수술담당 의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에게 '심장수술 전문의는 늘 피를 만져야 하고 까딱 실수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소아과 외래의사보다심장수술 담당의사가 더 하고 싶으냐?' 라고 묻는 것과 같이 정말 진지하게 물었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아나운서 협회에서강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는 것을 보면 그들은 그의 발언을 위의 단정적인 발언으로 해석을 한 것 같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아닌들 그 본심을누가 알까?

만일 강의원이 '그래너 용감하다. 네가 아나운서가 되서, 만일 그런 비리들이 있으면 싸워서 고쳐나가라, 내가 힘이 닿는 데로 도와주마!'라고 했더라면 그가 그 자리에서 했던 다른 시덥잖은 농담들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사면초가의 상황에 몰리진 않았으리라.

드러난 보도들이 사실이라면, 강의원은 분명 말에 허풍끼가 있고 진지하지못한 면이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토론내용은 잘 안 듣는다. 오히려출연자들의 얼굴을 본다.' 라는 말도 그런 뒤풀이 자리에서가 아니라 행사 끝나고 집에 와서 만일 부인이 있으면 부인이랑  또는 여자친구랑 텔레비전보면서 젊은 나이에 정당을 대표해 대학생 토론회에 심사위원으로 갔었다는 사실을 으스대며 자기 부인에게나 던질 수 있는 그런 수준의 농담이었다.부인이 양식이 있다면  '그게 설사 진실일지라도 창피하니어디 가서 그런 소리 말아요.' 라고 싫은 내색을 했어도 했을 내용이었다.

'사모님만 아니라면대통령도 네 전화번호를 물어봤을 것이다.' 라는 멘트에 그의 허풍끼와 철없음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 '나나 남성 심사위원들만 예쁜여자를 선호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통령도 남자라면 예외가 아닐 것이다.' 라는 뜻으로 예를 들었던 것같다. 사적으로도 MB와 사돈이 된다하니 무엇이 두려웠을까? 누구나 권위 있는사람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다고 주장함으로서 좀 더 자신의 주장에 힘을 더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렇다고이 대목에서 MB의 도덕성까지 끌어다 붙여서 떠드는 것은 좀 곤란하다. MB의 도덕성은 그렇게 심판되어서는 안 되고 서민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그 슬로건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이후의 업적과 치부를 평가해서논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으면 논쟁의 질이 떨어진다.
강용석의원이 법 전공자이고변호사 출신이라서 그런지 개념 없는 그의 말들이 폭발적인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이라는 법적인 테두리를 많이 비켜간 듯한 느낌이다. 물론 성희롱이냐 아니냐는 소송으로 갔을 때판사의 결단에 따라 달라진다. 허나 소송으로 가기 전에 변호사들이 미리 자료를 훑어보고 이길 가능성이 얼마나있는지 계산해 본다고 할 때, 성난 마포구민과 국민들의 흥분에 비해 이 사건을 성희롱 사건으로 판결을 이끌만한뚜렷한 효자 단서들이 별로 없는 듯 하다. 그래서 인지 언론 어디에서도 이사건 이후 그 자리에서 강의원과대화를 나눈 여성들이 성희롱으로 그를 고소했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필자는 이 사건이강용석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주목하고 싶다. 성희롱 문제는 법으로만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듣는 사람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때' 성희롱이라고간주한다는 법은 법정 결론을 내는데 지루하고 또 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서 많은 여성들이 법정논쟁을 피하는 경향이있다. 성희롱문제는 부인들이 남편들의 행동거지를 단속하거나 어머니가 어린 아들을 가르치는데서 시작해야 할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는 많은 남성들이 술자리에서 조차 입조심을 해야 할 것이다. 허세가 센 남성들이 술자리에서 하는 음담패설에 그저 웃으며 넘기고 앉아있는 여성들을 두려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들이 언제 어떻게 신문사에 전화해서 성희롱 또는 명예훼손을 주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부분은성평등사회를 원하는 이들에게 꽤 긍정적이다. 그러나 한편 직장여성들이 회식자리에서 높은 직위에 있는 능구렁이 남자 상사들이 거리낌 없이 내 뱉는 음담패설에 수치심을 느꼈다고해서 제보를 하면 중앙일보에서 다 기사화해서 그 더러운 입을 응징해 줄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면 또 우울해진다.
언론은 늘 정의를표방하지만 동시에 코앞에 손익을 따지고 특종이 될 만한 것을 굶주린 늑대처럼 쫓고 있는 셈이다. 과연 그 많은 언론사중에 몇이나 자사의 돈줄이되는 광고주 회사의 CEO가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을 때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보도해줄 것인가? 또한, 남의 위기는 곧 나의 기회라는 식의 몰매와 돌팔매질을퍼붓는 정당들의 저급한 정치문화도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은 모두 독자와 유권자의 성숙함에 달려있는 것이다.

내 남편도 강용석과별반 다르지 않았었다.

