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 도대체 누군인가 ?

위대한 유관순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검토 완료

파이앵 브뤼노(bruno)등록 2010.11.30 10:25
나는 한국에서 산 지 8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 사람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99%가 세 글자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뇌에는 이런 구조가 너무 힘든 가 보다.

김철수 물론 (?), 우리의 민주주의(?) 대통령 이명박, 축구를 잘 하는 박지성 선수, 세계 스케이트 선수 스타 김연아, 어쩔 수 없이 매일매일 텔레비전에서 보아야 하는 연예인 강호동, 귀엽고 섹시하고 항상 기분이 좋은 가수 이효리 등. 한국 가족 이름은 아예 이 정도로 되어야 유명인은 기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보통 친구들이 아주 유명한 한국 배우, 가수, 정치인, 학자 등의 이름을 이야기하면 나는 « 네, 근데…누구에요 ? »라고 물어보게 되고 그 친구는 보통 매우 놀랍다는 듯이 « 야 ! 전도연도 몰라 ? 영화나 텔리비전 안 봐 ? 동굴에서 사냐 ? » 라고 야단을 친다.

요즈음 나는 3.1 운동에 관심이 생겨서 그 때의 유명한 한 인물의 이름을 아내한테 물어보았다 « 3.1 운동 때 그 유명한 젊은 여자 이름이 뭐였었더라 ? 그 사람 있잖아. 일본 사람한테 고문 당했던. 이름이 김관수 아냐 혹시 ? »라고 순진하게  질문을 하였다. 집사람은 나를 잘 아니까 이제는 이런일에 대해 경악하지 않고 « 아니, 유관순이다 »라고 이름을 또박또박 몇 번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나서 유관순에 대한 책을 사기로 하였다.
지난 11월 19일 잠실역 근처에 일이 있어서 교보 문고 잠실에 가서 유관순과 3.1운동에 대한 책을 찾으러 갔다.

직원한테 물어 보았더니 3.1 운동에 대한 책이 없는 데다가 유관순에 대해서는 아동도서밖에 없다고 했다.

아니, 3.1 운동이라는 ? 대한민국 독립운동이라는 ? 그 중요한 역사적인 사건을 상징하는 사람에 대해 아무 책이 없다면 ?…
나는 « 하긴 잠실이라서 이쪽 동네는… 당연히 이런 책이 없지 »라고 단순하게 혼자 생각했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했던 이런 기본적인 책들이 큰 서점에 없다는 사실에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없는가 ?

다음 날 아침 고속터미널에 있는 영풍문고에 가서 똑같이 물어보았다. 3.1 운동에 관한 책은 없고 유관순에 대해서는 어린이를 위한 것만 있었다.

교보잠실하고 똑같았다.
우연이었는가 ?
영풍문고에서 나가자마자  바로 교보 강남으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큰 서점 두 개에서 책을 찾지 못해서 이제 어떤 기대를 해야할지 알 것 같았다.  역시나 기대한 것처럼 교보 강남에서처럼 아동을 위한 유관순 책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행이(!) 유관순에 대한  영화 시나리오도 있었고 3.1 운동에 대한 책이 두 권이나 있었다.

큰 서점 세 군데에서 유관순에 대한 일반적인 책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대해 뭔가 써야만 했다. 하지만 시작하기 전, 서울 중심에 있는 가장 큰 서점인 교보문고 광화문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그래서 11월 23일에 광화문교보를 거쳐  종각에 있는 반디앤루니스라는 또 다른 큰 서점에 갔다.

유관순에 대한 책이 없다는 사실에 더 이상 충격받지 0않고 확인차 마지막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보문고 광화문은 대한민국의 제일 큰 서점인지는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규모는 엄청 크다. 거기에 내가 찾고 싶은 유관순에 대한 책이 없다면 대단히 중요한 의미일거다.

당연히 찾고자 하는 책은 없었다.

교보문고 직원이 친절하게 나를 도와 주었고 유관순에 대한 책이 자기 서점에 없는 게 아니라 그 인물에 대하여 출판 된 책이 없다고 알려 주었다.

내가 한국 역사 잘 모르고 무식한 외국인인데도 불구하고 한국 역사 속에 유관순과 같은 아주 유명한 인물에 대해서 어떻게 책 한권도 없을 수 있는 지 이해가 안간다.

