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전주법원은 자사고 신청재단이 전북교육청을 상대로 낸 지정취소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예상했던 대로 두 학교(익산남성고, 군산중앙고)는 가처분 인정에 대해 환영했고, 이후 입학설명회와 모집 절차 등을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현재의 양상은 법원이 가처분 인정으로 일단 재단 측의 손을 들어준 상태이지만 앞으로 특권교육의 전도사 이주호 교과부와 전북교육청의 갈등 그리고 자사고 신입생 선발 등을 둘러싸고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경쟁을 통해 학력신장이라는 허울아래 결국 특권, 귀족교육을 위한 재단측의 일부 기득권세력과 언론들은 교육감에게 행정력의 낭비니 재량권을 일탈했느니 하며 혼란을 부추긴 책임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김승환 교육감에 대해 흔히 진보, 좌파교육감이기 때문에 독선적으로 무조건 자사고를 반대하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전북지역 대다수 여론과 교육계조차 수년째 자사고 지정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주요한 흐름이었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임 최규호 교육감도 지난 선거 당시 "설령 자사고 설립 요건을 충족시켜 신청해와도 전북에서 자사고는 있을 수 없다"라고 확약을 했으며 작년 재직시 자사고 신청에 대해 명백히 반대 입장을 취해 반려했던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또한 김승환 신임교육감을 포함해 이번 6.2선거에 출마한 5명의 교육감후보중 지지율이 가장 낮은 1명의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가 자사고 반대 기자회견을 공동으로 할 수 있었던 계기도 도민의 정서를 반영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지난 8월 남성고 관계자는 TV토론회에 나와 "득표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한 교육감은 70%가 넘는 도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자사고 찬성여론이 훨씬 많은 것처럼 호도하는 발언을 하였지만 역으로 대다수 후보자가 자사고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실은 애써 외면하였다.
- 먹튀 전임교육감의 자사고 지정이 원인 -
도민의 여론과 정서를 의식해 임기 내내 반대 입장을 취했던 전임교육감은 왜 이번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지난 5월31일 갑자기 자사고 신청을 승인했을까?
이번 선거 출마를 포기하면서 여론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졌고 여러 경로로 감지된 교과부의 압력 그리고 자사고 신청학교의 동문(남성고 출신)으로서 어떤 후보가 차기 교육감으로 당선되어도 자사고 지정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면서 쫒기듯이 졸속으로 지정하였던 것이다.
일부에서 김승환 교육감에 대해 일사부재리를 들어 월권을 했다고 공격하지만 사실은 작년 자사고 지정시와 전혀 내용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작년에는 반려하고 올해에는 승인해준 전임교육감이 일사부재리를 위반했다고 보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 김승환 교육감은 그것을 원상태로 바로잡는 차원에서 지정을 취소했던 것이고.
'참여자지군산시민연대' 유재임(38)사무처장은 "전북교육의 중요한 좌표가 되는 사안을 임기를 불과 며칠 앞두고 공청회 한번 없이 밀실에서 급하게 처리한 것은 퇴임하면 그만이라는 도덕적 불감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최규호 전임교육감의 여론에 반하는 무책임한 먹튀 자사고 지정이 현재 혼란의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 진보가 오히려 학력신장을 더욱 원한다. -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모든 국민은 차별받지 아니하고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전북지역은 과거 비평준화시절 조그마한 도시에서 명문 비명문으로 나뉘어 통합이 저해되고, 학연에 의한 토호 기득권 세력의 발호등과 온갖 사교육이 횡행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노동운동에 종사하는 조성옥(47)씨는 "과거 종부세 문제처럼 편협한 자기재단 이익만을 위해 기를 쓰고 추진하는 소수의 찬성론자에 맞서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도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라는 미명으로 목청을 높이지만 이미 전북에서도 외고, 과학고, 상산고, 익산고등 여러 형태의 고교로 인해 크게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 추가로 익산, 군산에 자사고가 설립되면 고교 입시 부활시대로 되돌아 가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것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은 비싼 수업료와 소수의 우수학생을 독점해서 손쉽게 신흥 명문고로 진입하고자 하는 이기적인 사학재단이며, 손해는 전북지역 전체 학군에서 수급의 파행적인 불균형과 황폐화된 교육현실일 것이다.
'전북교육혁신네트워크'도 지난 6일 "익산과 군산의 고교 평준화는 주민과 시민 사회단체의 노력으로 얻어낸 소중한 결과물"이라며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자사고를 막아낼 것이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김승환 교육감은 교육개혁, 교육혁신 등의 문제에 앞서 우선 가장 기본적인 지역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자사고 지정 취소라는 쉽지 않은 고육지책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소수의 명문대 진학을 위한 수월성 교육도 필요하고, 한명의 낙오자도 없는 평등교육을 위한 정책은 당연히 병행되어야 한다.
앞으로 자사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어,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실험으로 학력신장과 인성교육을 이뤄 교육주체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실이 맺게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어제 기사를 보냈었는데 보완해 보라는 전화를 받아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다시한번 검토해 주시면 합니다.
만약 기사가 실리게 되면 전임 최규호교육감과 김승환교육감의 사진을 실어도
좋을것 같습니다.
2010.09.09 13:56 |
ⓒ 2010 OhmyNews |
|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