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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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fpfe100)등록 2010.11.04 10:58

저에게 다음주부터 학교 나오지 말랍니다. 예상은 했지만 기분은 정말 더럽네요.

잘못을 해야 그것을 받아들이지,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통보를 받으니 정말 ...드러운 세상입니다.  

 

지난달 10월 21일 이주호장관은 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10월까지 원칙적 배제징계를 하라고 지침을 내렸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22일 충북의 징계 대상자들이 모였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논의를 했습니다.

 

이것이 벌써 세번째 5월에 파면 해임한다고 하고, 8월에 2차 징계위원회 그리고 10월,,

이제 많은 사람들의 관심속에서 사라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되어간다고 생각할 때쯤 해임,파면을 하겠다고 또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또한 사람들에게 다 잘되어가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었던 그때... 

정말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당장 학교를 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학교현장에서의 추억과 아이들과 선생님에 대한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슬프다가도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오만가지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10월 25일(월)부터 징계대상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충북도교육청 현관앞에서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당장 11월에 잘린다고 하는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고민하기에도 너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농성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모두 연가를 썼습니다. 연가는 합당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연가를 쓴 대상자들에게 교육청은 연가를 허가해주지 말라고 각 대상자 학교에 지침을 내렸고 우리는 결국 [무단 결근]이 되었습니다. 관리자에게 충분히 우리의 사정을 설명했음에도 그리고 그들도 그런 사정을 앎에도 불구하고 관리자들에게 허가를 내리지 않도록 교육청은 지시했습니다.

 

교육청 농성에 들어가면서 교육감을 만나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다른 7개 시도 교육청은 하지 않는 징계를 왜 우리만 무리해서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했으나 교육감을 교육청에서 본날은 27일 ,수요일 하루 뿐이었습니다. 그것도 9시에 출근해서 교육감실에서 교육감이 면담해주기만을 기다렸으나 그들은 우리를 만나주지 않은채 부산일정이 있다면서 우리도 모르게 그자리를 떠나버렸습니다. 도대체 왜 충북의 열린 교육감이라는 사람이 우리를 만나주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교육감을 못만나게 하려고 교육청직원은 교육감이 와서 떠날때까지 계단에 모두 나와 우리를 막고 있었습니다. 교육감실에 있는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올라가서 이야기 한다니까 몸으로 막고 비켜주지 않더라구요.

정말 억울했습니다. 이야기 하겠다는 데 그것도 교육청 직원이 우리를 몸으로 막는 그 상황이,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황당하고 어이없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자고 소리치는데도 교육감은 우리 몰래 어디론가 나가버리고 그제서야 교육청 직원들도 계단에서 사라지더군요..

 

그리고 28일 목요일

지역에 많은 분들이 모였습니다. 오랫만에 정말 많은 분들이 교육청 앞에 모여서 우리를 응원했습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징계, 부당함이 우리 모두를 모이게 했던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자리였습니다.

 

29일 징계위원회 당일

징계위원회가 3시에 열리는데 11시부터 계단을 막고 사람들을 못올라가게 했습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국회의원이 오셔서 당관계자3과 징계대상자1명이 같이 부교육감과의 면담을 추진하려고 했는데 교육청측은 원래 당관계자만 만나기로 했다면서 징계대상자를 껴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당관계자와 징계대상자는 면담하러 올라간다고 하고 교육청 직원들은 모두 나와 우리를 막았습니다. 그런채 옥신각신하면서 거의 3시까지 계단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화하러 올라간다는데 이렇게 막는 교육청 직원이 어디 있습니까?

학부모가 와서 또 대화하겠다고 올라간다는데 학부모도 막았습니다. 교육청 직원들은 계단에 빽빽히 서서 등돌리고  서있었습니다.

누구의 지시에 따라 그렇게 교육청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꽁꽁 막고 있었던 걸까요?

2층으로 올라가는 양쪽 계단은 이미 셔터가 올라가서 올라갈 수 없었고 엘레베이터는 꺼져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던 걸까요?

 

3시30분시작된 징계위원회는 한명씩 소명의 기회를 주었지만 그것은 그저 형식적 절차였을 뿐입니다. 이미 그들은 다른 지역이 해임 2명에 나머지에게 정직을 주는 것을 보고 우리 교육청도 그렇게 하자고 약속한 듯 보였습니다.

 

금요일 밤 11시 징계위원회에서 기자들에게 해임 2, 정직 3개월 5, 정직 1개월 1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들이 열었던 징계위원회는 이 사람의 징계를 얼마나 경해줄수 있는지 소명을 듣고 판단한게 아니라 8명중에 해임 2명을 누굴 줘야 할지를 판단한 겁니다.

 

정직, 해임 모두 중징계입니다.

2006년 정당법이 바뀌기 전까지는 합법적이었습니다. 그것이 불법이 된 걸 몰랐다고 해서 이런 중징계를 내릴 수는 없습니다. 다음에는 그럼 하지말라는 주의, 경고를 줘야지 불법이 된지 모르고 후원을 한것이 어찌 지금 아이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그런 중대한 사안이란 말입니까?

 

11월입니다. 학교는 11월부터 거의 학기말이 됩니다. 이제 아이들과 1년간 했던 교육활동도 정리하고 평가도 하고 새학년으로 보낼 준비를 합니다.

이런 황당하고 억울한 사안에 가장 피해자는 아이들입니다.

3월부터 함께했던 선생님과 떨어져 새로운 선생님과 만나고 배우고 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이들에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면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겠죠.

 

충북교육청은 후진 교육청을 자인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다른 지역 교육청은 혁신학교나 무상급식이나 이런 진보적 교육의제로 고민할 때 이런 결정으로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난 거꾸로 가겠다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충북도교육청이 후진 교육청으로 가더라도 우리 교사들이나 아이들이, 학부모들이 그렇게 가도록 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이번 싸움에서 저는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충북도교육청이 잘못했다고 인정할 날도 곧 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싸움을 정비해서 시작해야겠지요.

2010.11.04 10:58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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