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코치로 변신한 빙판의 터줏대감

2010-2011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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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일(sambokim)등록 2010.10.15 13:38

"아이스하키는 이렇게 하는거예요!" 한라의 새 코치 패트릭 마르티넥. 올 여름 은퇴한 그는 이제 한라의 벤치에서 팀을 이끌게 된다. ⓒ 김형일

 

 

파란 눈의 하키 선생님에게 듣는다.

 

한중일 빙판 삼국지가 통합으로 펼치는 2010-2011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의 시즌이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지난 2003 출범돼 8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되는 이 아시아리그는 올 시즌도 7팀이 참가한다. 국내에서는 안양 한라와 하이원, 일본에서는 일본제지 크레인스를 비롯해 오지 이글스, 닛코 아이스벅스, 토호구 프리 블레이즈가 참가하며 지난 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차이나 드래곤이 다시 중국을 대표로 나선다. 아시아리그는 정부가 늘 강조하는 한중일 문화교류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효자 종목'으로 3개국의 정치, 이념, 사상, 종교를 초월한 국경 없는 아시아 유일의 통합리그로 이미 세계 10대 아이스하키리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시즌, 한국 아이스하키는 기적을 보았다. 한국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 지난 1928년 국내 아이스하키 도입 이래 가장 큰 경사였다. 한라의 우승은 많은 이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비인기종목의 서러움과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이들의 도약은 한계를 뛰어넘어 한국 아이스하키에 새로운 개척의 씨를 뿌리게 했고 유소년 선수들에게 많은 교훈과 배움, 그리고 꿈을 심어 주었다.

 

지난 5시즌 안양 한라의 공격을 이끌었던 선수가 있었는데 바로 '터줏대감' 패트릭 마르티넥(39). 크고 작은 골들을 작렬시키며 팬들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준 한라의 주역이었다. 터줏대감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정든 빙판을 떠났다.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시즌 코치가 돌아왔다. 국내에서 외국인 선수가 코치로 승격한 1994 프로축구 안양 LG( FC 서울)에서 플레잉코치가 신의손(러시아명 사리체프) 이후 처음.

 

마르티넥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준결승 시리즈에서 입은 하체 부상으로 1차전 이후 잔여 경기 모두 출전하지 못했지만 벤치에서 전술적인 부분에서 코칭 스탭에 도움을 있다. 오랫동안 유럽에서 활약한 탓에 풍부한 경험과 함께 뛰어난 두뇌회전, 센스, 그리고 많은 전술을 보유하고 있는 마르티넥의 벤치 보강은 구단으로써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체코 출신으로 지난 1990 체코리그에 입문하면서 프로에 뛰어든 그는 체코 명문 구단인 스파타 프라하와 슬라비아 프라하를 포함해 러시아 명문구단에서 15시즌을 활약했다. 이후 지난 2005 여름 체코 출신의 감독 오타카 베보다의 권유로 NHL 공격수 지데닉 네드베드, 체코 톱리그 출신의 수비수 야로슬라프 네드베드, 다니엘 세만과 함께 합류했던 체코 4인방 하나.

 

그는 작았지만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 뛰어난 핸들링과 하키센스, 정확한 패싱 등이 주무기인 그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약점을 역으로 이용할 아는 똑똑한 센터였다. 특히 지난 시즌 오지 이글스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인 연장 골든골을 터뜨리며 정규리그 2연패를 안겨준 영웅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자신의 아시아리그 정규시즌 MVP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프로 통산 정규리그 805경기에 출전 258 575도움 833포인트를 올렸고 아시아리그에서만 5시즌동안 정규리그 역대 통산 172경기에 나와 70 203도움 273포인트를 터뜨렸는데 역대 안양한라 선수들은 물론 역대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많은 포인트를 보유 중이기도 하다. 마르티넥은 아시아리그 합류 3 베스트 플레이메이커(공격수 부문)상을 석권(2007, 2009, 2010)했고 지난 2007년에는 베스트 플레이메이커를 포함해 도움왕, 포인트왕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여름, 구단이 외국인 체제를 북미출신으로 모두 바꾸는 과정에서 체코출신인 그가 유일하게 남았던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기자는 된장찌개 없이는 못산다는 그와 다시 한번 반가운 만남을 가졌다.

 

Q: 다시 한번 한라와 손을 잡게 되어 축하한다. 코치로 소감은?

