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 조중동, 이것들이 왜 이래?

막후 킹메이커, ‘난 이런 신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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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식(bullet1917)등록 2010.09.02 15:07
으르렁~ 조중동, 이것들이 왜 이래?
- 막후 킹메이커, '난 이런 신문이야~♬' -

"이것들이 왜 이래?" 이런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 청문회에서 조중동은 청와대의 인사에 대해 집요하리만치 으르렁댔다. 경향이나 한겨레 못지않았고, 때론 그 이상이었다. 그만큼 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의 위법과 부도덕함이 지나쳤다는 얘기일 수도 있으나, 위장전입이나 투기의혹, 거짓말 정도로 이명박을 외면할 조중동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들이 언제 언론 본연의 역할에 투철하기나 했던가?

과거 2008년 2월 이명박 정권의 조각 후보자들에게도 위법과 부정비리의 의혹은 차고 넘쳤지만, 조중동의 태도는 지금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당시 조중동은 청와대와 인사청문회를 거부하려는 민주당, 인사검증시스템을 싸잡아 비판하며 물타기를 하거나, "성직자를 공직에 보내는 게 아니다. 도덕, 경력, 재산에 하자가 있어도 장관직 수행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면...능력을 믿고 일을 맡겨야 한다."(중앙, 2008/2/29)며 노골적으로 이명박 방어에 나섰다.

반면 이번 청문회에서 보인 조중동의 날선 비난은 뭔가 작심한 듯 보였다. 레임덕이란 분석이 있기도 하지만, 23일 동아는 사설에서 "역대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한 권력형 부패와 편중인사 논란을 임기 말까지 경계해야 한다"며 레임덕을 걱정해줬다. 그보다는 차기대권 즉 정권재창출을 향한 여권 내의 줄서기와 세력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더 투명하다. "정권 재창출 위해 협력한다는"는 이명박과 박근혜의 비밀회동(이를 두고도 조선은 '뭐가 그리 자신 없어 감추냐'고 힐난했다.)도 있었고, 대통령 스스로 밝혔듯 김태호 카드는 총리를 넘어 대권을 향한 포석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조중동은 매일 "이건 안 된다"며 여론전을 편 것이다.

이들의 궁극적 목적은 내각의 도덕성을 높이는 것도 아니고 법의 위엄을 세우려는 것도 아니다. "죄송 내각"을 만든 핵심 하자는 위장전입이었지만, 이는 낙마한 이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진수희 후보는 세금탈루 의혹이 짙은 다운계약서 작성을 시인했고,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고발까지 당한 조현오 후보와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의 위장전입도 낙마로 이어지진 않았다. 으르렁대는 조중동의 진짜 관심은 오직 정권재창출에 쏠려 있다. <정부의 도덕성 수준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동아의 25일 사설은 이를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실지로 이번 청문회 결과, 총리를 비롯해 3명의 장관이 낙마한 결정적인 영향력은 여권 내부에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들 내부에는 벌써 차기정권에 대한 서로 다른 욕망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예상컨대 청와대완 달리 범여권 및 보수집단 내 다수는 '김태호 등 영포회 라인은 안 된다'로 정리한 듯 보인다. 26일 청문회 마지막 날까지도 동아는 <총리 후보자의 법의식과 공사구분 능력>, 조선은 <이런 총리 이런 장관으로 임기 후반 국정 이끌 수 있나>, 중앙은 <정승이 임금이 될 확률은> 기적에 가깝다며 해외사례와 역사까지 들춰가며 일제히 김태호 낙마를 겨냥한 사설을 쏟아냈다.

이러고도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총리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예측이 있자, 27일 이들 신문은 확인사살에 나섰다. 중앙은 <"거짓말과 반복"은 더욱 엄중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며 이런자가 "정부 한가운데에 앉으면 그 국가에 영이 제대로 서겠는가"라고 했고, 조선은 <여권, 이런 인사 밀어붙이고 뒷감당 자신있나>며 집요하게 흔들었다. 중앙일보는 차기 대권주자의 자질비교까지 해가며 김태호를 까댔다. 26일자 중앙은 "도지사가 여관에서 잘 수 없지 않는냐"는 김태호의 말과 찜질방에서 자며 주민들로부터 "우리 도지사가 온갖 박대를 당하며 찜질방에서 밤을 지새운다"는 찬사를 받은 이광재 강원도지사를 비교했다.

이 와중에 감히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애쓴 자가 있다. 바로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벌써부터 대권가도가 시작됐음을 눈치 챈 과감하고도 약삭빠른 언행이었다. 그는 "우리는 자고 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른다"며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직접 언급하는가하면 대통령을 겨눈 잇단 발언을 내뱉었다. 발끈한 청와대가 "지사 일이나 잘 해라(한겨레8/25)"며 질타하자, 김문수는 난데없이 중앙(8/27)에 "광화문에 이승만 동상을 세우자"는 기고를 하며 보수집단의 엄호와 환심을 사려는 노력까지 기울였다. 이재오 후보의 청문회 과정에서 뜬금없이 "(김문수)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생각있다"는 대화가 오간 것은 괜한 일이 아니다.

한편, 민주당은 여권 내부의 권력다툼의 덕을 적절히 챙겼다. CBS의 [노컷뉴스]는 8월29일 민주당의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7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자를 낙마시킬 결정적 문건을 29일쯤 폭로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민주당은 정권의 도덕적 기강을 세우기보다는 정치적 계산을 하며 한나라당과 모종의 거래를 한 셈이다. 25일 한나라당의 조현오-이주호-진수희 후보에 대한 청문회보고서 단독 채택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이 거세지 않은 점도 여당과 민주당의 교감 가능성을 더 높게 한다. 동아 26일자는 한나라당 행안위 간사인 김정권 의원의 말을 빌어 "외견상 강행처리지만 경과보고서에 민주당 의견을 수정없이 반영했다"고 보도했다. "결정적 문건"이 있다면 그간에 드러난 김태호 후보자의 흠결을 넘어서는 내용일텐데, 결국 공개하지 않은 점은 민주당도 투명한 도덕성 검증이 청문회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김태호 총리 후보 등 3명의 낙마 이후 조중동의 날선 비판은 급속히 온도가 식었으며, 이후 보강인사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전하는 선에서 마무리 했다. 인사청문회는 결국 그들이 의도한 바를 달성하고 끝났다. 청문회 이면에서 시작된 대권가도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유력한 막후 킹메이커임을 보여줬다. 이렇듯 진실보다는 권력을 쫓고, 비리를 척결하기 보다는 비리를 활용하는, 언론이라 말하기가 정말 내키지 않는 조중동. 이들에 의해 사회 일각의 정치권력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니 새삼 섬뜩해진다. 이 현실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1조를 거침없이 조롱하고 있다.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가? 그만 끝내야 한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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