모든 한국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역사적인 주인공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지 않는가 ?

그래서 마지막 한 번 확인하기 위해서 인터넷으로 유관순 책을 찾았다.
알라딘 사이트 검색해 보니 유관순에 대한 책이 37권이 있다.
36권이 국내도서 이고 그 중에 35권은 아동을 위한 책이다. 하나는 내가 위에 언급한 시나리오이다. 그리고 외국도서에 한 권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책이 일본에서 출판된 책이다.

교보 사이트에서도 검색하면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한번 더 서울대 도서관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거기에는 최근에 나온 책이 있었다. 역시 서울대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자세하게 확인해 보니 서점에서 찾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 류관순열사기념사업회를 연락해서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다시 말하면 어린이 책 말고 요즘 2010년에 누가 유관순에 대한 책을 사고 싶으면 살 수 없는 책을 열심히 찾아야 된다. 아니면 일본말로 출판 된 책을 주문해야 한다. 참 이상하다 ! 유관순 책을 찾기 시작했을 때 그렇게 재미있을 지 몰랐다 ! 

근데 유관순은 대한민국의 잔다르크라고 하지 않는가 ?
그렇지만 만일 파리의 제일 큰 서점에 가서 잔다르크에 대한 책이 한 권도 없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틀림 없이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서점이 고객한테 욕을 먹고 무시를 당할거다. 이런 것을 나는 잘 안다. 나도 프랑스 사람이니까.

그러므로 이런 사실을 보면 유관순은 한국 사람한테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겠는가 ?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위에 서점 경험에 의하면 예외 없이 모두 다 유관순에 대한 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었지만 반드시 있었다.

뿐만 아니라 3.1 운동에 대한 책들을 보면 유관순 사진이나 조각이나 이미지가 책 표지에 나온다는 것은 굉장히 흔한 일이다.

다시 말하자면 유관순이라는 인물은 사람이 아니라 상징이 되었다는 뜻일까?

사람들은 인물에 관심을 갖을 수 있지만 누가 상징에 대해 책을 쓴단 말인가 ?

18세기 프랑스 화가,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라는 그림속 주인공은 자유를 상징하는 일명 이름없는 여자다.

이 사실은 그림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들라크루아 그림속 여자 주인공은 마리안느라는 존재하지 않았던 여자이다 (마리안느는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의 가치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주인공이다).

하지만 용기가 많았던 여학생인 유관순은 생존했었다. 대한민국 독립운동을 자기 나름대로 지도하고 고문을 당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자유, 희망, 용기의 상징이 되었다.

문제는 상징이 된 그녀는 사라졌다라는 사실이다. 이제 누군가 이데올로기나 선전이 필요하다면 아주 쉽게 유관순 이미지를 사용한다

나는 어떻게 감히 이런 심각한 말을 할 수 있는가 ?
글쎄 어떤 역사적인 인물이 아동 책에서만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감히 할 수 있는 정상적 표현이 아닐까 ?

한국 교육에서 영웅이 필요할 때 유관순을 이용한다는 것 뿐이다.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서 고문을 당하고 죽은 유관순 학생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런 인물이 필요해서 그렇다.

물론 유관순 책이 없다는 이유를 여러모로  해석할 수 있다. 어떤 친구는 그 것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안팔릴 테니까라고 하기도 하고, 그리고 이명박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이런 책들은 아예 쓸 수 없지 않는가, 또는 대부분 이런 책들은 잘 안 팔리는 책 아니냐 ? 그리고 뉴라이트를 비판하는 책이 이미 많이 있지 않냐 ? 뭐 기타 등등

결론적으로 제일 큰 이유는 아마 한국사람들은 유관순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슬픈일이지만 책이 한 권도 없다는 사실에 대해 다르게 해석할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누가 진심으로 유관순에 관심이 있었더라면…
조금이라도 누가 진심으로 유관순을 존중했더라면…
조금이라도 누가 진심으로 유관순에 대해 궁금해 했다면…

유관순에 대해 책 한권쯤은 찾을 수 있었을텐데…

물론 여러분들께서는 그렇지 않겠지만…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