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 명의 눈을 뜨게 하다

베네수엘라, 미시온 바리오아덴뜨로 통해 의료가 이웃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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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병도(rheebd)등록 2010.09.20 16:34
 "혁명 전 전국민의 70%가 의료사각지대에 있었으나 현재는 이 중 70%가 무상으로 바리오(Barrio)를 통해 의료를 제공받고 있으며, 현재 쿠바 의료진 15,300명과 베네수엘라 의료진 1,200명이 활동하고 있다. 예산 중 보건지출도 꾸준히 늘어나 초기의 6%에서 현재는 25%대로 올라갔다.

모성사망률, 영아사망률 등 각종 의료지표들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유소아 설사/폐렴 진단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사망률은 감소하고 있다. 기적 프로젝트(Mission Milagro)를 통해 개안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무려 150만 명에 이른다."

<건강과 대안>에서 8월 월례포럼으로 고려대 정혜주 교수의 발제로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일차의료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또 하나의 혁명, 쿠바 일차의료]라는 제목으로 혁명이후 쿠바의 일차의료시스템을 개괄하는 번역서가 출간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포럼은 차베스 집권 이후 베네수엘라의 미션 바리오 아덴뜨로(Mission Barrio adentro, 이웃 곁으로)를 개괄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건강과대안포럼 건강과 대안 포럼에서 정혜주교수가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일차의료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건강과대안


- 베네수엘라의 최근 역사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베네수엘라는 1945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 민주행동당과 기독사회당의 연정 민주정부가 집권하다가 1989년 이후부터는 페레즈(Perez) 정권이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전격 수용하기 시작한다. 1989년 2월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들이 봉기한 El Caracazo(민중봉기)가 페레즈 정권의 무자비한 탄압과 학살로 실패한다.

그 이후, 1992년 당시 중령이었던 차베스가 군사쿠데타를 시도하지만 또 실패한다. 그러다 1998년 볼리바리안(Bolivarian) 혁명으로 그해 말 집권에 성공한다. 이후 내각과 의회를 다시 꾸리고 헌법을 개혁하여 집권의 기틀을 다진다. 그리고 1999년부터 볼리바르 계획 2000(Plan Bolivar 2000)을 실시하고, 49개의 개혁입법(석유 국유화, 토지국유화 등) 등 친서민 사회주의 정책들을 펴기 시작했다."

- 차베스 혁명 전 베네수엘라의 보건의료 상태는 어떠했나?

"혁명 이전의 베네수엘라 보건의료는 80년대 이후 공공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민간영역에 맡겨져 있었다. 사설병원, 군병원 등이 있었지만 사유화되고 통합적이지 않아 서민, 빈민들의 의료접근권이 형편없이 낮았다. 치료의학 중심인데다가 일차의료가 부실하여 전달체계 역시 체계적이지 않았다."

- 교육이나 주택 유통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

"높아진 민중의 정치의식, 참여의식을 토대로 교육, 의료, 주택, 유통 등 각종 영역에 걸친 개혁 프로그램이 시행되었다. 문맹퇴치를 목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으로 미션 로빈슨(Mission Robinson)이 있었다. 13,000여명의 쿠바의사의 지원을 받아 실시된 무상의 일차의료 미션인 미션 바리오아덴뜨로와 민중들이 싸고 편하게 식료품을 살 수 있는 미션 메르칼(Mission Mercal) 등이 대표적인 미션들이었다.

이를 통해 시중보다 30-35% 저렴한 민중상점인 메르칼은 전국적으로 14,000여 개 이상의 체인이 영업 중이다. 문맹률도 1998년 7%에서 현재는 문맹 없는 나라로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교육의 초기모델들은 점점 발전하여, 현재 교육 프로그램의 경우 로빈슨 1(문맹퇴치에서 로빈슨 2(초등교육)로, 다시 리바스(고등교육), 수크레(대학교육)까지 무상으로 커버하고 있다.

미션 부엘반 카라스(Mission Vuelvan Caras, 실업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 훈련 프로그램)의 취업교육, 교육과 의료를 포함한 미션 하비타트(Mission Habitat)의 공공주택지구 등이 커뮤니티에 통합적이고 통시적인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안전망/울타리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바리오 아덴뜨로다."

- 의료인들의 반발은 없었는가?

"2002년부터 카라카스시를 중심으로 플랜 볼리바르 2000에 따라 일차의료시스템을 도입하려했지만, 의사협회의 반발이 심했고 의사들의 자발적 지원도 거의 없었다. 자원한 의사는 고작 20명 뿐 이었고, 그것도 모두 전문의였다. 그 때문에 대안으로 라틴아메리카 의과대학에서 양성되어 남미지역에서 널리 활동하고 있는 쿠바 의사들에게 지원을 요청하게 되었다.

2003년 4월에 58명의 쿠바의사들이 카라카스 최빈곤 지역에 입주했고, 2003년 말에는 1만 명 이상의 쿠바 의사가 활동하게 된다. 의사협회나 기존의 사설의료시설들이 처음에는 의뢰를 잘 받아주지 않았으며, 약국에서는 처방전을 받아주지 않는 등 초기에는 반발이 거셌다.

'Don't cubanizing medicine'이라는 구호까지 등장했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초창기 빈민가 보건지소들을 시작으로 현재는 바리오 아덴뜨로 시스템 내에 2차, 3차병원까지 있어 의료전달체계가 잘 작동 중이며, 기존 시스템과의 협업도 원활하다."

- 쿠바 인력을 이용하기 보다는 자국의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노력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베네수엘라에도 라틴아메리카 의과대학이 문을 열어, 이곳에서 활동하는 쿠바의사들이 지역기반 의료 인력을 양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간호사는 현지 인력으로 거의 교체되었다."

- 라틴아메리카지역의 의료진 양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라틴아메리카 의과대학에 대해서 알려 달라?

"라틴아메리카 의과대학에서는 졸업 후 2년간의 지역의무 근무를 강제하고 있다. 그런데 수석졸업자를 산간오지에, 하위권 학생들을 대도시에 파견한다. 아무 도움이 없는 곳에서 혼자 진료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인정받는 것이 하나의 영예로 간주된다. 능력이 없는 졸업생은 계속 교수나 동료들에게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 실습을 병행하는 시스템이 장점이다."

- 이는 오일머니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중요한 것은 무슨 돈이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는 거다. 베네쥬엘라는 경제적인 동기가 아니라 사회적 존경이나 명예와 같은 가치들이 동기이자 인센티브로 작동하는 사회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21세기 사회주의라 불리는 베네수엘라의 의료시스템을 잠시 개괄적으로 들여다 본 시간이었지만, 다른 사회는 가능하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의료'라고 하면 한국의 의료, 미국식 의료 혹은 유럽식 의료를 생각하곤 한다.

사회가 다르면 의료도 다르다. 다른 사회를 꿈꾸며 다른 의료를 실험하고 있는 나라의 예로서 베네수엘라를 살펴보았다. 물론 이런 예가 절대 선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을 꿈꾸고, 보다 바람직한 의료를 위한 상상력을 재충전하기 위해 검토해 볼만한 시간이었다. 최소한 보건의료부문에서는 베네수엘라는 이제 세계 상위 3%에 들어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데일리팜에도 올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데일리팜에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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