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창 선운사의 아름다운 꽃무릇길 고창 선운사는 9월 10월경 꽃무릇과 단풍길로 유명핟. ⓒ 김준영
꽃무릇의 꽃말은 슬픈 추억이다. 빨간 꽃들을 보며 옛날의 아련한 추억을 회상하며 선운사에서 그날의 기억을 치유받기 위해 오늘도 떠난다.
▲ 고창 선운사 꽃무릇동산 고창 선운사에 올라가는 입구에는 꽃무릇동산이라고 불리는 군락지가
조성되어 있다. ⓒ 김준영
고창 선운사 가는 길
일요일 새벽 2시 잠에서 깬다.
창원에서 선운사까지 가야하는 머나먼 길...더구나 일행도 있어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부랴부랴 씻고 챙겨두었던 가방을 짊어졌다.
한 송이 한 송이 피어있는 꽃무릇은 본적이 있지만
군락지를 이루어있는 꽃무릇은 본적이 없어 더욱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설레임.....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너무나도 좋다.
4시간 정도 달려 선운사에 도착했다.
들어가는 곳 앞에 주차권을 발급받는 곳이 있다.
주차료로 이천원을 지불했다.
차를 세우고 보니 선운사 입구부터 군데군데 꽃무릇들이 보인다.
대부분의 꽃무릇 군락지에는 접근을 하지 말고 멀리서 감상만을 하라는 표지판이 보이지만,
이미 많은 진사분들이 삼각대에다가 카메라까지 들고 군락지 안에서 덩그러니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모습들을 보면 왠지 씁쓸하고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다짐하고 되새길 뿐이다.
▲ 고창 선운사 선운사 절내안 ⓒ 김준영
고창 선운사를 걷다.
▲ 고창 선운사에서 즐기는 여유 고창 선운사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 한 소녀 ⓒ 김준영
입구에서 입장표(성인 2500원)를 끓은 후 선운사를
걷는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선운사를 찾았다.
숲과 자연과 선운사가 만들어주는 비움과 쉼이라는
여유를 누려볼 틈이 없다.
몇몇은 절에 가기 위해서 몇몇은 꽃무릇을 찍기
위해서 각자의 목적때문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어느새 나도 사람들에게 동화되어 이끌리듯 걷다보니
어느덧 일주문을 지나버렸다.
오른쪽 편 숲에 꽃무릇이 만개한 모습이 보인다.
선운사보다 주목적은 꽃무릇을 마음껏 보는 것
이었기에 여기서 잠시 각자의 시간을 가진다.
한참을 꽃무릇에 빠져 있다가 일행에서 홀로 떨어져 선운사의 길을
걷는다.
책에서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지금 유행을 일으키고 있는 걷기유행이 주춤하며 앞으로 뜨게 되는
여행은 치유여행 일 것이라고....지친 마음과 몸을 치유할 수 있는 여행..
선운사 가는 길은 이 치유여행이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길인 것 같다.
산바람을 쐬며 숨을 고르며 걸어가는 길...자신을 되돌아보며 지치거나 상처 입은
가슴에 활기를 채워주기에 충분한 곳이다.
▲ 선운사 꽃무릇 선운사에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꽃무릇 모습 ⓒ 김준영
꽃무릇을 보며 슬픈 추억에 빠지다.
꽃무릇은 9월에서 10월경에 피는 꽃으로 꽃말은 슬픈 추억 또는 슬픈 인생이다.
상사화류 (입과 꽃이 같은 시기에 피지 않아 마주 볼 수 없어서 늘 서로 생각만 한다고 붙여진 이름)의 꽃으로 꽃이 먼저 핀 후 잎이 난다는 꽃무릇에 대한 말을 듯 다보니...
갑자기 몇 년 전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 고창 선운사 꽃무릇 선운사의 자연과 함께 어울러진 꽃무릇모습 ⓒ 김준영
갓 군대를 제대하고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의
엠티에 참석했었다.
군대물이 다 빠지지 않은 때에 까까머리를 하고
친구들과 후배들과 어울려 놀다가
후배 한명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 뒤에 동기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그 사실을
동기들이 알게되고 발 없는 소문은 어느새
동아리 전체에 퍼져서 손을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친구들의
조언과 응원으로 몇 번 만났지만 어중간한 추억도 남기지 못한 채 근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한 8개월 정도를 속앓이를 하다가 점점 무감각해져
갈 때쯤이었다.
▲ 고창 선운사 꽃무릇 자연과 함께 어울러진 꽃무릇 ⓒ 김준영
그동안 외면하거나 피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같은 동아리의 후배와 사귀고 있었다는 것...이
소식을 친구를 통해 접하고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내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그 남자 후배에게
나쁜 짓을 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왜 난 다른 사람을 통해서 비밀과 같이 이
이야기를 들었어야 할까?'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귄다는
것보다는 그 말을 왜 숨겼을까 하는 생각으로 인해 가슴이 더욱 상처를 받았었다.
지금은 다 친한 후배들로 지내지만 꽃무릇의
꽃말이 슬픈 추억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니..
내 기억속의 상처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선운사 녹차를 마시며 쉼..여유와 비움을 느끼자.
선운사 길을 따라 천왕문과 불이문을 지나 절 안으로 들어섰다.
한창 선운사 청소년 음악회 준비로 절 안은 분주하며 이곳저곳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 고창 선운사 절내안에서 먹을수 있는 녹차 고창 선운사에서 직접 재배한 녹차를 마음껏 마실수 있다 ⓒ 김준영
선운사에는 직접 만든 녹차와 약간의 다과를 주는 공간이 경내에 마련되어 있다.
일행들과 이곳에 앉아 선운사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녹차를 음미하며 바라보는 선운사의 풍경은
이제야 왜 선운사가 자신들을 소개하는 책자에
산바람도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가는 사찰이라고 말했는지 이해하게 해주었다.
머릿속에 잡념들과 잠시 떠올렸던 슬픈 추억이 사라지며 마음이 평온해졌다.
▲ 꽃무릇을 담다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이유로 가을이 접어든 선운사를 찾고 있다. ⓒ 김준영
한동안을 선운사의 녹차를 마시며 기웃거리다가 집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선운사...인적이 드문 평일에 하루 종일 선운사 주위를 맴돌며 걷고
휴식하고 싶은 그런 곳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뽐낸다는 이곳을
앞으로 종종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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