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맞은 첫 10년의 미스터리 하나는 바로 민주주의의 퇴보다. 숫자로써 민주적 제도가 감소한 게 아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글거리는 뜨거움을 잃은채 그저 아이디어로 전락했다. 그게 걱정스러운거다.(코헨, 9월 20일, 뉴욕타임즈)중-일간 영유권 분쟁으로 촉발된 동북아의 위기 상황이 의외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의 본질과 일본의 기회주의 그리고 미국의 의도를 모두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말이다.오바마는 취임 초기, 중동지역을 순방하며 이슬람과의 '대화'를 설파했다. 그 바탕엔 새로운 외교, 즉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아랍-이슬람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는 철학(?)적 토대가 있었던 것으로 비춰졌다.세계는 부시의 이라크 전쟁 등으로 대변되는 '일방주의'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반가웠지만, 그의 연설 속에 그려진 '비전'으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이슬람에서 저런 개방성과 가치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면, 다른 지역에 대한 오바마 외교의 새로운 얼굴은 기대할만 했다.그러나 임기의 반을 지난 지금 적어도 그의 외교에 대한 평가엔 식상함과 심지어 배신감의 분노가 묻어난다.(유엔에서 행한) 빈곤 타파에 대한 오바마의 연설이 마음에 든다. 그러나 이놈의 (놈이란 표현은 개인적으로 느껴진 어감이다) 정부는 실행보다는 비전 제시를 잘 해왔다.(니콜라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9월 24일, 트위터)아프간 전쟁, 중동평화 협상, 이란과의 갈등 등은 임기 초 그의 비전이 말뿐이었다고 공격받기에 충분하다.여기에 이번 중-일 분쟁에 끼어든 미국의 태도엔 비난의 수준을 뛰어넘어 무능과 일방주의의 다른 얼굴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누가 진짜 (센카쿠) 열도의 소유자인지 미국이 입장을 취하지 않은채, 중국이 이 섬들을 점령한다면 도대체 (게이츠 국방장관의 주장처럼 일본과의 상호 방위조약을 근거로 미국이) 어떻게 전쟁에 나갈 수 있다는 말인가?(니콜라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9월 24일, 트위터)아주 무리한 '일방주의'가 노출된 것을 지적했다. 더 나아가 적어도 동북아에서 펼치는 외교 행태만 놓고 보면 오바마 행정부가 너무 중국을 의식한 나머지, 구시대적 태도로 회기하거나 옛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이 부분이 아주 위험한 이유는 냉전 이후 20여년 간, 미국과 서방이 보여준 외교적 실패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서방의 호전적 계략과 단골메뉴처럼 위선 떨기에 좋은 가리개감으로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코헨, 9월 20일, 뉴욕타임즈)뉴욕타임즈 컬럼니스트인 로저 코헨은 냉전 이후, 공산주의 몰락과 함께 꽃피울 것으로 기대했던 민주주의의 퇴보 원인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위선과 탐욕에 있다고 근본적인 진단을 내리고 있다.세계는 위선적이었던 미국의 민주주의 선전보다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정부들이 내놓는 부분적 이득에 더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유럽과 미국에 비해 훨씬 다이나믹하고 높은 성장률 또한 미래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을 흐리게 하고 있는 듯하다.그러나 실체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보다 명확해진다.러시아에서 중앙아시아 출신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까? 오바마의 당선처럼?이집트에서 기독교 정당이 출현할 수 있을까? 유럽과 미국에서 이슬람 국회의원이 나오듯?아프간에서 여성이 자유롭게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일본처럼?중국 베이징에서 반정부 집회가 가능할까? 블레어 총리의 압력에서 BBC를 지켰을 때처럼?민주주의는 우리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듯, 인간이 만든 제도 중 가장 다이나믹하고 성장의 잠재력을 폭발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유일한 체제다.역사는 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무렵 무섭게 성장했던 영국과 미국 그리고 독일의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그러나 민주주의가 소중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자유와 정의 그리고 평등이다. 