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11월 13일 충북보은으로 여행을 가서 보은의 정이품송과 정부인송을 보는 순간
지난 10월에 본 준경묘 미인송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정보를 수집해 이렇게 글을 써보게 되었다.
▲ 금강송 숲길 준경묘의 미인송이 있는 금강송 숲길 ⓒ 김준영
정이품송과 준경묘 미인송의 특별한 결혼식
2001년 5월 8일 강원도 삼척과 충청북도 보은 두 고장이 들썩거린다.
무슨 일 때문일까?
보은에서 한 꾸러미의 짐을 멘 군수가 화사하게 장식된 상자를 들고
한 남자아이와 내려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한편, 삼척에서는 전통혼례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삼척시장과 산림청장
그리고 왠지 조숙해 보이는 여자아이가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또한 각종 카메라들을 무장한 기자들이 삼척 주위로 끝없이 몰려들고 있다는데,
과연 삼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얼떨떨한 광경에 멍하니 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보은에서 달려온 일행들이
도착해있고, 전통예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더욱 분주해진다.
청색 초와 홍색 초에 불이 밝혀진다.
산림청장이 주례석에 서더니 '이게 웬일' 결혼식을 거행한단다.
보은에서 온 남자아이는 신랑 측에,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던 삼척의 여자아이는
신부 측에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신랑 측 혼주석에는 보은군수가 신부 측 혼주석에는 삼척군수가 앉아 있으니
더더욱 이해되지 않는다.
기자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플래시를 터트린다.
보은군수가 산림청장에게 화사하게 장식된 상자를 건네고, 산림청장이 삼척시장에게
그 상자를 다시 전해준다.
그리고 주례사가 이어진다.
"우리나라 정이품송의 혈통보전과 우수한 소나무 품종 보유를 위해 혼례를 치르게
되었으며 이를 축하한다."는 말이 주요내용을 이룬다.
그렇다. 이것은 인간이 아닌 소나무 혼례식으로서 한국기네스에 등재될 특이한
혼례식인 것이다.
무수히 많은 기자들과 관광객들이 이 공간에 몰린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이다.
나무를 잘 타는 인부가 화사한 상자를 가지고 미인송에 오른다.
그리고 미인송 가지에 달린 암꽃에 정성스럽게 꽃가루를 묻혀 합방례를 시킨다.
혹시나 다른 꽃가루에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암꽃이 달린 가지위에 비닐봉투를
씌워 봉한 후 특별한 결혼식은 끝이 난다.
정이품송의 뒤늦은 두 번째 혼례식
약 1년 뒤 또다시 보은에서 특별한 혼례식이 준비되고 있다.
정이품송과 정부인소나무가 뒤늦게 첫날밤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보은군 서원리 주민들의 높아만 가는 원성 때문에 치러지는 혼례식이다.
옆에서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부인소나무를 두고 다른 소나무랑 혼례를 치르고
후손까지 만들었으니 그럴만하다.
정이품송의 꽃가루를 정부인송의 암꽃에 가루받이 하는 식으로 교배된 이 혼례식은
아쉽게도 삼척 미인송과의 혼례식과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정이품송과 정부인 그리고 미인송 그들의 사정
정이품송의 사정
▲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 정이품송 소나무 세월에 흔적으로 인해 한쪽 가지들이 거의 훼손당했다. ⓒ 김준영
정이품송의 나이는 약 600년~800년 정도로 추정되며 충북 보은군 상판리에
위치하고 있다.
정이품송이 지금의 장관자리와 비슷한 정이품이라는 벼슬을 가지게 된 것은
조선시대 세조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세조가 병을 고치기 위해 속리산으로 행차하던 때의 일이다.
임금이 타는 가마인 연이 나뭇가지에 걸려 지나가지 못할 것 같아 세조가 "소나무
가지에 연 걸린다."라고 말하자 밑가지가 저절로 들려 그 밑을 통과하게 되었다.
이를 신기하게 여긴 세조가 정 2품의 벼슬을 내렸고 그 이후로 이 소나무는 관직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벼슬을 받고 남 부러울 것 없이 살던 나무는 같은 지역에 있는 암소나무를 부인으로
맞이한다.
이렇게 영원할 것 같던 정이품송의 행복에 세 차례의 시련이 찾아온다.
90년 여름 긴 장마로 인해 병이 들었다가 간신히 건강을 회복하지만 이후 93년 2월
강풍을 동반한 눈보라에 가지를 훼손당한다.
그리고 2004년 3월 폭설로 또 한번 가지들을 훼손당하게 된다.
이렇게 정2품송이 수난을 겪자 '혹시 우수한 소나무의 종자가 끓기지 않을까?'
걱정하던 임업연구원이 한국의 아름다운 소나무를 찾아서 준경묘의 미인송과 혼례를
시키게 된다.
또한 미인송과의 혼례 후 정부인과 혼례를 하지 않은 사실에 비난을 받다 뒤늦게
혼례를 하게 된 것이다.
정부인소나무 암소나무의 사정
▲ 충북 보은 정부인송 충북 보은 정부인송 ⓒ 김준영
지상 70cm 높이에서 두 개로 갈라지는 정부인소나무는 약 600년 정도 산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충북 보은군 서원리에 위치하고 있다.
상판리의 정이품송이 곧게 자란데 비하여 밑에서 두 개로 갈라졌기 때문에 암소나무로
불리며 정이품송 소나무의 정부인 소나무로 불리게 되었다.
이 정부인소나무는 서원리 사람들에게 서낭나무로 살아왔다.
서낭신이 머물고 있다는 이 서낭나무 덕분에 마을이 화평하다고 하여 정월 초이튿날
제주에 의해 제사까지 지낼만큼 소중한 나무로 대접받아왔다.
그런데 정2품송이 정부인소나무를 두고 다른 소나무랑 연을 맺고 자식까지 만들었으니
이 지역주민들을 분노는 당연했다.
준경묘 미인송의 사정
▲ 삼척 준경묘 미인송 삼척 준경묘 미인송 ⓒ 김준영
우리나라의 수많은 소나무 중 으뜸이라는 금강송,
그 금강송 중 가장 아름답다고 뽑힌 나무가 바로 삼척 준경묘의 미인송이다.
금강송으로 유명한 울진에 있는 2그루의 나무와 미인송의 친구 격인 삼척의 금강송
총 4그루 중 최종 선발된 금강송이 미인송으로 아직 100살도 안된 새댁 같은 소나무이다.
이런 소나무가 한번 결혼 한 정이품송과 우리나라 우수한 소나무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 혼례를 하고 후손을 갖게 된다.
삼척사람들의 푸짐하고 넉넉한 인심이 이 혼례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했다는 후문이
전해지고 있으며 한국기네스에 등재된 최초의 혼례소나무로 유명하다.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
정이품이라는 관직의 자리에 앉게되고 부인소나무도 둘씩이나 가지고 있는 특별한
소나무,
그 소나무의 후손들이 현재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자원육성부 시험포지에 보존되고 있다.
몇 년 아니 몇 십년 후에는 그 후손들이 전국에 자리잡고 여행자들을 반겨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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