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불립(無信不立)과 군자지도(君子之道)

김태호 총리후보자의 사퇴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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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두현(mitbul)등록 2010.08.30 15:47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총리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결국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했다.
이를 두고 여러 얘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당연한 사필귀정이다. 문제는 그 사필귀정(事必歸正)이 현실 속에서는 늘 구호로만 난무할 뿐, 속 시원하게 이뤄지는 꼴을 못 봤다는 점이다. 정의를 외치고 상식을 외치면서 대충 그것과는 반대로 살아가는 이 땅의 오블리제 없는 노블리스들의 작태에 너무 많이 속아온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기대를 했다가 실망하기 싫다는 심리적 방어기제 때문에, 총리청문회를 보면서 비도덕적 행위와 말바꾸기에 흥분하기 보다는 짜증을 내거나, '똥 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란다'며 싸잡아 욕하며 정치허무주의에 빠지거나 또 저러다 흐지부지 되겠지 하는 냉소적 생각을 한 사람도 필자만은 아닐지 모른다. 그런데, 일요일이라 늦게 일어난 아침에, 김 총리후보가 자진사퇴를 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역사를 이성의 실현과정으로 생각한 헤겔이 말한 '이성(理性)의 간지(奸智)'가 현 정부의 국민을 무시한 오만과 독선의 정치를 견제하기 위해 김태호총리 후보자를 통해 작동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 점에서 늘 절망이라는 낭떠러지 한발 앞이 희망이고, 위기의 등 뒤가 기회라는 것이 맞는 듯 하다. 이 말은 현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이나, 김태호 총리 후보에 다같이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김태호 지사는 자진사퇴 기자회견문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을 했다.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유명한 공자말씀인데, 전후문맥을 이해하기 위해서 전문을 인용해 보자.

- 자공이 묻자오되, '국가를 잘 다스리자면 어떻게 하여야 되옵니까?' 공자 답 하시되, '먹을 것이 품부하며, 국방이 튼튼하고, 아울러 인민이 신복(信服)하여야 할지니라.'
'그러면 부둑히 이 세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그만 두어야 한다면 어떤 것을 먼저 버려야 되오리까' '군대의 훈련을 중지 할지니라'
'또 부득이 이 두가지 중에서 한가지를 그만 두어야 한다면 어떤 것을 먼저 버려야 되오리까.' '먹을 것을 그만 둘지나 예로부터 한번 죽음은 누구든지 면하지 못 하거니와 인민의 믿음 없이는 자립(自立)할 수가 없느니라.' ('논어신역' p193~194. 1956. 이가원, 통문관 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일 것이다. 무릇 국회의원 이하 시군지사, 시군의원까지 선거를 통해 공직에 진출한 사람들이 너도 나도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은 곱씹어 보면 정말 무서운 말이고,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다.
위정자들과 인민사이의 신뢰가 나라를 유지하는데 있어 굶어 죽기에 이를 지경의 극단적 경제난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특히, 온 세계를 넘나들며 살아가면서 자유로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지금, 정치가 믿음을 상실한다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것이 현실과동떨어진 2500여년 전의 '공자말씀'이 아니라 바로 현실이기 때문이다.
논어를 넘겨 보면, 한나라 초기 동중서에 의해 한제국의 국가 이데올르기로 작동하기 이전의 원시유학, 공자가 제자들과 나눈 너무나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휴머니즘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유교가 동양의 통치 이데올르기로 작동하면서 분칠되기 이전의 논어에 나오는 말들이다.

- 공자 말씀하시되 '글 읽는 이는 벼슬자리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벼슬에 설만한 덕행이 없음을 걱정하여야 하며, 또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다만 남이 나를 알아 줄만한 학식을 가져야 할 것이니라.'
- 증자 답하되 ' 선생님께서 강구하시는 도리는 한결같이 충(忠)과 서(恕)로 모든 일에 일관하실 따름이니라. (忠: 자기의 역량을 다하는 것, 恕: 자기의 마음을 미루어서 남을 대접함)
('논어신역' 1956. 이가원, 통문관 간)

김태호 전 지사와 모든 공직자들, 공직에 나아가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들려 드리고 싶은 공자님 말씀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동3가 2-3 경남데파트 남두현 010-2952-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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