어떤 권력도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약자를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민주주의다.인류가 수 천년 역사를 통해 싸워서 최근에서야 쟁취한 권리가 바로 이 자유고 정의이며 평등이다. 이런 가치가 사라진 돈방석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경제성장률이 어떤 혜택을 어떤 국민에게 나눠 줄 수 있겠는가?오바마 외교의 결정적 함정은 냉전 이후, 서방의 실수를 다른 얼굴로 보여줄 뿐이란 사실이다. 패권과 전략은 있지만, 어떤 가치를 세울지는 계획에도 없다. 그의 연설은 화려하고 비전으로 가득하지만, 정작 옛 그림자가 자욱하다.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신념과 그것을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과 논의할 외교적 장을 창출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중-일 이라는 거대한 경제력이 미래 민주주의와 무관한 괴물 파워로 작동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느껴진다.1647년 (미국 역사에서 민주주의 아이디어에 근거한 최초의) 발언에서 1863년 게티스버그에서 링컨(의 연설)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구상에서 결코 닳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란 사실은 자연스런 (역사의) 진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아직도 싸울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다.(코헨, 9월 20일, 뉴욕타임즈)오바마 외교의 가장 큰 위기는 전략과 브레인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세계가 무엇을 향해야 할지 방향을 잃었기 때문이다. 오바마에겐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찾아 볼 수 없다. 그의 행정부에선 카터나 닉슨이 냉전 시대에서조차 시도했던 외교적 혁신이 눈에 띄지 않는다.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은 아프간 전쟁에 집중할 듯하다. 한편으론 아시아에서의 중국의 팽창을 그대로 나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이고 있다. 냉전으로 회귀하는 전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중국내 민주주의에 대한 가능성, 분리주의와 인권 등엔 시간표가 제시된 바가 없다. 인내력이 필요하겠지만, 중국이 민주주의로 향한다면 미국은 엄청난 동맹을 새롭게 얻을 수 있다. 이런 진짜 비전은 왜 아직 미국 외교에서 눈에 띄지 않는 걸까?만약 미국에게 이런 비전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번 중-일 분쟁에서 미-일 안보조약을 들먹이며 성급하고 일방적으로 일본편을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로써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 출신 민주 인사들과 중국내 민주세력에게 치명적 손상을 입혔다.문제는 이런 미국이 세계를 점점 더 위험하게 만들지 모른다는 것이고, 이럴수록 중국과 러시아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여론이 동북아 지역에서 점점 더 지지를 모으게 될 것이란 사실이다.21세기를 맞은 첫 10년의 미스터리 하나는 바로 민주주의의 퇴보다. 숫자로써 민주적 제도가 감소한 게 아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글거리는 뜨거움을 잃은채 그저 아이디어로 전락했다. 그게 걱정스러운거다.(코헨, 9월 20일, 뉴욕타임즈)21세기 들어서, 세상은 민주주의를 너무 손쉽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만 보아도 민주주의를 논하기 지루한 소재로까지 취급 받는 느낌이다. 자유와 정의 그리고 평등에 대한 뜨거운 열망이 미국 외교에서 살아나길 바란다.진정한 국제 안보와 전략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갖은 국민들과 그들의 싸움을 통해 쟁취한 정부가 이끄는 국가들과의 동맹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오바마는 지금 시급하게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아프간 전쟁의 해법도 아마 이 맥락에서 풀릴지 모른다.중-일 영토분쟁은 동북아의 긴장이기 이전에 어쩌면 그래서 미국 외교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상징하고 있는지 모른다. 극단적 민족주의와 파시즘이 중국과 일본에서 각각 판을 치고 미국은 그틈에서 여전히 구태의연 하다.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극단주의가 힘을 얻는다.중-일 분쟁, 본질은 '민주주의의 위기'다. 덧붙이는 글 본인의 블로그인 http://krakory.blog.me 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중-일 분쟁 #센카쿠 #다오위다오 #민주주의 #외교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