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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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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훈(twblidys)등록 2010.07.30 18:23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밀양은 접근성에서는 부산 가덕도보다 낫다는 평가다 [편집자말]
요즘 부산·경남의 초미의 관심사는 아무래도 동남권 신공항 유치일 것이다. 신공항 유치를 놓고 벌이는 부산과 밀양의 유치전이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대구와 울산이 밀양을 지지하기로 선언함으로써 동남권 신공항 유치는 지역 간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정부에서는 지역 간의 첨예한 대립 때문에 오히려 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자는 주장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하늘을 지고 있고 같은 땅을 밟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역의 이권 앞에서 이렇게까지 부딪힐 줄 누가 알았으랴. 언제부터 이렇게 지역 이기주의가 심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최근 대구 지역 언론은 신공항을 밀양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후 지역 상공회가 밀양 신공항 유치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대구, 울산, 경남, 경북에서는 신공항 밀양 유치를 위한 1000만인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국책사업을 단지 지역적인 정서를 동원하여 밀어붙이는 것이 옳은 일일까.

신공항은 어디로 가야 하나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밀양은 접근성에서는 부산 가덕도보다 낫다는 평가다. 대구·울산·창원·구미·포항·부산 등 영남권 주요도시에서 1시간 내외의 거리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밀양은 산악지대로 둘러싸인 지형이란 점에서 공항으로서 아주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자칫 잘못하면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밀양은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무려 29개의 산봉우리들을 깎아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자체가 난공사일 뿐더러 공사비를 예상보다 훨씬 많이 지출하게 된다. 또한 산들을 깎아내는 과정 중에 자연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악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밀양에 신공항을 유치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또한 공항 주변 소음으로 인한 민원 등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데, 밀양은 근처에 민가가 많아 법적인 배상 문제가 불거질 경우 새로운 갈등요소를 더할 우려가 있다. 특히 공항 인근의 농축산종사자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더해진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나는 소음으로 인해 가축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산을 못하거나 성장에 지장을 주거나 아예 죽는 일도 벌어진다. 

그렇다면 부산 가덕도는 신공항으로 적합할까. 일단 가덕도는 산악지대 등의 장애물이 없어 안전한 공항을 건설할 수 있다. 그리고 해안가에 위치한 지라 근처에 민가가 많은 밀양보다 소음에 대한 민원이 적어 24시간 비행이 가능하다. 이는 국내외 항공 수요를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밀양보다 배후 부지를 개발하기 힘들고,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매립을 할 경우 환경오염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주변 어민들에 대한 어업권 보상 문제도 큰 난관일 것으로 보인다.

나만 잘되자는 것 버리고 상생하며 사는 시대로 나아가야

동남권에는 신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 신공항 건설로 인해 얻게 될 효과는 고스란히 지역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신공항은 물적·인적 교류를 통해 지역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밀양이나 부산이나 신공항을 유치하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최근에 불거진 부산과 밀양·대구·울산·경남·경북 연합세력 간의 유치전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국민의 혈세가 10조원 가까이 투입되는,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이렇게 중차대한 사업을 앞두고 그저 감정에 호소하는 실태를 보면 화가 날 지경이다. 

우리는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내 앞마당에는 좋은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뛰어넘어서 지역 전체를 바라보고 국가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더불어 신공항 입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공항 입지에 대해서 현재 논의된 것보다 더 깊은 연구와 예측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공항은 지역경제의 큰 보탬이 되는 시설임과 동시에 혐오시설이기도 하다. 공항 입지에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은 공해를 줄이는 것이고 주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공항 입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다양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세기는 제로섬시대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내가 잘되면 되고, 남을 죽여서라도 나만 잘살면 되는 시대였다. 하지만 21세기는 그렇지 않다. 아니 그렇지 않아야 한다. 21세기는 친환경 시대, 협동과 화합의 시대, 이웃이 잘살고 잘돼야 나도 잘사는 시대이다. 온 세계가 전부 잘살아야 각 나라도 잘사는 것처럼 우리도 이웃 동네 이웃 도시가 잘살아야 나도 잘살 수 있다. 부디 이웃도시와 더불어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을 도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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