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의 두 번째 구간은 운봉에서 인월이다. 지리산 둘레길 안내센터가 있는 곳은 인월, 남원 방향에서 함양 방향으로 걷는 두 번째 구간이다. 주천에서 운봉은 산자락을 휘감아 돌고, 호수를 지난 것이 특징이라면 점심을 먹고 나선 인월가는 길은 기나긴 갈대 숲 논둑을 걷는 느낌이다.
1층 건물이 잇따라 놓인 운봉에서 우선 운봉막걸리를 한 사발 먹었다. 지리산 둘레길에 널린 막걸리도 다채롭다. 운봉을 필두로, 인월과 주천막걸리까지. 달지 않아서 좋다. 지리산 물을 담았을텐데 맛은 다채롭다.
그 식당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역소주 시장 점유율을 근거로 한 보배 하이트의 소주 광고였다. 사실상 협박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자기 고향의 희석식 소주를 먹는데, 너희들은 왜 먹지 않느냐는 식이다. 귀엽다.
▲ 하이트소주의 공격적인 광고 지역을 매개로 하이트소주 소비를 강요(?)하는 공격적인 광고가 눈에 띤다. ⓒ 정재현
이어서 나선 길은 논으로 이어진다. 지리산 둘레길의 시내구간의 경우 나무기둥 표식이 없고 바닥에 페인트로 화살표가 칠해져 있다. 그렇게 논길을 따라 걷다가 보면 황산대첩비를 만난다. 왜구를 토벌했던 고려 말 이성계의 전쟁터였다. 아이들은 여지없이 잔디썰매를 탄다. 마나님도 거든다.
▲ 1박2일 이승기가 걸었던 2코스 1박2일 이승기가 걸었던 2코스에 놀던 가족들이다. ⓒ 정재현
길게 난 평지는 아이들을 지겹게 한다. 딸 아이가 화가 났다. 이유도 대수롭지 않다. 자신을 두고 먼저 걸어갔다는 것. 참 어렵다. 아이들과 힘든 길을 걷는 것. 그러나 별 수 없다. 내가 선택했고, 이렇게 가지 않으면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내가 걸은 지리산길 4코스 중에 가장 멋없는 길이 이 곳이었다. 하지만 월평마을(인월 초입)에 도착할 때 석양은 기가 막혔다. 냇물 사이로 쏟아지는 여름 하늘 최고였다. 다시 가고 싶다.
참고로 지리산 길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억새와 갈대의 차이는 무엇일까? 누군가에게 들은 기억으론 억새는 산에, 갈대는 물가에 사는 녀석을 이른다고 한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밭작물은 고사리였다. 그리고 고사리 밭에는 팻말도 함께 자란다. 농작물에 손을 대지 말라고. 가장 많이 만나는 과일은 호두 나무이다. 지겹도록 본다.
▲ 함께 떠난 딸이다. 2코스가 끝나는 달오름(인월) 마을까지 온 딸의 모습이다. ⓒ 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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