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상을 즉각 철거하라!

(꽁트)2039년 사라진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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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열(banzzok)등록 2010.10.08 11:39
"세종대왕상을 즉각 철거하라!"

성조기를 손에 쥔 노인들이 광화문광장 곳곳에서 소리친다. 이제 나랏말이 된 로마자 영어로 된 팻말도 여기저기 보인다.

"Take the King Sejong Statue down in Kwanghwamun!"

KU Tech 의정부 클러스터와 인천 송도 국제업무단지, 제주영어타운, 수색외국어고등학교에서 시위대로 참석한 학생들 수천 명도 일제히 영어로 구호를 외친다. 그 가운데 용기 있는 몇몇은 철거용 절단기를 한 쪽 어깨에 메고, 동상 꼭대기로 올라간다.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요즈음처럼 영어와 한자쓰기 열풍이 이어지면, 한글은 물론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상도 광화문광장에 계시기가 어렵지 않을까? ⓒ 이대로


나랏말이 바뀌었는데도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상을 그대로 광화문광장에 둔다는 것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직도 한글을 고집하는 몇몇 불순분자들에게 사용이 금지된 한글사용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시위대 주장이다.  

2009년 설치한 국가브랜드위원회는 많은 욕을 먹으면서까지 정부부서 이름을 콘텐츠산업과 디지털콘텐츠과, WDC담당관, 남산르네상스담당관 따위 영어로 바꾸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탁월한 안목을 가진 선구자들이었다. 예산도 영어교육에 1861억을 한글에 119억을 배정하여 영어세상 기틀을 잡는데 이바지하였다. 텔레비전이나 신문도 앞서서 한글을 없애고 영어를 알리는데 힘을 쏟았다. 2014년 마침내'모든 공문서는 한글로 써야한다'는 국어기본법11조를 없앴다.

시민단체도 이런 분위기에 발맞추어 '잘못된 영어 발음 추방운동'을 벌렸다.'사랑의 밧데리(Battery)'란 노래를 부른 가수 홍OO씨는 방송출연을 못하게 되었다. '배터리'란 가사를 러~리로 제대로 부르지는 못할망정'빳때리'라고 했으니 그럴 만하다. 이런 콩글리시는 진즉에 추방했어야 했는데. 빳때리? 어휴, 미국인들 보기 창피해서 나 원 참! 전문용어와 학술용어를 영어로 통일하는 건 기본이었고 '돼지 인플루엔자'같이 신문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도 SWINE INFLUENZA라고 영어로만 적었다. 텔레비전 편성표도 바뀌었다.

12:00 World Report 13:00 Traveler′Korean 15:00 Dateline Seoul 18:00 CNNIJ News 20;00 AVA RICO TEO .......

텔레비전을 켤 수 없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났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오륀지'발음을 할 수 있고 없고를 따져, 편을 갈랐다. 회사이름도 KT, KORAIL, K-Water 따위로 부르기 시작했다. 대학입학원서와 기업입사원서는 영어로만 쓰게 되었고 부동산 거래나 자동차 구입 시 계약서를 영어로 쓰면 계약금의 1%를 정부에서 지원해주기도 했다. 영어보급을 위한 일이라면 지원을 빠트리지 않았으니 한국은 영어 이름을 가진 사람과 없는 무리들로 빠르게 나누어졌다.
자식이'오륀지'발음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혀도 잘라주고, 이름도 세련된 'Edward'니 'Eric'따위로 바꿔주는 사람들이 오롯한 부모노릇 했다고 대접받는 세상이 되었다.  2039년 마침내 세운 지 30년 만에 마침내 세종대왕상 철거명령이 내려졌다.

안타깝고 알 수 없는 일은 세금계산서니 수강신청서니, 하다못해 구멍가게 영수증까지 영어로 쓰는 지금도"아름답고 쉬운 한글을 쓰자!"느니"우리말우리글을 지키자!!"며 외치고 다니는 무리들이 여전히 넘쳐난다는 것이다.

세련된 영어를 놔두고 아직도 촌스런 한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니.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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