 

솔직히 너무 좋다. 준비를 많이 해왔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직 예상하기 힘들어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한라를 도와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Q: 코치로써는 이번이 경험이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지도자 길을 걷기 위해 미리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3년간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 체코에서 수업을 받아왔다. 1 과정과 2년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는데, 드릴은 물론, 리더십 그리고 선수와의 관계 필요한 부분들을 배웠다.

 

Q: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부상으로 거의 벤치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당시 플레이오프에서 한라의 모습은 어느 정도였나?

 

당시 한라는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팀워크가 좋았고 선수 하나하나 기량이 물이 올라왔던 단계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의 플레이는 믿기지 못할 정도였다. 호성 골리도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Q: 크레인스와 질긴 혈투 끝에 연장전에서 승리하면서 사상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에서 보여준 한라의 저력은 무엇이었나?

 

당연히 팀워크였다. 한라는 젊고 좋은 선수들이 많고 여기에 스피드가 매우 좋다. 지난 2008년부터 팀의 색깔을 바꾸면서 철저하게 준비한 한라는 시즌 운까지 겹치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있었던 같다.

 

Q: 아무래도 은퇴 직전에 따낸 우승이기에 값졌을 거라 생각된다.

 

6년전 한국에 왔을때 일본팀들과 워낙 실력차가 우승을 생각하지도 못했다. 당시 생각에는 우승하기 위해서 10 이상 걸릴 꺼라 예상했다. 하지만 꿈은 빨리 찾아왔다. 덕분에 여름에 은퇴 결정을 내리기 쉬웠다.

 

Q: 여름 코치로써 심의식 감독과 배영호 코치와 처음으로 함께 팀을 구상하면서 시즌에 대비했다. 한라가 우승했기 때문에 나머지 6개팀들이 업그레이드에 적극적이었는데. 이에 대해 어떤 대비를 했나.

 

우승한 팀은 이듬해에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6 팀들이 혈안이 되어 달려들 것이다. 한라를 상대로 110% 도전할 것이라 예상된다. 시즌 쉽지 않을 같다. 한라는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전술면과 심리적인 면에서 준비해야 한다. 프로 스포츠에서 우승팀은 이처럼 힘든 과정을 겪게 된다.

 

Q: 그동안 심의식 감독이 한라를 이끌면서 여름에는 에릭 써스턴 감독을 내정하면서 북미 하키 시스템을 도입했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을 텐데 마르티넥이 생각하는 한라 팀에게 어떤 전술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한라로써는 매우 좋은 기회들이 던져지고 있다. 좋은 기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유럽과 북미의 장점들만 골라내 전술에 부여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보다 수준이 높은 팀들과 매년 연습경기를 가지면서 선수들의 기량을 높여나가는 것이다.

 

Q: 마르티넥이 은퇴하면서 자연히 자리가 비게 됐다. 현재 여러 선수가 마르티넥의 센터 자리를 대신해야 하는데.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나? 한라가 마르티넥의 공백을 어떻게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한라는 많지는 않지만 좋은 센터들이 포진되어 있다. 박우상 비롯해 신인상을 받은 조민호, 김규헌, 신상우 등이 있는데 이제는 이들에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모두 충분히 센터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선수들이라 생각된다.

 

Q: 프로 19시즌이면 웬만한 프로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평균 활약 수명을 훨씬 뛰어넘는 시간인데,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수 있었던 나름대로의 비결이 있었나?

 

단 한가지다. 아이스하키를 너무 사랑한다. 빙판에 있을 때마다 행복하다. 인생과 비슷한 것 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행복하고 재미있지 않는가?

 

Q: 한국음식을 매우 좋아하고 즐겨 먹는 것으로 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가?

 

한국음식은 거의 모두 좋아한다. 불고기를 비롯해 육류는 물론, 회나 찌게 종류도 모두 먹는다. 오프 시즌 체코로 돌아가지 전에는 된장을 많이 사서 싸가지고 간다. 최근에는 프라하 근처에 한국 식당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지만 여기서 먹는 음식이 제일 맛있다. 우리 가족들도 한국음식을 너무 좋아한다.

 

Q: 팬들에게 한마디.

 

홈경기 때마다 자리를 채워주어서 고맙다. 정말 경기 매진되는 모습에 힘을 얻는다. 지난 시즌 안양이 '베스트 하키타운' 상을 얻을 있는 것도 모두 덕분이다. 시즌 한라는 열심히 것이다. 설령 경기에서 지더라도 너무 흥분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포츠에서 승과 패는 어디나 존재해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고 경기를 즐겼으면 좋겠다.

 

2010.09.30 19:41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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