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이들의 뼈도 농성장에 뿌리겠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아내가 농성장 남편에게 쓴 편지

검토 완료

용석록(vnfmsk2)등록 2010.11.27 15:32

신문 1면에 싣고 싶은 사진 현대차 비정규직,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밤을 새고 김밥 한 줄로 하루를 버티기도 하고 분신을 시도한 분도 있습니다. 이분들의 이야기가 묻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 용석록


현대차 비정규직투쟁 점거농성장에 있는 남편에게 아내가 쓴 편지

참 오랜만에 오빠한테 편지를 쓴다.

잘 지내는지, 밥은 잘 먹는지, 춥지는 않은지 하는 인사는 접어 둘게.
못 지내고 못 먹고 있어도 "잘 지내고 잘 먹고 견딜 만하다."라는 거짓말이 더 가슴 아파.
"출근하고 올게" 한 마디 던져두고 지금껏 퇴근하지 않고 있는 사람.

우리가 연애할 때도 지금 같은 마음이었을까?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오빠는 우리를 위해 열심히 투쟁 중인데 난 고작 애들 데리고 집회 참석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했어.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생긴 아줌마의 무대뽀.

어제 큰애는 유모차에 작은 애는 포대기에 업고, 무작정 길거리로 '비정규직 정규직화' 서명운동 하러 나섰어. 차 창문 두드려가며 미용실 손님 옆에서 수건 대기시키며 문구점 물건 같이 세어주며 받아온 서명. 온갖 점포마다 들어가 서명받는 것이 구걸하는 것 같아 창피한 마음이 들 때, 그런 내 생각을 부끄럽게 만든 어느 할머니의 말씀.

"새댁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어린것을 둘씩이나 데리고 이 추운 날에 나왔노. 밥 한 그릇 묵고 가래이. 애기 아부지 일은 잘 될기다. 종이 두가. 경로당 할마이들한테 도장 받아 주꾸마"

첨 뵌 그분 말씀에 눈물이 울컥했어.

한번은, 욕하는 한 아저씨에게 "네, 저 미쳤어요. 남편은 총도 없이 전쟁터에 나갔는데 안 미칠 부인이 있나요? 만약 아저씨라면 부인이 수다 떨고 백화점 쇼핑이나 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으시겠어요?" 하고 씩씩하게 말했지. 결국, 아저씨는 사과하고 서명해 주셨어. 명함을 주며 잘 마무리되면 술 한 잔 사겠다고, 사람들한테도 이야기 많이 해주겠다는 약속도 해서 정말 고맙더라.

열심히 발품 팔고 집회 가려고 준비하는데 들려온 비정규직 조합원의 분신 소식.무엇이 저리 몰아갔을까. 그분은 자신이 아닌 이 더러운 세상, 더러운 법, 더러운 돈을 태워 없애고 싶었던 걸꺼야. 그분의 마음이 내 의지를 더 강하게 만들어 버렸어.

오빠, 목이 마르면 소변으로 목을 축이고, 배가 고프면 손톱 물어뜯어 허기진 배를 채워. 승리하지 못할 것 같으면 지금 그 곳 농성장에 뼈를 묻어. 오빠가 그곳에 뼈를 묻는다면 나와 우리 아이들의 뼈도 그 곳 농성장에 뿌리겠다고 약속한다.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는다. 나는 오빠와 함께 싸우고 있는 노동자분들을 믿어.

비정규직 철폐투쟁! 결사 투쟁!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위 편지는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아내가 남편에게 쓴 편지를 가족대책위 선전물에 실었는데 거기서 그대로 옮긴 내용입니다.

역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가족대책위 선전물에서 가져온 내용입니다.

우리는 현대자동차에 요구합니다.

1. 현대자동차 1공장 농성장에 대한 단전. 단수 반대한다.
2. 1공장 농성장에 음식물과 식수 반입을 막지 마라.
3. 용역을 철수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라.
4. 대체인력 투입 중단하라.
5. 1공장 농성장에 의료진의 출입을 허용하라.
5.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
6. 현대자동차는 즉각 교섭에 나서라.

며칠 전에 평택 쌍용차 가족대책위에서 왔었습니다.
궁금한 것 물어보라고 하니까

첫 번째가 당장 다음 달부터 생계비가 걱정인데 어떻게 해결했느냐는 물음이었고
두 번째가 아이가 어린데 육아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조합원들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중.후반이 많아 자녀들이 대부분 어립니다.)
해법을 함께 찾아서 후원계좌도 개설했고 지역에 있는 단체에서 육아를 맡아 주기도 하고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슴 뜨거웠던 적 있었다면
가족이 쓴 편지를 읽고 마음이 울렁거린다면
마음 만으로 말고 정말 일부러 마음 내어서 이분들의 투쟁의 정당성을 많이 알려주시고
비정규직과 불법파견, 회사측의 폭력행사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애써 주시고
홈페이지 가시면 후원도 많이 해주시고 응원의 글도 남겨 주시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가족대책위 후원 계좌 : 농협(예금주 장혜경) 302-0311-1287-51

농성장에 있는 아들을 지키러 온 어머니 어떤 어머니는 두 아들이 다 농성장에 있습니다. 공장과 집회장 담벼락만 서성거리다가 가족대책위를 만들어 지금은 집회장에 함께 서 계십니다. ⓒ 용석록


누가 이들에게 피눈물을 나게 하는가 집회에 참석한 비정규직 가족대책위 ⓒ 용석록


이 아이에게 물려줄 세상은 아빠가 며칠 안 들어도자 버스 내리는 곳에 마중나가자는 아이의 손을 잡고 가족들이 집회장에 모였습니다. ⓒ 용석록


보고 싶어요 우리 아빠 최고! 사랑해요, 우리 장한 아들아.. 힘내거라. ⓒ 용석록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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