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대신하는 자전거문화, 이대로도 좋은가?

사람이 우선인 교통문화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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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제식(haswamp)등록 2010.11.08 15:58
따르릉 ~ 따르릉 ~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저기가는 저사람 조심하세요.
우물쭈물 하다가는 큰 일 납니다.

어린 시절 배운 노래에서 자전거는 따르릉 소리와 함께 뒤에서 오면 비켜줘야 하는 것이었다.

그 시절 자동차라는 것은 부유층만 가지고 있는 재산 조사의 대명사였으며, (물론 그 때 조사했던 조사 - TV, 전화기, 냉장고, 집의 자가여부 등 - 가 최근 몇 년 전까지 진행되었다는 시대착오적인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서울의 달동네에서 물통에 수돗물을 받아 지개로 짊어 나르면서 처음 수도라는 것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꿈도 못 꿀 대사이었다.

당연히 나이가 들면서 국민학생, 중학생이 되면 가장 갖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자전거였으며, 중고라도 자전거를 마련하면 으쓱대며 열심히 따르릉... 따르릉... 종을 눌러댔다.

그리고 그 때는 따르릉 소리를 넘어서 버튼을 누르면 전자벨소리나 음악소리가 나는 것이 나오기도 해서 노래를 바꿔야한다고도 중얼거렸다.

그로부터 약 20-30년 흐른 지금, 자동차에 밀려났던 자전거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오일피크를 맞이하고 있는 21세기 초반을 사는 우리에게 석유없는 미래를 경고하며 이른바 "녹색"이 전성기를 맞는 이 때에,
녹색생활의 대명사이고, 건강의 대명사로 새롭게 부활한 것이다.

녹색생활을 위한 대중교통 이용을 강조하는 운동, BMW (Bicycle or Bus, Metro, Walking)를 타자에서도 자전거는 그 첫머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조어상의 필요였겠지만)

또한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을 위한 활동으로 의제21과 함께 그린스타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중 자전거 실천단을 구성하고, 교육하며 자전거 생활화에 애를 쓰고 있다.

바야흐로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앞으로는 자동차를 대신할 교통문화로 자전거가 각광을 받을 것이며, 그 사용빈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있고,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자전거를 타면서 돌아볼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자동차를 대신하는 녹색전도사, 건강전도사 자전거의 교통문화가 자동차 중심의 교통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성찰이 바로 그것이다.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사람은 가장 불편하게 이동해야하는 존재였다.
모든 길은 자동차가 다니기 편하게 만들어졌고, 사람이 다니는 인도는 자동차 도로가 만들어지는 부속품정도였다.

자전거도로 또한 자동차도로에 밀려 최근에야 지역별로 활성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사람을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다치는 사람이 손해이니 걸어다니는 사람이 자동차를 조심해야한다는 교통문화도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잘못된 의식 중 하나이다.

그런데 바로 자전거가 각광받으며 활성화되는 요즘, 자전거 문화를 보며 이런 교통문화가 그대로 자전거이용에도 전이되는 것 아닌가 생각되며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2010년 11월 6일.
인천대공원에서는 인천녹지축둘레길 걷기 행사가 열렸다.
총 63km에 달하는 6개 구간 중 이 날은 4구간인 인천대공원 - 소래해양습지공원까지 약 10km 구간을 걷는 행사였다.

이 구간은 아파트  도심지와 텃밭, 개천과 수목원, 그리고 소래해양습지공원의 염전과 칠면초, 광활한 갯벌 등을 볼 수 있는 좋은 공간이었다.

이 구간은 또 도심 외곽지역이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통행이 매우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 속에는 따르릉~~ 따르릉~~ 만 하면 모든 사람이 비켜날 것이라는 착각이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것 아닐까?

실제로 이 날 300여명이 걷고 있는데, 적게는 5-6명에서 많게는 30여명에 이르는 자전거를 탄 일행들이 수시로 같은 길을 지나다녔다.

하지만 사람을 피해가려는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거의 모두가 열심히 따르릉을 울려대면서, 혹은 입에 문 호각을 불어대면서 자신이 타고 오던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지나갔고, 3시간 여를 걷는 동안 걷는 사람과 자전거가 부딪히는 장면을 두 번이나 목격했다. 더구나 그 중 한 경우는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호각을 부는데 왜 피하지 않느냐며 언짢은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멀리서부터 호각을 불면서 걷는 사람들을 향해 고함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고,
스치듯 지나가면서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위협감을 주는 자전거 일행 중 누구도 미안해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많은 사람과 많은 자전거가 다니는 길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것이 먼저 문제이겠지만, 이런 경우 먼저 조심하고 주의해야하는 것은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라는 것이 자전거 활성화 이전에 인지되어야할 이른바 기초질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전거 도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많은 이들이 현재 자동차 중심의 교통문화와 도로체계를 비판하고 있으며 기자 또한 그에 대해 100% 동감한다.

하지만, 자전거도로는 그리고 자전거라는 교통수단은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사람이 걷는 것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동차를 대신하는 자전거는 사람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발전해야지, 사람을 위협하는 교통수단으로서의 자동차, 그 현재 모습까지 계승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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