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조형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발언

불수진과 조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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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욱(kkkworm)등록 2010.08.15 11:09
불수진 [拂鬚塵] 

불수진이란 송사(宋史) 구준전(寇準傳)에 나오는 말이다.
중국 송(宋)나라의 진종(眞宗) 때 재상 구준(寇準)이 있었다. 그는 정의롭고 강직하며 청렴결백한 청백리였다. 그는 유능하고 지혜로우나 재야에 묻혀있는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하여 나라의 일꾼으로 만들었다. 참정(參政:종2품) 정위(丁謂)도 그가 발탁한 젊은 인재중의 한 사람이었다. 정위는 비록 유능한 인재였지만 윗사람에게 비굴할 정도로 아부하여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었다.

한번은 조정 중신들과 함께 회식하는데, 구준이 그만 수염에 국을 묻혔다. 이때 이 모습을 본 정위는 쏜살같이 달려와 자신의 소맷자락으로 공손히 구준의 수염에 묻은 음식 찌꺼기를 닥아 주는 것이었다. 이에 구준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부하는 정위를 "참정이라면 한 나라의 중신인데 상관의 수염까지 털어줄 것까지 없지 않겠소[拂鬚塵]."라고 냉정하게 그의 아부하는 버릇을 꾸짖어 주었다. 그러자 정위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고개도 들지 못한 채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오늘자 신문의 보도내용을 보면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행동은 바로 불수진고사의 정위의 행동과 가깝다.

13일 공개된 동영상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부산경찰청장을 지낸 조 내정자는 지난 3월 서울경찰청 대강당에서 경찰관 기동대와 전경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특강을 진행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사망했습니까, 무엇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 이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차명계좌가...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이 됐는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을 조 내정자는 "오래된 사실로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발뺌하려 하다가 명확한 증거가 나오자 긴급히 해명했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에게 묻고 싶다!
돌아가신 분에게 무슨 원한이 있기에 이러한 망발을 내뱉을 수 있는가?
어떤 증거로 돌아가신 분을 또다시 욕보이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 우리는 항상 예의를 지켜왔다. 이것이 바로 세상의 상식이자 인간의 도리다. 그러나 조 내정자의 발언은 그와는 동떨어져있음을 느낀다.

게다가 조 내정자의 '노무현 차명계좌발언'은 사실이 아님이 증명되고 있다.
언론에 의하면 당시 노무현 대통령 수사에 참여했던 대검관계자들도 '노 전대통령에게 차명계좌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당시 조 내정자는 검찰수사내용을 알 수 없는 위치라고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조 내정자의 차명계좌발언은 거짓말이란 말인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와 같은 발언은 오로지 자신의 영달을 위해 권력자의 구미에 맞춘 발언으로 아부의 극치라고 생각된다.
보통 아첨을 받는 사람은 권력이나 재력을 갖춘 자이고 아첨하는 사람은 그와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진정한 실력이 아닌 아첨으로 입신양명한 자는 언젠가는 자신도 아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며, 여기에는 부정, 부패, 비리가 늘 함께 따라다닌다. 이리하여 아첨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런 패륜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 내정자는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물러나야 한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자를 과감한 지명철회를 통해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국회의 견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소통 없고 형식적인 청문회'와 '일방적인 임명'으로 끝날까 두렵다. 이러한 임명이 두려운 이유는 바로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아첨의 악순환 때문이다.  

작년에 있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급서는 한국정치사에 있어서는 안 될 비극이었다. 그의 지지자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그의 급서를 애도했고 애통해 했다. 그의 시대정신과 상생, 화합의 메시지는 갈등과 분열을 넘어 다시 한 번 '용서와 관용'이 한국 정치사에 남도록 했다.
그러나 참담하게도 오늘 또다시 그에게 돌아온 것은 지독한 멸시와 시기 그리고 어이없는 모함과 지독한 패륜적 망언뿐이다. 

바보 노무현, 바보 노무현
강한사람에게는 한없이 강하고 약한사람에게는 한없이 약했던
바보 노무현

살아서는 멸시를
죽어서도 모함과 천대를 당하는
바보 노무현

깊어가는 여름밤 조용히 그의 이름을 되새긴다.
다시 한 번 소탈한 그의 미소를 떠올린다.
그의 미소에게 짙은 민들레 향기를 느낀다.

덧붙이는 글 한토마에 게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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