첫아이를 가져 8개월쯤 때의 일이다. 배불뚝이인 필자와 남편은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한 TV 광고에 잘 빠진 여자 모델의 몸매가 적나라하게 노출되었을 때 남편은 필자를 돌아보며 손가락으로 그 모델의 몸매를 따라 그리고 울룩불룩한필자의 몸라인을 따라 그리며 비교하고 있었다. '당신 몸이 코끼리 같다'고 하는 친절한(?)멘트까지 빠뜨리지 않으며…

4~5년간의 연애끝에 결혼한 남편이 코끼리 같은 임신 8개월의 아내와 늘 운동과 피부로 단련된 란제리 모델의 몸매를 비교하며죄책감도 없이 히죽히죽 웃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이런인간이 애 아버지가 될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연애할 때는 드러나지않던 그의 '뼛속까지 예쁜 여자를 선호하는 본능,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먼저 보는 습관'을 들키고 만 것이다. 그때 결심했다. "이 남자를 이해하자. 그리고 변화시키자. 그리고 내아들을 잘 키우자." 왜냐하면, 대한민국에 나와 비슷한 수준의 성평등의식을가진 남자를 찾기란 모래판에서 바늘을 찾기 보다 더 힘들어 같았기 때문이다.

남편 이해하기

남편은 아들만 넷인집에 셋째아들로 자랐다. 세살때 아버지를여의고 청상과부가 되신 억척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어머님 슬하에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자랐다. 아버지도 없이자라는 아들들이 딱해서인지 구시대적인 성역할 관념 탓인지 어머님께서는 아들들에게 부엌일이나 집안청소 등을 일체 손대지 못하게 하셨단다.돈벌이와 집안일로 본인의 몸이 부서지더라도 네 명의 아들들에게 남자라는 특권을 온통 누리게 해주시려 한 것 같다.그런 어머님의 교육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녀 나름대로 자녀를 사랑하는방식이었으리라. 그러나 그렇게 자란 네 명의 아들들이 부인들에게 사랑받을 리는 만무하다.

남편에게 투쟁하기

임신 8개월의 배불뚝이 아내의 몸을 성스런 어머니의아름다운 몸으로 바라보지 못한 채 성적 대상으로 보고 섹시한 여성과 비교해 비하한다는 것은 성희롱을 넘어서 인격모독이었다. 남편이 '그냥 농담한거야' 라고 무마하려고 했을 때 그 말은 더욱더 필자를 화나게 만들었다. 어찌 그런 농담을... 그러나 그것이 필자에게 이혼의 사유가 되진 않았다. '내가 고쳐가며 가르쳐가며 데리고 살자' 이 정도로 지혜롭지 못하게 이혼을 한다면 대한민국 여성들 70% 이상은 이혼을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그 이후로매사에 그의 남성 중심적 행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시정을 요구했다. 하루하루가 늘 투쟁이었다. 10여년을 넘게 그렇게 투쟁해왔다. 때로는 이혼을 전제로 위협하기도 하고, 밤일을 거부하는sex 파업도 해봤다.

다행이도 남편은 많이변했다. 둘 다 풀타임 맞벌이임을 감안해 육아에 대해서50%이상 늘 책임지려하고 가사일도 걸레질까지 못하는 게 없이 만능이 되었다. 필자가3년전 6개월간 해외에 혼자 연수를 나왔을 때 남편은 혼자서 초등학교 저학년인 두아이와 집안일까지 다 보살폈다. 남자들도 잘 가르쳐 놓으면 꽤 쓸만하다. 본인이 집에서 '남성중심 사상'을 버리고 평등에 가까운 생활을 강요(?) 받다 보니 그의 직장생활에도변화가 있었나 보다. 그의 직장 내 많은 여직원들이 입을 모아 그를 칭찬한다. 직장내 남자 직원들 중에서 가장 남녀 평등적 언행을 한다고. 때론 부부간의 로맨스를 희생해가면서까지 일상 투쟁해서 얻은 결과라서 그런지 그런 피드백을 받았을 때 가장 뿌듯했고 감사했다.

아직도 남편의 피속에흐르는 남성이라는 자존심과 조금이라도 더 대접받고 싶어 하는 우월감이 내 눈에 보이기는 하나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진행 중인 운동이기에 희망은 있다고본다.

잘나가는 남자들?

안타까운 것은 사회적으로잘나가는, 소위 베스트 스펙을 가진 남자들이 성평등의식이오히려 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구조적으로 좋은 스펙을 가진 조건 좋은 신랑감들이 신부감을 고를 때 서로같은 눈높이로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반려자를 만나기보다는 자신의 우월한 조건에 힘입어 잘나가는 남편의 출셋길을 협조할 내조타입의 아내를 맞이하거나 데이트를 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순종적인여성을 배우자로 둔 남성들에겐 필자의 남편처럼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절반의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들의 딸들에겐 어떤 세상이 필요한지,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접받지 못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뼈아프게 경험할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강용석과같은 모델케이스가 나오는 게 아니겠는가? 필자는 강용석의원이 한편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분명 그는 신혼 초의 필자의 남편과 성의식측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았던 사람이라 생각한다. 많은 남성들에게 '입조심 해야겠네!' 라는 교훈을 준 것은 감사하지만, 그의 화려한 스펙과 참여연대활동 경력들을 보면,그의 공인된 능력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쓰이지 못한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다. 대한민국에 아직도 깔려있는 제 2의 제3의 강용석에게우리는 계속 몰매로만 해결할 것인가?

글을 마치며

우리나라에 잘 고쳐서유용하게 써먹을 정도의 남자들은 많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잘 고쳐나가는 것은 현명한 여성들의 몫이다. 성평등세상은 남성과 여성이 모두 서로의편견과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한 단계 한단계 조율하며 고쳐갈 때 비로소 근접할 수 있는 이상세계이다. 강용석을나한테 보내라. 내가 확 고쳐서 '성평등당'의 법률자문가로 만들어 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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