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슈퍼스타는 좋지만...

슈퍼스타 K를 곱게 볼 수 만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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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celebjes)등록 2010.09.20 12:29

슈퍼스타 K 슈퍼스타 K 탑 11 무대가 끝나고 탈락자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엠넷미디어


 슈퍼스타 K가 지상파 방송 3사의 시청률을 제치고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개성 넘치는 가수 지망생들은 130만 명 가운데 선발돼 '슈퍼스타' 한 자리를 두고 토너먼트식 무대를 선보인다.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도도 올라가지만 그만큼 논란과 뒷이야기도 쏟아져 나온다. 얼마 전 혼자 살겠다며 팀을 버리고 상대 경장자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던 후보자는 탑11 무대에서 탈락했다. 그녀의 모습이 이기적이라고 본 시청자들이 즉각 마녀사냥에 나섰고 시청자 투표가 당락의 70%를 좌우하는 만큼 그녀는 슈퍼스타가 될 수 없었다.



 대중투표 형식이 아니더라도, 슈퍼스타는 여론을 구성하는 국민에 의해 만들어진다. <디워>감독 심형래의 경우도 그랬다. 그의 작품은 한국적 원천기술로 할리우드를 점령하겠다는 '애국'이라는 가치를 내세웠다. 이에 동감한 국민들은 줄지어 영화를 관람했고 그를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슈퍼스타 반열에 올려주었다. 척박한 국내 과학 연구 시스템에서 독자적인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성공시킨 황우석 박사, 10년이 넘어서야 빛을 발한 골프선수 양용운, 일본의 자랑이던 피겨 스케이팅의 아성을 단번에 무너뜨린 김연아 선수, 미국에서 유명 영화 주연자리를 꿰찬 가수 비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 슈퍼스타들에게는 국민이 만들어주었다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가령 척박한 환경을 개척하겠다는 불굴의 의지, 타인의 시선이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심지, 어려운 가정환경 혹은 제작환경, 포기하지 않은 원대한 꿈, 수백 수천 배의 노력 등이 그것이다. 즉 국민적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몇 가지 '전형적 어려움'의 항목이 존재한다. 이 전형성은 문학에서 '영웅 신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의 후광이나 덕택으로 쉽게 성공한 이들은 부러움의 대상이긴 하나 동경의 대상은 아니며, 국민적 영웅은 더더욱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노력으로 인생 역전극을 펼치면 '나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탯줄' 스펙으로 성공한 이들의 성공은 일반인이 따라잡을 수 없는 성격의 것이기 때문이다. 슈퍼스타 K에서 프로그램 속 갈등구조를 구성하거나 후보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거듭 강조해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이런 '전형성'을 부여하고 시청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다.



슈퍼스타는 분명 어려움을 극복해낸 상징으로서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기에 인기를 누린다. 문제는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가 '너도 해야 한다'로 바뀌는 순간이다. 가정환경의 불우함도, 사회 안전망이 부족한 현실도 노력하는 개인은 무엇이든 극복할 수 있다는 신화가 복음처럼 전파된다. 희망을 독려하고 꿈을 심어주는 차원을 뛰어 넘어, 사회적 문제와 병리현상을 고쳐야할 대상이 아니라 성공을 위해 뛰어 넘어야 할 단순한 장애물처럼 보는 인식은 위험하다. 한국 사회가 꿈을 담보로 개인에게 '슈퍼인간'이 되라는 말을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왕따를 당했다는 싱어송 라이터, 아버지와 함께 살며 학교 마치지 못한 27세 젊은이, 아버지를 여읜 고등학생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적 희망 만들기는 좋지만,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사회적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까지 '실패는 네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몰아붙이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곤란하다. 악녀캐릭터와 함께 카이스트 미녀 캐릭터 후보자도 투표에서 떨어지고 만 지난 무대를 보며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덧붙이는 글 | http://blog.naver.com/eunsil86

2010.09.20 12:29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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