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치료제...기업형슈퍼마켓에서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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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열(banzzok)등록 2010.10.04 16:24
"2009년 7월 16일, 충북상인연합회, 청주재래시장연합회 소속 상인들은 이날 하루 가게 문을 열지 않았다. 육거리 시장을 포함해 청주지역 모든 재래시장(12곳)의 가게 45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이들이 '철시시위'에 나선 것은 대자본의 24시간 영업, 기업형수퍼마켓(SSM)과 대형마트들의 무자비한 확산 때문이다"

2009년 신문에 난 '청주지역 철시시위'는 기업형슈퍼마켓SSM 세상을 알리는 작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전국의 동네 상권을 야금야금 삼키더니 병원 대학 군대까지 손길을 뻗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중소기업을 보호해준다는「고유 업종제도」는 이름만 남은 누더기가 되었다. SSM은 미용실 세탁소 구멍가게 꽃집 신발가게 떡볶이집 철물점 야채상 따위 업종을 가리지 않고 싹쓸이 했고, 사람들 일상은 마침내 SSM에 꽁꽁 묶여 버렸다. 

#2013년 서울시민, 김 종원 씨의 귀가 풍경

아파트 지하주차장 정문에 달려있는 자동개폐장치와 CCTV가 귀가하는 종원 씨 모습을 냉큼 주어 담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지하차고와 연결된 기업형슈퍼SSM44호에 들린다. 단박에 종원 씨를 알아본 SSM44호 관리인이 단말기 화면에 나타난 지난 주 물품구매리스트를 종원 씨 핸드폰에 띄워준다.

내 먹을거리, 건강정보가 모두 SSM 손아귀에 내 하루가 내 일년 삶이 고스란히 SSM에 담겨있습니다. 시민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포박한 기업형슈퍼, 여러분 곁에도 있습니다. ⓒ 김시열


몇 년 전 구입리스트까지 보관하고 있는 SSM44호는 종원 씨 식생활은 물론 소비․건강패턴까지 낱낱이 알고 있어 24시간 개인전용 폐쇄회로(CCTV)같은 위력을 지닌 존재다. 여기서 물품을 사지 않으면 그만이겠지만 중증비염환자인 종원 씨로서는 그럴 처지도 못된다. 기업형슈퍼에서만 파는 응급약품인 산소캔이나 비염치료제 '스프렌티스'를 마음 놓고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3년 서울은 세계아황산가스 배출 1위 도시에다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이상 기후로 시민의 70%가 천식과 비염 따위 기관지 질환과 면역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산소캔이나 스프렌티스는 필수품이 되었다.

시민에게 꼭 필요한 물품이니만큼 기업형슈퍼마켓에서 팔지 못하도록 판매품목을 제한하려 했으나 2010 유통법 개정안 때 여야는 SSM의 '영업시간과 품목을 제한'하는 중요한 쟁점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어미 회사인 재벌대형마트와 회원 멤버십, 유통업체 브랜드(PB)상품, 마케팅 따위 핵심 디엔에이(DNA)를 주고받는 기업형슈퍼 SSM은 결국 막강한 구매력을 앞세워 시민들 필수품인 '산소캔'이나 '스프렌티스'를 독점판매하게 된 것이다.

서울시민들 먹을거리와 건강을 지켜줄 최소한의 약품조차 넘어갔으니, 꼼짝없이 기업형슈퍼마켓SSM44에 묶여 지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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